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살아가는 일 속에
파도치는 날 바람 부는 날이
어디 한두 번이랴
그런 날은 조용히 닻을 내리고
오늘 일을 잠시라도
낮은 곳에 묻어 두어야 한다
우리 사랑하는 일 또한 그 같아서
파도치는 날 바람 부는 날은
높은 파도를 타지 않고
낮게 낮게 밀물져야 한다
사랑하는 이여
상처받지 않은 사랑이 어디 있으랴
추운 겨울 다 지내고
꽃필 차례가 바로 그대 앞에 있다
인간사 새옹지마(塞翁之馬)라고 했다. 크고 작은 일에 일희일비하지 말라고, 음지가 양지 되고 양지가 음지 되는 게 세상사라고. 한 발짝 물러서 관조하는 달관의 인간상을 제시한 고사성어이다. 파도 높고 바람 드센 부산에서 나고 자란 강단 있는 단구의 시인은 참으라고 참는 법을 배우라고 그 너머에 봄이 있다고 조곤조곤 말한다. 세상 살아가는 데 파도치고 바람 부는 날이 어디 한두 번이겠는가라고. 그런 날은 조용히 닻을 내리고 오늘 일은 잠시 접어 낮은 곳에 두라고 권한다. 사랑하는 일, 사는 일 또한 그와 같다고 한다. 파도치고 바람 부는 날은 높은 파도를 타지 말고 낮게 낮게 밀물지어야 한다고. 크고 작은 상처 없는 사랑은, 삶은 없다고. 그 상처를 견뎌내면, 인고의 추운 겨울이 지나면 마침내 꽃이 피는데 그 꽃피울 차례가 겨우내 인내한 당신 앞에 있다고. 다시 봄 앞에서 참고 견딘다는 인내를 생각한다.[곽효환·시인·대산문화재단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