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물의 이야기/맑은물의 이야기

[스크랩] 불꽃처럼 살고 싶은

맑은물56 2011. 8. 30. 11:20
    
    불꽃처럼 살고 싶은/靑松 권규학
    
    
    사는 게 싫증이 난다
    전원주택이니, 농가주택이니
    퇴직 후 생활이 어쩌고저쩌고
    쓸모없는 생각들로 머리가 아프다
    인터넷의 바다를 종횡무진 헤엄친다
    연금보험, 재태크, 노후생활
    건강문제, 자식문제, 가정문제
    수도 없이 짓고 허문 사상누각(砂上樓閣)들
    시도때도없이 떠올라 뒷골을 때린다
    마음과 마음끼리 주고받은 밀어(密語)
    칼날 위의 연애담, 은밀한 외도
    무덤까지 지고 가려던 비밀 아닌 비밀들
    어느 순간, 옛 추억인 양 떠오르는데
    
    
    
    
    숨 쉴 틈도 없이 짓누르는 압박감
    사시나무 떨 듯 밀려드는 불안감
    얼핏, 깎아지른 절벽 사이
    외나무다리를 건너듯 위태로운 몸과 마음
    아, 드디어 운명의 시간인가
    아니, 이건 운명이 아니라 타락이겠지
    지천명(知天命) 지나 이순(耳順)을 앞두고
    두려움조차 운명으로 갈무리해야 하는
    겁을 상실한 '늙음'이란 나잇살인 게다
    하지만, 어쩌랴
    인생은 육십부터 시작이라는걸
    다시 시작하자
    허물어진 모래성 터에 기초를 다지자
    돌을 박고, 흙담을 쌓고, 나무를 심고
    씨를 뿌리고, 물을 주고, 정성껏 가꾸자
    오래 살기보다는 불꽃처럼 살다가 떠날 수 있게.(110829)
    
출처 : 현실참여 문인ㆍ시민 연대
글쓴이 : 청송 권규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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