맑은물의 이야기/맑은물의 이야기

제자의 편지 2

맑은물56 2010. 5. 25. 17:13

교감 선생님,

 

교감선생님께서 주연으로 열연해주신 한편의 드라마를 선사드립니다.

액티브를 열어보시면 사진 3컷과 동영상 1컷을 보내드렸어요.

(동영상은 헤드셋 끼시고 음량을 함께 들으셔야 리얼하세요.)

 

 

 

 

 

 

 

아이들을 시켰는데 아이들 말로는 사진 담당 아이들도 현장 광경에 너무 감동해서

구경하느라 제대로 찍을 수가 없었대요. 그래서 찍긴 많이 찍었으나 흔들린 것이 많아서

감상하실만한 것으로 보내드립니다. 동영상은 잘 찍었어요.

 

그리고 다시 교복입고 학생마음이 되니까 사실은요~(ㅎㅎ용서해주세요*^^*),

교감선생님께서 저를 못 알아보시고 저의 " 차렷, 경례" 인사를 받으실 때, 그리고

" 아니 오늘같은 날 담임선생님과 함께 해야지, 여러분 담임선생님은 어디 계셔요?"

그 말씀을 하실 때 저 마음속으로 완전히 재밌고 신났어요~.(아직도 정신 못차리고.....

학생마음이 되어... 얼마나 신이 났는지 몰라요. 철없이 즐거웠던 저의 마음을

열아홉 소녀의 애교로 봐 주시고 용서해주세요.o^^o)

 

그리고, 이제 제가 선생님이 되어서 교감선생님을 뵈니 평소에는 너무 어려워서 말씀을 잘 못드렸는데요,

수백 수천명이 넘는 제자들 가운데 학창시절 저를 기억하실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사실 어제 스승의 날에

저에게도 많은 제자들이 사전에 연락 없이 찾아왔었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에게 미안하게도 담임이었는지, 아니었는지, 가르쳤었는지, 아니었는지, 대학에 진학했는지, 지금 몇 학년인지, 무슨 학교, 무슨 과를 갔는지..

한꺼번에 몰려든 아이들을 일일이 기억해 낼 수가 없었고, 당황스러웠습니다. 제자 마음으로, 학생 입장으로

교감선생님을 보니까 저야 당연히 선생님을 알아보고, 여고시절의 수업이 새록새록 떠오르지만, 제가 선생님을 기억하는 것처럼 당연히 선생님도 저를 기억하실 거라는 착각을 했던 것 같아요. 게다가 학생부가 엄격했던 여고시절에 흐트러짐 없이 똑같이 교복입고 단발머리하고 앉아 있던 수많은 여고생들 가운데 14년 전의 저를 기억하시려면, 제가 전교 1, 2등이라도 하거나, 학교를 빛낼만한 졸업생이어야 했지만, 저는 너무나 평범한 학생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다만 저는 명랑하고 활발해서 3년간 학급 반장을 했었고, 전교 회장 선거에 나갔다가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현재는 남동현 교감 선생님의 권유로 명문고등학교 총동문회 총무직을 맡고 있으나 현직 교사라서 다른 동문회 간부님들께서 아무것도 저에게 시키지 않으시고, 많은 배려를 해 주세요.

 

진작에 제 소개를 제대로 드렸어야 하는데 죄송합니다.

저는 1993년부터 1995년까지 광명여고를 다녔고요, 2(3)학년 때 교감선생님의 수업을 들었습니다. 고 3 때 박인규 교감선생님도 저를 직접 가르치셨어요. 저는 전형적인 문과생이라서 국어와 영어를 매우 좋아했고, 수학, 과학 등은 아주 못했어요. 국어, 문학, 영어를 많이 좋아하고 글쓰기도 좋아해서 백일장에 종종 나가곤 했습니다. 그래서 선생님의 수업 때 열심히 공부했고, 선생님의 고운 한복스타일과 우리 말, 우리 문학, 우리 글에 대한 애정이 깃든 수업 - 다람쥐 쳇바퀴처럼 늘상 똑같은 하루일과와 매일의 야간 자율학습으로 숨이 턱턱 막혀오는 고 3 때- 산소마스트를 낀 것처럼 호흡이 자유롭고 영혼이 맑아졌던 선생님의 국어수업을 뚜렷이 기억합니다. 국어와, 영어, 문학 이 세 가지를 좋아해서 영문학과에 진학했지만 국문학에 대한 아쉬움이 늘 마음 한구석에 남아서 영어 임용고시를 통과하고 나서도 국어국문학과로 학사편입을 하기도 했는데, 교직생활과 병행하는데 어려움이 많아 학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제적한 상태입니다. 언젠가는 다시 복학하려고 해요.

 

저는 고 3 때, 현재 군포 용호고등학교 2학년 부장선생님(영어)으로 계시는 안익덕 선생님께서 담임하셨던 3학년 5반이었고요, 저의 여고 졸업 앨범에 교감선생님은 완전히 정말 정말 미인 그 자체이셔요.^0^ 단아하신 단발머리요. ^*^ (그런데 제 모습이 차마 흉해서 앨범을 보여드릴 수 없는 점을 용서해주세요. 저는 여고에서 남자같이 활발해서 컷트머리였거든요. 혹시나 애들이 과거 앨범을 추적해서 저를 찾아낼까봐 몇 회 졸업인지는 비밀로 하고 있습니다. 요즘 애들은 그런 능력이 뛰어나서요.-.-)

 

교감선생님, 오늘은 일요일 (5월 16일)인데요, 교감선생님께 편지를 쓰고, 사진을 편집해서 액티브로 보내드려고 학교에 나왔습니다. 오늘의 감동은 저의 제자들에게 살아있는 또 하나의 교육이 된 것 같아 더욱 의미가 깊다고 생각합니다. 저희반 제자들이 제가 교복을 입고 교감선생님께 카네이션을 달아드리는 모습에 매우 감동했다고 했거든요. 그리고 운동장에서 아이들이 선생님들을 향해 '스승의 은혜'를 부를 때 저는 뒤돌아 서서 교단에 서 계신 선생님을 바라보며 노래를 크게 불렀는데 그 모습도 아이들이 감명받았다고 했습니다. 언제나 저에게 좋은 것을 가르쳐주시는 선생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명문고에서 저는 올해 4년차이고 내 후년이면 지역 만기로 나가게 되는데 그때까지 교감선생님께 많이 야단맞고 배울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정말로 저를 호되게 야단쳐주시고, 가르쳐 주세요 선생님. 아니, 어디에 가든 한번 스승은 영원한 스승으로, 교무실 출입이 엄하고, 무서웠던 90년대 여고생의 마음 늘 간직하고, " 선생님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말을 명심하고 또 아이들에게 그런 선생님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교감선생님 건강하세요. ^^

 

2010년 스승의 날 제자 민경진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