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물의 이야기/맑은물의 이야기

연안부두

맑은물56 2009. 9. 22. 14:33

 

 

연안부두

 

 

 

 

 

 

 

연안부두

                               맑은물 최희영

 

 

 

어둠 속에

잠자던 세월

눈썹으로 오려내는

섬을 향해

밤의 축제가 열렸다.

 

분수가 내뿜는

무지개 빛 꿈이

현란하다

이리 저리 춤을 추며

짚시처럼  떠도는

웃음소리

바닷내음에

허기진 배를 잡고

몰려드는데

 

불빛이

유인하는대로

바다 한가운데를 향하여 

미끄러지다가

배는 스스로 놀라

긴 뱃고동을 울리며

붉은 눈을 굴린다.

 

바다가 펼치는

오색 영롱한 추억의 명화

파도는 너울너울

치맛자락 흔들며 캉캉춤을 추고

30년이 지난 덕적도의 시간들이

일제히 발을 번쩍 들어 허벅지를 드러내며

하얗게 웃어댄다

 

술을 마셔버린 바다는

뒷꽁무니로 꾸역꾸역

그림자같은 지난 이야기를 토하고

칼날진 손길로

검은 밤을 사정없이 후린다

 

지나온 뱃길에

한숨들이 웅성거리며 일어선다

배가 술렁이며

천지가 개벽하는

가슴 뚫는 환호성

하늘에서 화려한 꽃이 피어난다

흑빛 바다에

온 몸 바스라져

피흘리는 황홀한 넋이여

펑펑 쏟아내는

빛을 향한 그리움.

 

 

 

 09. 9.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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