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물의 이야기/맑은물의 이야기

그대는 -허난설헌을 그리며

맑은물56 2009. 9. 25. 17:46

그대는

 

 

 


긴정선아리랑 - 홍동주           Composed by Sanna... onT>                       

 

 

 

그대는

-허난설헌을 그리며

                                                맑은물 최희영

 

 

신동이었다

배냇짓도 가시지 않은 때

어깨너머로 글을 배우고

짝사랑의 씨를 받아

안개 낀 깊은 곳에

시를 잉태한 그녀

 

 

하늘 날던 날개 접어

백년가약 어둠의

껍질 속에

남몰래 낳은 시를 묻고 

웅크리고 있다가

홀로 기침하던 그녀의 시절은

겨울이었다

 

 

인연의 끝자락을

놓지 못해

 밤마다 울던 그녀는

떠도는 영혼을 잡기 위하여

텅빈 방

지등紙燈 밝혀

규원가를 부르며

주린 그리움을 토했다

 

 

때를 만난 세찬 눈보라가

생명 줄같은 두 아들을

서쪽으로 휘몰아갔다

뱃속의 아이마져 훔쳤다

모진 바람은

꽃같은 그녀의 목숨도

잿더미가 산이 된 그녀의 시와 함께

허공에 날려 버렸다.

 

 

그녀의 소리없는 눈물은

시공의 강물을 타고

흐르고 흘러서

은빛 물고기 떼로 몰려와

미칠 듯

피아노 건반을 두드려

폭포처럼 쏟아내는

달빛 소나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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