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물의 이야기/맑은물의 이야기

밤의 연안부두

맑은물56 2009. 9. 26. 02:56

밤의 연안부두

                                                                    맑은물 최희영

 

 

 

어둠 속에

잠자던 세월......

 

분수의

무지개 빛 꿈이

현란하다

춤추며  떠도는

집시의 웃음처럼

바닷내음은

허기로 몰려드는데

 

불빛이

손짓하는대로

바다를 향해

미끄러지다가

배는

긴 고동을 울리며

붉은 눈을 뜬다.

 

바다가 펼치는

한 밤의 축제

파도는

치맛자락 흔들며 캉캉춤을 추고

젊은 날 덕적도의 시간들이

하얗게 웃어댄다

 

술을 마신 바다는

뒤꽁무니에서

보고싶은 아이들의 이름자마다 

지난 이야기를 끊임없이 토하고

칼진 손길로

거침없이 달려드는 검은 밤의 시간을

세차게 후려친다

 

흐르는 뱃길에

일제히 손을 흔들어 

한숨들이 웅성웅성 일어선다

배가 술렁거리고

하늘에서 들려오는

가슴터지는 소리

 한송이 두송이..가득히 허공을 덮는

휘황한 꽃 숲 

흑빛 바다 위에 펼치는 

광란의 무도회 

그 천지 개벽하는 황홀 속으로

빠져드는

적막.

 

 

 

09.  9.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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