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이 한 생(生)을 집착하지 않고, 이 한 생을 다 놔버렸다면 일체를 얻는다. 도(道)를 공부하는 사람들이 '자기'가 남아 있고 아직도 내세울 것이 있다면 아무 일도 한 것이 없는 것이다.
22
삼천대천세계(三千大千世界)를 몽땅 주인공 속에 넣고 티끌 하나 없이 녹여버려야만 한다.
23
모든 것을 공(空)에다 맡겨 놔버린다고 믿고 그것을 지켜보아야 한다.
24
모든 것을 놓고 지켜보라! 들고 나는 것을 잘 지켜볼 줄 알 대 비로소 한마음의 천둥 번개가 침을 알 것이다.
25
흔들리지 말고 항상 주인공을 믿고 나가라. 가는 도중 어떠한 장애가 오더라도, 설사 죽게 되었다 하더라도 '결코 주인공은 나를 죽게 인도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철저히 믿고 놓아라.
26
믿지 못하니까 혼란에 빠진다. 자기가 자기를 진실하게 믿는다면 어찌 혼란에 빠질 수 있겠는가? 그러나 어리석은 사람은 급해지면 자기를 믿지 못하는 수가 있다. 그러므로 인도할 스승이 필요하다. 때문에 처므에 마음 먹었던 것을 잊지말고 딱 쥐고 나가야 한다. 그러나 쥐어지는 것은 무엇이고 쥐는 이는 누구이겠는가?
27
자기 독존(獨尊)을 관(觀)해야 한다. 그렇지 아니하고, 만약 좌선(坐禪)을 한답시고 모든 것을 끊고 아랫배에 힘을 주고 앉아서 관하라 한다면, 오히려 육신에 집착하게 되는 형국이므로 참다운 수행이 될 수 없다.
28
참나는 뿌리 없는 기둥과 같아서, 모든 것을 연방 쥐고 또 놓고 돌아가는 것이 소소영영하고 공하다.
이것을 알 때라야 비로소 어디다 관하는 것도 아니게 관하고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없는 중심'에 관해야 된다. 거기에서 모든 것을 하는 것이니 오직 거기에다
모든 것을 놓고 일임하면 그게 바로 참선이다. 뿌리 없는 뿌리를 관하다 보면, 모든 것이 한 군데서 들고 나는것임을 알게 되고 그렇게 되면 하나로 뭉치게 된다. 이때서야 비로소 나를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29
구멍 아닌 구멍에서 일체가 다 나왔으니 그 구멍 아닌 구멍을 관해야 된다.
30
무릇 모든 것을 형상으로만 보지 말라! 자기 형상은 그대로 있으면서 참자기가 볼 때에야 비로소 남을 보아도 겉을 안 보고 속을 보게 된다. 그러나 그것 자체도 없을 때가 나중에는 온다. 그 다음에는 참자기가 자기한테 말을 걸어오게 되고 자기도 마음속으로 말하고 듣게 된다. 이 때에야 비로소 자기와 참자기가 서로 상봉하게 된다. 이 때가 되면 자기 주인인 참자기가 자기를 지도한다. 그러면 주인이 하자는 대로 따라 가야지 반대하면 안된다.
그러다가 나중에 다시 돌아오니 참자기와 자기가 둘이 아니고,
하나로 함하여지게 된다. 그 후부터는 내가 하는 대로 참자기도 같이 하게 된다. 그러므로 누가 스승이고 제자인지 차이가 없게 되고 급할 때는 참자기가 비서도, 의사도, 신장도, 그 무엇도
다 하게 된다. 이것을 이름하여 천백억 화신이라고 하는 것이다.
31
자기를 억겁 전에서부터 끌고 온 그 주인공에 모든 것을 믿고 놔버리면 자유자재할 수 있는 묘용(妙用)이 생긴다.
32
내 몸이 한다는 것도 없이 착(着)을 떼고 생활할 수 있다면 생사(生死)에서 벗어날 수 있다.
33
자기는 본존불, 즉 마음의 시자(侍者)라고 믿고 생활해야 한다.
34
무슨 일을 하든지 내가 하는 것이라 생각하지 말고 본래 공한 내 주인공이 하는 일이라고 믿어야 한다.
35
어리석은 사람들은 자기 마음의 주인을 찾기 않기에, 하는 일다마 헛일이 되고 만다. 모두가 자기 주인 아닌 자기 껍데기만을 위한 일을 하기 때문이다. 달구지를 칠 것이냐? 소를 칠 것이냐?
고양이가 반찬가게 노리듯, 어린 아이가 엄마를 그리듯 자문자답하면서 자나깨나 자기 본래면목을 그리워해야 된다.
36
타의(他意)에서 구하면 몸을 망가뜨리기가 쉽다. 우선 자기와 참자기가 만나 하나가 되어야 한다. 자기가 이 세상에 나온 것 자체가 방편이며, 또한 실상이니 실상의 가치를 느끼면서 타의에서 구하지 말고 자의에서 구해야 된다.
37
내 주처를 먼저 알아야 비로소 만법의 근원이 세울 것 없음을 알게 되며, 우주가 함께 공해 나투는 무주처(無住處)를 알게 된다.
38
내가 독존(獨尊)이라 믿고 나가라! 처음부터 전체가 하나라고 알면 오히려 전부 공(空)으로 휘말려 진전이 없다. 내가 독존임을 확연히 안 다음에라야 남도 독존임을 알게 된다.
39
독존은 바로 자기 주인공이다. 주인공은 주인이자 그대로 공함을 일컬음이요 오로지 소소영영(昭昭靈靈)한 본래면목을 일컬음이다.
40
우리가 한생각 내는 것은 중계역할을 하는 중계자와 같다.
즉, 이 육신에게도 중계자이고 나의 본래면목한테도 중계자의 역할을 한다. 이미 생각나게 하는 것이 본래면목이란 것을 알고 들어가므로 무얼 맡기고 말고 할 것도 없지만, 사람들이 그걸 지금 모르니까 오직 자기 본래면목 자리에다 '일임시켜라!' '믿어라!' '놔버려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