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레방아
한 밤에
다시 찾은 그 곳
빛나는 이름표를 달고
물레방아가 돈다
명랑한 물소리에
온 몸이 젖는다
시멘트 독기 겅어내던
뿌연 사념의 시간들
깨끗이 씻어내며
변함없이
그 작은 구석을
옹골차게 지켜온 너
맑고 고운 향기로
혈관 속에
스민다
그대
꽃처럼 피어나는
맑은 몸짓
초록잎으로 흐르는데
추억을 실어 나르는
물바람은
이 한밤에
천지 가득히
그날의 향연을
꿈꾸고 있다.
밤 안개
오늘도
불러보는 노래
지극히 공허하고
사사로움이 없는
그를 향한
대답없는 외침
아무것도
들을 수 없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단애
한 발 내딛는
찰라의
두려움 이겨내며
새벽이 올 때까지
밤안개 자욱한
길을 가네.
참회
오늘 나의 불찰로 너무나 어여쁜 한 생명이 목숨을 잃고 말았다.
화분 속에 떨어진 낙옆들을 정리하고 있던 중에 나도 모르게 뚝 떨구어진 아이
숨어서 곱게 생명을 키워나가던 노란 빛깔의 이 앙증맞은 아이는
나의 화분 과잉보호로 이렇게 불거져 나와
자신의 모습조차 온전히 드러나지 못한 어린 생명인 채로
내 무자비한 손에 의해 세상을 하직한 것이다.
나는 그동안 얼마나 무수한 생명을 죽게했을까?
오늘부터 참회의 기도를 올려야겠다.
아름다운 영혼을 위하여 울음 참는 떨리는 목소리로 진혼곡을 부른다.
난향
이제야
살 것만 같아
어디선가 코끝을 스치는
청향
꽃 한 송이
푸른 잎 사이에
파르라니 피워낸
아, 바로
너였구나
겨울을 이기고
봄의 유혹을
견뎌내다니
이 뜨거운
여름날에
대숲 바람 몰고
오는
한줄기 서늘한
향기
갸륵하다
2012. 8
출처 : 동시대동인회
글쓴이 : 맑은물 원글보기
메모 :
'맑은물의 이야기 > 맑은물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중국 청화대 정교수 차홍규 동문 (0) | 2012.08.22 |
---|---|
[스크랩] 차홍규 교수 개인전, ‘장신문명과 물질문명’ (0) | 2012.08.22 |
[스크랩] 제11회 개인전을 축하드립니다!!! (0) | 2012.07.19 |
물레방아 (0) | 2012.06.18 |
[스크랩] 봄의 동산에서 -관악산 자연학습장을 답사하고 (0) | 2012.05.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