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문학 강의실 '징'

[스크랩] 창작 교실 7월 11일 강의 요점 정리

맑은물56 2009. 7. 23. 13:48

징 창작 교실 제 10 강 (2009.7.11)


 @ 습작시 강평

 

   - 갈증, 대화요청 / 박미림

  
      마른 침은 언제나 쓰거나 텁텁하다
      그즈음 입술은 타들어가는 은방울 꽃잎같다
      갈증으로 마시던 물 조금 흘려 적셔본다

 

      오래전 막막한 세상에 버려진 여자를 난 알고 있다
      여자는 늘 잔인한 방법으로 꽃잎을 찢어댄다
      하늘이 너무 맑아 눈이 부시다거나
      구름으로 가려진 그늘이 왠지 쓸쓸하다거나
      아지랑이 피어나는 곳에 나비가 보이지 않거나
      수로에 갈대가 흔들리지 않거나
      연잎만 무성할 뿐 연꽃이 피지 않거나
      바람은 분명 다녀갔는데
      몇날 며칠 쓸어 모은 잔해들이 마음 한 구석에
      그대로 남아 웅성웅성 거리거나
      유혹하던 그 남자 소식이 한동안 뜸할 때
      여자는 이름을 다 외우지 못하는 꽃잎들을 세어가며
      누구도 밟지 않는 처음 길을 즐겨 찾았다

 

      사실, 여자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지만
      같은 생각으로 길을 걷는 사람을 찾는 중인지 모르겠다
      어느 해 사람들에게서 잊혀져가는 계절에 핀
      그 꽃잎을 세어가며 처음 길을 반대쪽에서 걸어오는

 

      당신도 나처럼 마른침이 언제나 쓰거나 텁텁하세요?

    
 


 ===> # 강평 : 요점이 제목에 다 드러나 있다.
                    제목을 정하는 방법이 은근했으면 좋겠다.
                    예를 들면 '사막'은  '갈증', '모래', '막막함'으로 풀면 된다.
                    제목에 이미 설명적인, 지시적인 내용이 들어가 있다.
                    그래서 시 내용이 제한적이 된다. 직접성이 강하다.
                    시의 뉘앙스는 사람에 대한 그리움, 갈구, 쓸쓸한 기대가 있다.
                    그에 걸맞는게 2연 중간부터 이다.
                    1연의 "갈증으로 마시던 물 조금 흘려 적셔본다"는 구절과
                    2연 첫 행 "오래전 막막한 세상에 버려진 여자를 난 알고 있다"는
                    시적인것 같지만 산문적인 요소가 강하다.
                    친절한듯 하지만 설명이 내포되어 있기 때문이다.
                    시는 소금처럼 좀 짜야 된다.
                    시도 과묵하고 마음의 여백이 느껴지는...
                    여운을 두는 ...
                    무관심한 듯 하면서 ...
                    시의 뉘앙스도 그렇다.
                    시의 화법은 친절이 아니다.
                    근본적으로 짧기 때문에 압축해서 보여줘야 한다.

                    2연 3행 부터 11행 까지는 상당히 좋은 구절이다.
                    9행의 "모은 잔해들이" 같은 부분은 구체성이 좀 떨어지지만,
                    11행의 "유혹하던 그 남자 소식이 한동안 뜸할 때"는 가장 시적인 부분이다.
                    그러나 12행과 13행 " 여자는 이름을 ~ " 과 3연의 1,2행은 설명적이다.
                    산문이다.내용은 좋으나 시적인 변환(shift)에는 익숙치 않다.
                    한 마디로 짝을 찾는 중인 내용인데 압축을 하라.
                   3연 3,4행은 좀 설명적이지만 point가 있는것 같다.부분을 구체화 시키면 좋겠다.

                   2연 3행 부터 11행 까지 외에는 다 걷어내도 된다.
                   화자가 지칭하는 이 부분에 여인의 마음을 충분히 드러냈다.
                    " ~ 거나 " 조사가 구절마다 들어가므로 길어도 리듬을 타는 문장이다.
                   연결 어미를 쓰면 문장이 얼마든지 길어지고 리듬감이 생긴다.
                   액자 식으로 글을 나열할 필요 없이 바로 치고 나와
                   2연을 바로 치고 나가는게 좋을 수 있다.  
                   2연의 내용 속에 1연의 갈증이 충분히 들어가 있다.
                   2연 3~11행은 전혀 설명이 아니다. a=b가(내 마음은 호수) 아니라서 수준있는 비유다.
     
 


     - 횡단보도 사고 / 권 영 진

 

       굵은 흰선으로 나란히 그려진
       두개의 넓은 사다리가 누워 있다
       하얀 발판을 밟고 가다
       발판 사이의 검은 바닥을 밟고 올라 가기도 한다
       문득 시간이 멈춘다
       발판 사이에 걸쳐 있는 락카 페인트 자국
       누군가 누워 있는 모습이 떠 오른다

       아무도 보이지 않았던 순간
       멈춰져 있는 곳은 하얀선 위
       마네킹이 되어 누워버린 그
       어둠속 바닥에 깔리는 검붉은 무엇
       운전석 유리는 그의 머리만한 거미줄로 채워졌고
       핸들을 붙잡은 나도 마네킹이 되었다
       그리고 굵은 빗물은 세제가 되어
       그의 자국을 지우려했다

       다시 사다리를 밟고 올라간다
       한계단 두계단 셋, 넷
       빨리 그곳을 벗어나야 한다
       다 올라선 후
       어김없이 뒤를 돌아본다
       파란 신호등이 되어
       그가 멀쩡히 걸어온다
 
  


 ===> # 강평 : 주제는 안전 운행,횡단보도를 사다리의 이미지로 봤다는 것.
                    경험과 이미지가 뒤섞여 있어서...
                    마네킹은 이미지로서 어색하다.
                   사고 나서 치게 된 사람을 사다리와 연결 시켜야 얘기가 된다.
                   "운전석 유리는 그의 머리만한 거미줄로 채워졌고
                    핸들을 붙잡은 나도 마네킹이 되었다"
                   왜 마네킹인가?
                   모호하다. 중간 정황이 없다.
                   사다리에서 그치면 안되고 왜 사다리로 봤는가가 중요하다.
                   왜 사다리인가?
                   비슷하다고 이미지가 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길' 이란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건 사다리를 타듯 언제고 떨어질 수 있다.
                   매달려 올라가는 존재가 사다리다. 길=사다리이다.
                   빗속에서 화자가 차 접촉 사고가 났는데 사고 난 사람은 끝 없이 길(사다리)을
                   가는 것은 왜 일까? 그런 생각으로 들여다 봐야 된다.
                   사다리에서 떨어지는 것은 삶에서 하차, 도태, 소외를 의미한다.
                   정황을 좀 더 만드는 것이 좋다.
                   비가 하얗게 느껴질 때가 있다.다급하게 지들끼리 뛰어가는 이미지가 있다.

                   동사적인 활용으로 사다리를 '탄다' 이다.
                   사다리=삶의 길을 올라타고 끝까지 가야 한다는 것이다.
                   고소 공포증도 있고,후들후들한 안정 되지 않은 길이다.
                   횡단 보도가 아니라도 우리는 무수한 사다리 길을 가는 것이다. 

 


    - 선인장 / 이미정 

 

       베란다 구석에 내동댕이쳐진
       선인장

 

       곁을 스치노라면
       자신이 존재하고 있음을 알아달라

 

       팔 언저리에 쥐도 새도 모르게
       가시를 올려 놓는다

 

       버리자니 아깝고
       그냥 두자니 밉싱인 녀석

 

       온 몸이 타들어가게 뜨거운 열기
       다 받아내고

 

       목마름을 잊은 채
       갈증을 즐기는 사이

 

       몹쓸 살을 버리고 새 살을 돋아내어
       하나의 관심사를 만들어 내는 그 재주

 

       너에게서
       눈을 뗄 수 없게 하는 묘한 매력에 빠져본다

 

 

 ===> # 강평 : 선인장은 다엽 식물이고 낙타 같은 식물이다.
                    1,2연은 아예 빼고 지워라.
                     "자신이 존재하고 있음을 알아달라" 이 부분은 자기 생각들을 투사한 글이다.

                     "가시를 올려 놓는다" 는 찔러댄다는 일반적 표현이 아니라서 좋다.
                     "버리자니 아깝고
                      그냥 두자니 밉싱인 녀석" 이 연은 내용이 풀어져 있다.
                      왜 버릴려 하고 왜 그냥 두자 했는지?

                      키워드는 '가시'인데 외형적 가시가 어떻게 나를 일깨우는가?
                      가시는 전생이 잎이나 줄기였을 것인데 진화한 것이다.
                      가시도 적대적이지 않을 수 있다.
                      공포심/긴장으로 만지면 아프지만 모르고 만지면 안 아플 수도 있다.
                      모르고 하는 것과 알고 하는 것의 차이는 다르다.

                       " 몹쓸 살을 버리고 새 살을 돋아내어
                         하나의 관심사를 만들어 내는 그 재주" 요런 사유는 좋으나
                      묘사와 진술이 적당히 섞인 상태의 표현으로 바꾸면 더 좋다.
                      가시는 더 많은 걸 갈구하는 부위일 수 있다.
                      가시는 누구에게 박혀들어 아픔이긴 하지만 얼마나 간절함인가!
                      가시가 박히면 또다른 가시인 바늘로 빼 준다.
                      얼마나 누군가에게 인식되고 싶어 뾰족하게 가시가 됐을까!
                      이런 차원에서 대비를 했으면 좋겠다.
                      가시는 쓰다듬으면 찔리지 않는다. 원래는 잎이었다.
                      아이의 손에 박힌 가시를 빼주는 정황 같은 것을 첨가하면 좋다.
                      가시에 대한 고정관념을 다르게 봐 주는게 시 쓰는 마음이다.
                      무수한 줄기의 욕망들을 이파리로 된게 가시다.


      

    - 유모차와 할머니

 

 
      잠들지 못하는 밤이 술을 부르니
      '24시 영업함' 불빛 환한 돼지국밥집 앞 차도엔
      선점한 차 뒤로 공간을 두고 유모차가 있어
      빈자리에 은빛 궁둥이를 들이 미는데
      뒤 범퍼와 유모차가 닿는 듯싶은 틈 옆에서
      움직이는 물체가 조용히 나오는 장면이 뒷거울에 잡혀
      순간 등골이 주뼛해지고 머리로 소름이 돋았다
      차문을 열고 단걸음에 다가서니
      낡은 모시 저고리에 잠방이 차림의 등 굽은 할머니가
      박스 종이를 노끈으로 묶어 유모차 그득 싣는데
      사고 낼 뻔한 분노는커녕 야밤의 그 처연함에
      가슴이 먹먹해지고 순간 말문이 막혔다
      다짜고짜 유모차를 번쩍 들어 보도 위로 올리며
      사고 조심하시라 했지만 무표정한 얼굴로
      힘겹게 바퀴를 밀어 어둠속으로 가버렸다
      만원 한 장에 돼지수육 도시락을 사려던 속내는 호사 같아
      옆 슈퍼에서 땅콩 한 봉지 사 집에 왔다

 

      컴퓨터 화면에 할머니와 유모차가 들어와서
      심야의 대작을 했는데 할머니는
      죽어 무덤 한 칸 차지 할 형편이 아니기에
      모시 뗏장 입힌 뫼 봉우리처럼 등을 말고 있었고
      자신은 가망 없지만 골판지의 재생을 믿기에
      버려진 유모차를 데리고 죽은 박스를 찾아다닌다고
      주름 짙은 웃음의 하회탈 얼굴로 얘기하셨고
      유모차는 제 얘기가 부끄러운지 낡은 햇빛가리개를 펴기에
      그 그늘에서 아기는 잠이 들었다.

 


 ===> # 강평 : 사소하게 지나칠 부분을 들여다 보고 마음을 준게 좋다.
                    누구나 그러하니 그러한 것이다란 풍경에 만성적인데
                    시 쓰는 사람은 그걸 잘 들여다 봐야 한다.
                    전체적으로 표현이 느슨한 맛이 있다.
                    큰 말은 걷어내서 좋은데, 행이 길다.한 문장이 길다.
                    "물체가 조용히 나오는 장면이" 이런 표현은 막연한 지시어다. 좀더 구체화가 필요하다.
                    첨 부터 한 문장이 7행이다.
                    분절이 일어나지 않는 형태의 긴 문장은 유의하라.
                    시적 전략이 아니면 2~3행에서 끊어주면 필요 없는 문장이 줄어든다.
                     " 사고 낼 뻔한 분노는커녕 야밤의 그 처연함에
                       가슴이 먹먹해지고 순간 말문이 막혔다 " 이 부분은 너무 친절하다.
                    표현이 드러나 있다.화자가 다 말해 버리면 읽는 사람은 그냥 따라가면 될 뿐이니.
                     " 사고 조심하시라 했지만 무표정한 얼굴로
                       힘겹게 바퀴를 밀어 어둠속으로 가버렸다 " 이 구절도 한 행으로 줄여라.

                     2연 6행의 "죽은 박스"는 좀 큰 말이므로 '버려진 박스' 정도로 하는게 좋다.
                     " 자신은 가망 없지만 골판지의 재생을 믿기에
                       버려진 유모차를 데리고 죽은 박스를 찾아다닌다고 " 이 부분은
                       할머니의 지금 생의 모습과 정황과 묘한 대비를 준다.
                       모든 삶은 유한하나 재생이 되는게 중요하다.
                       point를 여기에 주는게 필요!
                       환한 웃음을 짓는 할머니에서 더 발전 시킨다면, 연장 시키면,
                       할머니가 재생 시킨 박스가 어디서 더 큰 키를 세운다든가
                       그러나 할머니는 몇 년 후엔 땅에 누워 육탈된... 식으로 구체적 상상이 필요하다.
                       시에서 소재란 시는 숯이고 소재는 불꽃이다.

 


 
 @ 좋은시(비교시) 감상 & 평가


    - 용대리에서 보낸 가을 / 이상국

 


      면面에서 심은 코스모스길로
      젊은 며느리들이 꽁지머리를 하고 달리기를 한다
      그들이 지나가면 그리운 냄새가 난다
      마가목 붉은 열매들이 길을 막아서보지만
      세월은 그 키를 넘어간다
      나는 늘 다른 사람이 되고자 했으나
      여름이 또 가고 나니까
      민박집 간판처럼 허술하게
      떠내려가다 걸린 나무등걸처럼 우두커니
      그냥 있었다
      이 촌구석에서
      이 좋은 가을에
      나는 정말 이렇게 살 사람이 아니라고
      그렇게 여러 번 일러줘도
      나무들은 물 버리느라 바쁘고
      동네 개들도 본 체 만 체다
      저들이 잘났으면 얼마나 잘났는데
      나도 더는 상대하고 싶지 않아
      소주 같은 햇빛을 사발떼기로 마시며
      코스모스 길을 어슬렁거린다

 

 ===> # 강평 : 시는 말부림(테크닉)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일상이 시여야 한다.
                    시의 정황들을 내가 품고 있구나! 해야 한다.
                    오늘 예시의 촛점은 시적인 사유에서 분별이 강하다는 것을 해소한 시이다.
                    이상국 시인은 강원도 토박이 시인이다.
                    화자의 촛점은 자신의 한탄이다.
                    " 젊은 며느리들이 꽁지머리를 하고 " 이 부분에서

                    국제 결혼을 한 외국인 며느리를 상상도 할 수 있다.
                    " 나무들은 물 버리느라 바쁘고
                      동네 개들도 본 체 만 체다 " 이 부분은 자연이 보기에 사람이 갖고 있는 신분 분별은

                     별 의미가 없다.
                     자연물이 더 득도한 것 같은 표현이다.

 

 

    - 물불 / 이영광

 

 
      1억 5천만km를 날아온 불도 엄연한 불인데
      햇빛은 강물에 닿아도 꺼지질 않네
      물의 속살에 젖자 활활 더 잘 타네
      물이 키운 듯 불이 키운 듯한 버드나무 그늘에 기대어
      나는 불인 듯 물인 듯도 한 한 사랑을 침울히 생각하는데
      그 사랑을 다음 생까지 운구(運柩)할 길 찾고 있는데
      빨간 알몸을 내놓고
      아이들은 한나절 물속에서 마음껏 불타네
      누구도 갑자기 사라지지 않네
      물불을 가리지 않고 뛰어드는 것이,
      저렇게 미치는 것이 옳겠지
      저 물결 다 놓아 보내주고도 여전한 수량(水量),
      태우고 적시면서도 뜯어말릴 수 없는 한 몸이라면
      애써 물불을 가려 무엇하랴
      저 찬란 아득히 흘러가서도 한사코 찬란이라면
      빠져 죽는 타서 죽는
      물불을 가려 무엇 하랴

 


 ===> # 강평 : 2008년 제8회 노작(홍사용 :경기 화성) 문학상 수상작이다.
                    한마디로 상극인 물 불이 시에서는 한 몸이다. 하나이다.
                    시인의 사유가 종교인 보다 더 유연하다.
                    현대시는 서양에서 온게 아니라 (이분법적 사고) 우리 고유의 사고인 것 같다.
                     (나는 너다. 신토불이의 동양적 사고 기제)
                    물과 불이 꼭 반대적인 것은 아니다.
                     " 태우고 적시면서도 뜯어말릴 수 없는 한 몸이라면 " 이 부분은 정황을 잘 포착했다.

 


    - 나비 키스 / 장옥관


      물이 빚어낸 꽃이 나비라면
      저 입술, 날개 달고 얼굴에서 날아오른다
      눈꺼풀이 닫히고 열리듯
      네게로 건너가는 이 미묘한 떨림을
      너는 아느냐
      접혔다 펼쳤다 낮밤이 피고 지는데
      두 장의 꽃잎
      잠시 머물렀다 떨어지는 찰라
      아, 어, 오, 우 둥굴게 빚는 공기의 파동
      한 우주가 열리고 닫히는 그 순간
      배추흰나비 粉가루 같은
      네 입김은 어디에 머물렀던가?


 
 ===> # 강평 : 언뜻 뉘앙스가 잘 안 나타날 수 있는데,
                    나비효과라고 한쪽에 나비가 팔랑거리면 다른 곳에선 폭풍이 인다.
                    미미한 떨림이 큰 효과가 난다는 것을 나타낸다.
                    사소한 것 안에 우주의 핵이 들어 있다.
                    작은 것은 작은 것 마니 아니라 큰 것과 연관이 있다.
                    물방울 하나에서도 우주를 들여다 볼 수 있는 사유가 중요하다.

 


    - 새로 생긴 저녁 / 장석남

 

 
      보고 싶어도 참는 것
      손 내밀고 싶어도
      그저 손으로 손가락들을 만지작 거리고 있는 것
      그런게 바위도 되고
      바위밑의 꽃도 되고 난도 되고 하는 걸까?
      아니면 웅덩이가 되어서
      지나는 구름 같은 걸 둘둘 말아
      가슴에 넣어두는 걸까?

      빠져나갈 자리 마땅찮은 구름떼 바쁜
      새로 생긴 저녁

 

 ===> # 강평 : 아주 작은 시인데, 시를 만들어 부리는 능력이 노련하고 풍부하다.
                    1행~3행은 사소한 일상의 버릇이다.
                    이게 바위도 되고 꽃도 되고...웅덩이가 되어 가는, 비유적 정황이다.
                    섬세한 차이를 들여다 볼 줄 아는 시인이 장석남이다.
                    시는 연꽃차 처럼 울궈 먹는 것이다.

 

 

출처 : 현실참여 문인ㆍ시민 연대
글쓴이 : 대덕산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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