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명상 글.사진: 인경
걷는 행동은 우리의 삶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입니다. 이쪽에서 저쪽으로, 이 마을에서 저 마을로, 거미줄처럼 서로 연결된 시골길을 걸어본 기억이 있을 것입니다.
걷는 행동은 삶의 여정에서 언제나 어떤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이고 도구로 사용됩니다. 예컨대 상점에 갈 때, 우리는 무엇인가를 구입하기 위한 목적으로 그곳까지 걸어서 갑니다.
그러나 우리는 상점까지 걸어가는 도중에 걷기명상을 할 수가 있습니다. 천천히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게, 걸음걸음에 충분하게 깨어있으면서,
얼굴을 만지고 지나가는 공기의 흐름을 느끼고, 대지에 접촉하는 발의 중력, 그 미세한 움직임을 주시하고, 굽히고 펴지는 무릅의 부드러운 리듬을 보면서, 나는 상점까지 갈 수가 있습니다.
강박적으로 무엇인가를 정신없이 바쁘게 하지 않아도 됩니다. 만약 이렇게 상점까지 걷기명상으로 다녀온다면, 걷는 행위는 다른 무엇이 됩니다. 이제는 그 자체로 삶의 목적이 됩니다. 지금여기에서 삶은 충분하게 완결되어 있고, 부족함이 조금도 없습니다.
불만족과 결핍감은 어디서 올까요. 그것은 나의 삶이 어떤 다른 목적, 갈망에 대한 수단과 도구로 작용할 때, 공허감으로 경험됩니다. 이때는 풍요속에서 늘 배가 고픕니다. 여전히 나는 목적지에 도달하지 못했고, 다시 일어나 해야할 일이 저기에 있다고 느낍니다.
참, 피곤합니다. 지금여기는 행복하지 못하고, 만족할 수 없는 불만족의 상태로 일회용 물건처럼 마구 버려지고 있습니다. 이것이 명상하면서 걷지 못하게 하는 우리 문명의 슬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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