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일체를 움직이게 하는 장본인이 누구인가? 생각나기 이전, 이름하여 주인공에 몰락 자신을 놔버려라! 그리하면 스스로 자기 근본이 드러날 것이다.
2
싹은 배우려고만 한다. 자기 뿌리에 모든 것을 놓을 줄 모르고 자꾸 배우려고만 하니 근본을 알 수가 없다.
3
처음 공부에는 자신의 주인공을 믿고 모든 것을 주인공에 놓아라! 누구나 할 것 없이 우리가 이렇게 말을 하게 하고, 듣게 하고, 생각나게 하고, 또 자기 몸을 운전하여 움직이게하는 자가 있으므로 우리가 이와 같이 살아갈 수 있는 것이므로 자기를 운전하는 그 당체인 실상(實相), 다시 말해서 주인공을 믿고, 모든 것을 거기에다 놓으라는 말이다.
본래 한 물건도 없는데[無一勿] 도대체 주인공은 무엇이고 믿는 자는 누구냐고 물을 사람도 있겠지마는, 처음 공부하는 사람으로서는 자기의 주장심이 잡힐 때까지는 그렇게해야 한다. 중심이 있어야 수레바퀴가 돌아갈 수 있듯이 만약 심봉도 세우지 않고 이것도 저것도 다 아니라고 한다면 그것은 다만 이론일 분이요 공에 떨어진 사람이다. 그렇게되면 자꾸 자기를 허망하게 느끼게 되고 좌절하기가 쉽다. 그것은 자기를 못 믿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자기를 무시하게 된다.
즉 어떤 일을 당해서 '이건 뭐 중생이 생각하는 건데 될 수가 없지!'하고 미리 의심을 하기 때문에 그건 정말로 안 되게 되어 만다. 그래서 누구나 다 각자 오관을 통해서 오신통을 하고 있다지만 그것을 백 퍼센트 활용하지 못하는 것이다. 즉, 유위법만 활용을 하지 무위법은 활용을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사람들이 자기에게 능력이 있건만 그것을 인정하지 않고 믿지 않는 탓이다. 그러니 어떻게 되겠는가? 믿지 않기 때문에 활용을 하지 못하고 활용을 하지 못하니까 현실로 발로(發露)가 되어 나오지
않는다. 그리고 실감이 나질 않는다. 그렇게 되다보니까 좌절감과 절망에 빠지는 수가 많고 결국에는 자기가 자기를 망하게 하고 만다. 그러니 삶의 보람은 커녕 모든 것이 허황되고 허망되게만 느껴지게 마련이 아닌가? 그러나 이 참선의 도리를 안다면 비록 내일 죽는다 해도, 아니 지금 금방 죽는다 해도 하나도 겁이 나지 않게 되는 것이다. 그냥 떳떳한 것이다. 그러므로 오직 자기 주인공을 믿고 거기에다 모든 것을 놓고 일임하는 데서부터 참선을 시작해야 한다.
4
모든 것을 공(空)에다 맡겨 놔버린다고 믿고 그걸 지켜보아야 한다.
5
수박은 수박씨가 변하여 뿌리가 되고 싹이 되어 나와서 열매가 열린 것이니 수박이 잘 되기 위하여서는 그 뿌리에다 물과 거름을 잘 주어야 한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뿌리가 있기 때문에 살고 있으니 생활의 모든 것을 자기 뿌리에다 일임하고 놓아야 한다. 먹는 것도 굶는 것도, 잘 사는 것도 못 사는 것도, 할 수 있는 것도 할 수 없는 것도 그 모두를 자기 뿌리가 하는 것이니, 오직 모든 것을 뿌리에다 맡겨야 뿌리가 잘 자라게 되고 모든 일이 잘 해결되는 것이다. 뿌리를 믿고 거기에다 모든 것을 맡기지 못한다는 것은 바로 자기, 잠재해 있는 실상의 본래면목을 믿지 못한다는 뜻이다. 믿지 못한다면 도(道)와는 거리가 멀다.
6
탐.진.치(貪.瞋.癡), 즉 삼독심(三毒心)과 망심(妄心)을 여의면 스스로 청정한 보리심이 나타난다.
그러면 삼독심을 여의는 방법은 무엇인가? 처음에는 무조건
자신의 주인공을 믿고 놓아야 한다.
일단 다 알고나면 믿고 놓을 것도 없는 것이지만 처음에는 무조건 자기의 주인공을 믿고 놓아야 한다.
모든 것이 거기에서 나오고, 들이는 것도 거기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탐하는 마음이 날 때에는 즉시 자기 본래면목 주인공에게 탐하는 마음을 가려앉혀 달라고 일임하여 보라!
화나는 마음이나 어리석은 마음이 날 때에도 마찬가지로 해보라! 그냥 그대로 가라앉게 될 것이다. 이렇게 자꾸 하다보면 탐.진.치 삼독심을 스스로 여의게 되고 본래 청정한 보리심이 나타난다.
7
바깥 경계 모든 것을 다 주인공에게 놔버려라!
자기 사량)도 놔버려야 한다.
생기는 대로 공(空)한 자리에 놓아라!
참나라는 용광로에 넣고 녹여라!
8
각자 자기의 육신을 나라 할 수도 없고, 마음을 나라 할 수도
없고, 생명을 나라 할 수도 없어서 생각나기 이전, 본래면목을
이름하여 주인공이라 하는 것이니 처음 공부하는 초발심자들은
마땅히 다음과 같이 해나가야 한다.
첫째, 일체 생활하는 모든 것을 주인공에 일임하여 놓는다. 즉 맡긴다.
둘째, 자기 주인공을 내면 깊숙이 진실되게 믿으며, 믿음에 있어서 결코 물러서지 않는다.
세째, 용(用)과 마음나는 일체를 자기 내면에서 관(觀)한다.
그리고 자기가 미생물로 생기기 이전에서부터 억겁 세월 동안 진행되며 살아오던 습을 현재의 자기 내면, 즉 자기 주인공에 몰록 맡겨 방하착(放下着)하면, 스스로 의증이 나서 자기의 참 생명수의 맛을 보게 될 것이다.
넷째, 만약에 내 육신이라 하는 것을 알면서도 새삼스레 '이게 뭘까?'한다든가 번연히 내가 아는 것을 가지고 또 의증을 낸다면, 마치 빈 맷돌이 건성 도는 것처럼 아무런 소용이 없으니 아는 것은 아는 것대로 자기 주인공에게 맡겨 놓아라.
다섯째, 스스로 정말 모르는 것이 의증났을 때에는 자기 내면 깊숙히 관하여 굴리며 의증을 풀어야 한다. 결코 타의에게 물어서 풀어서도 아니되고, 경(經)을 보고 풀어서도 아니되며, 사량으로 풀어서도 아니된다.
여섯째, 꿈과 생시가 둘이 아니어서 꿈에 보이는 일체의 모습이 갖가지로 나타나는 것은 모두가 자기가 화해서 나타나는 것이니, 설사 꿈 속에서 부처님으로나 또는 그 어떠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하여도 결코 거기에 속지 말 것이며, 또한 육「庸 자신이 화가 나거나, 안 되는 일이 있거나, 가정의 식구들이 속을 썩이더라도 자기 주인공에다 맡겨 놓는다. 그리고 편안하게 됨을 믿는다. 병에 끄달리는 식구들이 있어도 맡겨 놓고 낫게 될 것을 절대 믿는다. 본래 참나는 체(體)가 없기에 공해서 일체의 병이든 무엇이든지간에 붙을 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항상 잘되어도 감사하게 맡겨 놓고, 잘되지 않아도 믿음으로 맡겨 놓아야 한다.
여덟째, 본래 불성은 부동(不動)하여 움직임이 없지만, 내 마음의 중심 주인공은 고정됨이 없이 찰나찰나 나투기 때문에, 내가 명이 짧으면 칠서이 되고, 아플 때에는 의사가 되고, 가난하면 관세음이 되고, 천도가 되려면 지장(地藏)이 되고, 법(法)의 거울이 되면 판사가 되고, 임신이 안 되었을 때에는 삼신(三神)이 된다. 이렇게 찰나찰나 나투며 만법의 분신(分身)이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가만히 있으면 부처요, 마음내면 응신(應身)이요, 움직이면 화신(化身)이니 내가 했다 안했다 내세울 것이 없어야 자유로운 사람이며 부처이다. 그렇게 되어야 윤회에 끄달리지 않으며 시간도 공간도 초월하게 되고 행주좌와(行住坐臥) 어묵동정(語默動靜) 그대로가 생활이며 참선이 되는 것이다.
'끊어졌다 안 끊어졌다' '놨다 안 놨다' 이 모든 생각을 놓으면
그것이 곧 참선이다.
9
망상도 번뇌도 버린다 생각하지 말라. 자기로부터 생긴 마(魔)도 떼어버릴 생각 말고 오직 자기 주처에 일임시켜 놓아라.
10
'망상을 끊어야지' 하는 것은 벌써 그 망상이 붙어 돌아가는 것이다. 또 '망상을 끊지 말아야지' 하는 것도 망상이 붙어 돌아가는 것이다. 그러므로 망상이니 아니니 그 모두를 주인공에 놓아야 한다.
11
'끊어라!' '끊어라!'한다고 정말로 끊으려고 한다면 잘못이다.
이것은 '안으로 놔버려라!' '안으로 넣어서 녹여라!' '굴려라!'는 뜻이다. 그런데 이것을 모르고 십 년 이십 년 공부해도 끊어지지 않는다고 한탄만 한다면,이미 마음도 몸도 다 병든 후이니 이 일을 어찌할 것인가?
12
버리지 않으면 가지려 하고, 갖지 않으면 버리거나 끊으려 하는 양변(兩邊)을 다 놔야 한다.
13
참자기한테서 나온 것을 그 참자기에게로 모두 놓는다면 바로 해탈(解脫)이 되는 것이다.
14
정진(精進), 즉 기도나 좌선 중에, 또는 꿈에서 해나 달이 환히 비추었다든지 백새가 나타났다든지 하는 것도 다 자기 성품 속에서 나오는 것이며, 앞으로 정진하여 밝아질 수 있는 것을 예고하여 주는 것이니 거기에도 결코 걸리지 말고 계속 나아가야 한다.
15
기독교에서는 부활을 해야 한다. 승천을 해야 한다 하는 것에 집착을 하는데 그런 것도 다 놔버리는 그것이 자기 성품을 볼 수 있는 공부이다. 그런 것에 집착하면 하늘나라에 갈 수 있는 인과(因果)는 받을 수 있지만, 내가 자유자재로 할 수 있는 자유인은 되지 못한다.
16
무조건 일체 만법이 공(空)에서 나오고 드는 줄 알고, 공에다 들이고 내며 오직 모든 것을 공에다 놓아라! 그러다가 생각나는 것이 있을 때에는 말없이 안으로 굴려라! 그래야 자기와 참자기가 상봉하게 된다.
17
모든 일체를 다 놔버려라!
놓는다는 것조차도 없을 때까지 놔버려라!
말이나 생각하는 것 모두가 환상에 지나지 않으니 주인공에 일임해버리면 모든 과거의 아집, 과거의 인연에 따른 유전성, 업보성 이 모든 것이 몰록 쉬게 된다. 쉬게 되면 앞으로 갖는 것도 없고 짊어질 것도 없다. 그때 비로소 세상의 모든 소리를 다 들을 수 있고 또 관(觀)해보고 판단할 수 있게 되니'나는 눈도 천(千)이요 손도 천(千)이니 원하는 대로 내 몸을 나투어 가서 다독거려 주리라'고 할 수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무엇보다도 첫번째 놔버리는 공부가 되어야 비로소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이니, 그런 까닭으로 놔버리는 공부를 첫번째로 시키는 것이다.
18
'주인공에 놔버려라!'하는 것도 놔버려라!
19
아주 놔버린 자는 오히려 사는 도리가 있으나 붙들고 있는 자는 죽는 도리밖에 없다.
20
억겁 전부터 내 모습을 이리 바꾸고 저리 바꾸고, 여기로 왔다가 저리로 갔다가 하는데 과연 나를 끌고 온 것이 누구인가? 다름아닌 주인공이다. 그러니 '에라-- 주인공! 당신이 다 맡으시오!'하고 다 놔버린다면 자신은 물론 남도 편할 것이다. 이와 같이 해나가다 보면 주인공이라고 세울 것도 없이 만법이 저절로 돌아가고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출처-한마음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