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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학원은 딱딱 짚어주고 빵빵 웃겨주는데…" 특목고 애들도 잔다

맑은물56 2010. 9. 6. 15:20

[기획특집] "학원은 딱딱 짚어주고 빵빵 웃겨주는데…" 특목고 애들도 잔다

 

"선생님들 너무 게을러 학교 교육 정말 실망"
"졸업장 때문에 다닌다"

"학교에서는 잠을 자도 아깝지 않아요. 제 수준에 맞는 수업도 아니고, 일방적인 수업 일색이거든요. 거기다 지루하기까지 해요."

서울의 유명 외국어고 2학년 이모(17)군은 "학교 교육이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고 했다. 일반고보다 학습 능력이 우수한 학생과 교사들이 모여 있다는 외고에 다니고 있지만, 수업 만족도는 높지 않았다. 이군은 "학교 선생님들은 정말 게으른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어떤 선생님들은 학기 초에 문제집 몇 권을 끝내겠다며 의욕을 보이는데 한 달, 두 달도 가지 않는다"며 "약속대로 끝까지 가르치는 선생님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반면 학원은 학교와 다르다고 했다. "문제집 끝낸다고 약속하면 약속대로 끝내거든요. 학기말이면 학교 선생님들은 책임감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학원 선생님들이 그렇게 무책임하게 수업하면 학생들이 버리고 다른 선생님 찾아가잖아요. 그런데 학교 선생님들은 그렇지 않으니까…."

수업도 학원이 더 재미있다고 한다. 이군은 "학원에선 선생님들이 고도로 집중하며 가르치다가도 몇 분에 한 번씩 빵빵 웃겨준다"며 "학원은 핵심도 딱딱 짚어주는데 학교는 그런 게 없다"고 했다. 그는 "학원 강사는 프로선수 같고 학교 교사는 아마추어 선수 같다"고 했다.

이군은 중학교 3년 내내 수업 분위기가 좋지 않은 학교 공부는 포기하고 대신 학원을 열심히 다녔다. 공부하기 좋다는 외고에 입학해서 공부를 제대로 해보고 싶었다고 한다. 이군은 "외고에 가면 수업 분위기가 나아질 것으로 기대했지만, 입학 후 1주일 만에 괜한 기대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했다. 중학교 때만큼은 아니었지만, 외고에서도 수업 시간마다 반에서 10여 명은 자거나 떠들어서 수업 분위기가 엉망이었다. 이군은 중학교 때 학교 밖에서 외고 입시를 준비했던 것처럼 지금도 종합 학원에 다니고 있다. 언어 과목과 수학 과목은 개인 과외까지 받으면서 대학 입시를 준비하고 있다.

특수목적고에 다니는 이군이지만 '효율적인 공부'를 위해 학교에서 잠을 보충하고 학원에서 공부에 집중하는 건 일반고 학생들과 마찬가지다. 이군은 "신체리듬을 학교가 아닌 학원 수업 시간에 맞춰 공부하는 게 훨씬 효율적"이라며 "학원 숙제가 많으면 아예 처음부터 학교에서 잠잘 생각으로 밤새워 학원 숙제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학교에 다니는 건 '졸업장' 때문이라고 했다. 이군은 "졸업장만 아니면 당장 학교를 그만두고 집과 학원을 오가며 수능 시험을 준비하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라고 했다. 이군은 "특목고 2학년쯤 되면 다들 한 번쯤은 학교를 그만둘 생각을 해본다"며 "고민해봤는데 검정고시로 졸업하면 나중에 사회에서 인정받지 못할까 봐 일단 졸업은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9월 6일 월요일   특별취재팀 김상민, 심현정, 안준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