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한 영혼을 위하여
- 고정희
상한 갈대라도 하늘 아래선
한 계절 넉넉히 흔들리거니
뿌리 깊으면야
밑둥 잘리어도 새순은 돋거니
충분히 흔들리자 상한 영혼이여
충분히 흔들리며 고통에게로 가자
뿌리 없이 흔들리는 부평초잎이라도
물 고이면 꽃은 피거니
이 세상 어디서나 개울은 흐르고
이 세상 어디서나 등불은 켜지듯
가자 고통이여 살 맞대고 가자
외롭기로 작정하면 어딘들 못 가랴
가기로 목숨 걸면 지는 해가 문제랴
고통과 설움의 땅 훨훨 지나서
뿌리 깊은 벌판에 서자
두 팔로 막아도 바람은 불듯
영원한 눈물이란 없느니라
영원한 비탄이란 없느니라
캄캄한 밤이라도 하늘 아래선
마주잡을 손 하나 오고 있거니
시집<이 시대의 아벨>(1983)
청성곡 [06:51] - 대금독주 /김성진
메모 :
'문학 > 문학의 향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정주의 "동천(冬天)" (0) | 2013.02.22 |
---|---|
[스크랩] 가을편지 / 고정희 (0) | 2012.10.10 |
상한 영혼을 위하여 / 고정희 (0) | 2012.10.10 |
[스크랩] 김남주 생가 (0) | 2012.10.10 |
[스크랩] 고정희 생가에서 (0) | 2012.10.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