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물의 이야기/맑은물의 이야기

[스크랩] 물레방아 외 3

맑은물56 2012. 8. 3. 18:30

물레방아

 

 

한 밤에

다시 찾은 그 곳

빛나는 이름표를 달고

물레방아가 돈다

명랑한 물소리에

온 몸이 젖는다

 

 

시멘트 독기 겅어내던

뿌연 사념의 시간들

깨끗이 씻어내며

변함없이

그 작은 구석을

옹골차게 지켜온 너

맑고 고운 향기로

혈관 속에

스민다

 

 

그대

꽃처럼 피어나는

맑은 몸짓

초록잎으로 흐르는데  

추억을 실어 나르는 

물바람은

이 한밤에

천지 가득히

그날의 향연을

꿈꾸고 있다.

 

 

 

 

 

 

밤 안개

 

 

오늘도

불러보는 노래

지극히 공허하고

사사로움이 없는

그를 향한

대답없는 외침

 

 

아무것도

들을 수 없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단애

한 발 내딛는

찰라의

두려움 이겨내며

새벽이 올 때까지

밤안개 자욱한

길을 가네.

 

 

 

 

 

참회

 

 

 

오늘 나의 불찰로 너무나 어여쁜 한 생명이 목숨을 잃고 말았다.

화분 속에 떨어진 낙옆들을 정리하고 있던 중에 나도 모르게 뚝 떨구어진 아이

숨어서 곱게 생명을 키워나가던 노란 빛깔의 이 앙증맞은 아이는

나의 화분 과잉보호로 이렇게 불거져 나와

자신의 모습조차 온전히 드러나지 못한 어린 생명인 채로

내 무자비한 손에 의해 세상을 하직한 것이다.

나는 그동안 얼마나 무수한 생명을 죽게했을까?

오늘부터 참회의 기도를 올려야겠다.

아름다운 영혼을 위하여 울음 참는 떨리는 목소리로 진혼곡을 부른다.

 

 

난향

 

 

 

이제야

살 것만 같아

어디선가 코끝을 스치는

청향

 

꽃 한 송이

푸른 잎 사이에

파르라니 피워낸

아, 바로

너였구나

 

겨울을 이기고

봄의 유혹을

견뎌내다니

 

이 뜨거운

여름날에

대숲 바람 몰고

오는

한줄기 서늘한

향기

 

갸륵하다

 

 

2012. 8

 

 

 

 

 

 

 

출처 : 동시대동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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