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나를 찾아 가는 길

인경스님의 명상편지/노출

맑은물56 2009. 7. 23. 14:35

인경스님의 명상편지

 

 

  

 

노출

 

                                                                                                                         글.사진 인경

                                 

      

무엇이 나의 본래면목인가

 이 화두를 가지고 참구하는 어떤 승려가 있었습니다.

거울 앞에서 매일 아침 자신의 얼굴을 보면서 

좋게 보이도록 꾸미고, 어디가 잘못된 점이 없는지 조사하는데

'본래 나의 얼굴과 눈은 무엇인가'

 

이 질문은 참 엉뚱하고 당혹스럽고 난처합니다.

어느 날 이 스님은 시장에 나갔습니다.

시장에서 장사하는 사람들이 큰소리로 욕설을 하면서 싸우는 장면을 목격하였습니다.

그런데 그때 "해이 참, 오늘 정말 면목이 없네." 말하는 소리를 듣는 순간

눈앞이 환해지면서 지금까지 풀리지 않았던

본래면목의 화두가 해소되면서 크게 깨달음을 얻게 되었습니다.

 

여름을 노출의 계절이라 합니다.

더위 때문에 감추었던 피부가 밖으로 나타납니다.

노출이란 벗겨져서 밖으로 드러남을 뜻합니다.

어둠속의 사물이 빛과 그림자의 명암으로 드러나듯이

의식의 강물 위로 내면에 감추어진 달이

물결치며 떠오르는 순간입니다.

 

하지만 의도적으로 노출하기도 전에

우리의 본래 얼굴은 이미 드러나 있습니다.

힘들게 애써서 찾기도 전에

본래 그대로, 자연스런 모습 그대로

진리는 감추어진 것 없이 적나라하게 이미 드러나 있습니다.

지금여기를 떠나서 

별도의 가르침은 없습니다. 

 

숲의 나무들은 짙은 녹색 그대로,

들판에 노랑꽃은 힘껏 노랗게 자신을 드러내고

바닷가 모래사장에서 아이들은 뛰놀면서 힘껏 소리를 지르고

고개를 뒤로 재끼고 웃어댑니다.

 

지금여기의 진실은,

감물에 빠져 감춤과 노출을 반복하는 달빛의 변주곡에서

수치심과 부끄러움의 아찔한 나뭇가지 끝에서

자신의 본래면목 그 진실을 찾고자, 단순해진 알아차림의 직관을 가지고

가슴 아픈 두려움을 느끼면서 분투하고 애쓴

바로 당신의 몫이 아닌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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