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편지예기치 않는 날 자정의 푸른 숲에서 나는 당신의 영혼을 만났습니다. 창가에 늘 푸른 미루나무 두 그루 가을 맞을 채비로 경련하는 아침에도 슬픈 예감처럼 당신의 혼은 나를 따라와 푸른색 하늘에 아득히 걸렸습니다. 나는 그것이 목마르게 느껴졌습니다. 탁 터뜨리면 금세 불꽃이 포효할 두 마음 조심스레 돌아 세우고 끝내는 사랑하지 못할 우리들의 우둔한 길을 걸으며, <형이상학>이라는 고상한 짐이 무거워 시인(詩人)인 나에게서 도망치고 싶었습니다. 당신을 내 핏줄에 실어 버릴 수만 있다면, 당신이 그 참담한 정돈을 흔들어 버릴 수만 있다면, 그리고 우리가 다시 한번 이 세계 안의 뿌리를 일으켜 세울 수만 있다면, 하늘로 걸리는 당신의 덜미를 끌어내려 구만리 폭포로 부서져 흐르고 싶었습니다. . . . 詩 / 고정희 |
출처 : ♣ 이동활의 음악정원 ♣
글쓴이 : 이사벨라 (경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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