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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주면야독(晝眠夜讀)`… "학교에서 잠 보충하고 상쾌하게 학원 가야죠"

맑은물56 2010. 9. 6. 15:12

기획특집] '주면야독(晝眠夜讀)'… "학교에서 잠 보충하고 상쾌하게 학원 가야죠"

 

 

 

"재미도 성의도 없는 수업 듣느니…"…

"과목 아니라 선생님에 맞춰 자는 것 자든 말든 혼자 진도…

애들은 전멸"

수업 때 몰래 동영상 강의 보기도

"자율학습·학원에 신체리듬 맞춰"…

"학교수업 후 새벽 2시까지 공부 학교서 3~4시간 자고 밤에 집중"

 

 

 

 

 

경기도 D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강모(18)군은 학교에서 하루 수업 9시간(보충수업 포함) 중 3~4시간은 책상에 엎드려 잔다. 수업의 절반 가까이를 듣지 않고 그냥 자는 것이다. 그래도 강군은 고교 1학년 때부터 40명인 반에서 1~2등, 전교에서 10등권을 유지하고 있다. 이 정도 성적이면 서울 상위권 대학교에 합격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한다. 강군은 "(모자란 잠을) 학교에서 자는 걸로 보충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군은 "지루한 학교 수업시간에는 잠을 자고, 상쾌한 정신으로 학원에서 공부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학교 수업시간에 잠을 자는 건 강군만이 아니다. 강군은 "정말 못 가르치고 지루한 수업을 하는 선생님 수업 시간에는 반에서 3~4명 빼고는 다 잘 때도 있다"고 말했다.

강군은 오전 7시 집에서 일어나 8시쯤 학교에 도착한다. 이때부터 꼬박 14시간을 학교에 머무르는 강행군이다. 9시간 수업 뒤에는 야간 자율학습이 오후 10시까지 이어진다. 야간 자율학습을 끝낸 강군은 학원에 간다. 학원 선생님의 수업을 듣고 독서실서 오전 1시까지 공부를 하고 집에 간다.

강군은 매일 오전 2시가 돼야 잔다. 하루에 5시간 자는 생활을 되풀이하는 셈이다. 강군은 "학교에서 3~4시간씩 자면서 수업을 안 들으면 불안한 기분이 들지만, 몸이 너무 피곤해서 잘 안 고쳐진다"고 했다. 그는 "학원이나 인터넷 강의에 비해 학교 선생님들은 '내 수업 듣지 않으려면 마음대로 하라'는 식으로 성의없이 수업을 해서 흥미가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라며 "잠을 참으려 해도 자꾸 자게 된다"고 말했다. 강군 친구 한 명은 정치 수업이 너무 지루해서 선생님 수업은 한 귀로 흘려듣고, 수업시간에 PMP(휴대용 멀티미디어 플레이어)를 몰래 꺼내놓고 동영상으로 정치 강의를 본다고 했다.

학교에선… 서울의 한 중학교에서 수업시간에 한 학생이 책상에 엎드려 잠자고 있다. 이 시간은 학교가 사교육을 대체하겠다며 마련한‘방과 후 학교’시간이었다. /안준용 기자 jahny@chosun.com

 

 

 

 

 

경기도 E고등학교 3학년 이모(18)양도 학교 수업 중 4시간 정도는 잔다. "깨어있는 상태에서 수업을 듣는 게 재미도 없고 의미도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양은 "학원이나 과외는 졸린다고 하면 5분이라도 쉬면서 템포를 조절할 수 있는데 학교는 그런 게 불가능하다"며 "학교 수업은 대체로 듣기 싫고, 재미가 없고, 지쳐서 듣지 않는데 그렇게 어영부영 시간을 보낼 바에야 자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양 친구 홍모(18)양도 오전 8시 등교해 자율학습을 마치는 오후 10시까지 14시간 학교에 머물지만 "수업시간은 처음부터 끝까지 거의 다 잔다"고 했다. 자율학습 시간이 홍양이 하루 중 그나마 집중해서 공부하는 시간이다.

대구 F여고 2학년으로 성적이 전교 10등권인 이모(17)양은 "학교 수업이 10%는 재미없고, 90%는 그저 그렇다. 사실 학교 수업에 큰 기대는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학원에선… 서울 양천구 목동 한 학원에서 고등학생들이 영어 강의를 듣고 있다. 학생들은 엎드려 자던 학교에서와 달리 강사의 한 마디도 놓치지 않으려 수업에 집중했다. /안준용 기자 jahny@chosun.com

 

 

 

 

 

학생들이 모든 학교 수업에 흥미가 떨어진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노력하지 않는 일부 교사들의 수업이 학생들을 자게 한다고 학생들은 말한다. 서울 G중학교 3학년 서모(15)군은 "평소 싫어하던 과목이라도 선생님이 잘 가르치면 흥미를 느낀다"며 "기술은 별로 관심이 없었는데 선생님이 농담도 곁들이면서 재미있게 수업해서 자지 않고 열심히 듣고, 원래 좋아하는 과목이었던 수학은 지금 선생님이 못 가르쳐서 수업시간에 문제집을 몰래 푼다"고 했다.

서울 H여고 2학년 지모(17)양은 "과목 따라 자는 게 아니라 선생님 따라 자는 것"이라며 "영어 선생님이 사람은 좋은데 수업이 너무 졸려서 그 선생님만 들어오면 곧바로 잔다"고 말했다. 서울 I중학교 3학년 조모(15)양은 "실생활에 적용하는 예도 없이 딱딱하게 교과서 내용만 읽는 선생님은 정말 싫다"고 했고, 서울 강남의 J여고 3학년 박모(18)양도 "아이들이 자든 말든 신경 안 쓰고 그냥 혼자 읽고 진도만 나가는 영어 독해 선생님 시간에는 깨어 있는 애들이 거의 없는 '전멸' 상태"라고 말했다.

 

 

 

학교는 학생들이 잠을 자는 곳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잠자는 학교'는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우리 공교육에 대한 학생들의 솔직한 반응이다. 한국교육개발원(KEDI)은 지난해 전국 107개 고교생 1만335명 중 사교육을 받았다고 밝힌 6600여명을 대상으로 학교 교사와 학원 강사의 차이와 만족도를 묻는 조사를 했는데, 학생들의 평가는 냉정했다. 담당 교과에 대한 전문 지식과 안목을 가졌는지를 묻는 교과 전문성에서 학생들은 학원 강사에 4.97점(7점 만점)을 주고 학교 교사는 4.34점밖에 주지 않았다. 수업에 대한 열의에서도 학원 강사는 5.01점으로 학교 교사(4.32점)보다 높았다. 수업 만족도 역시 학원 강사가 4.72점으로 학교 교사(3.62점)보다 월등했다. 인성 함양에 어디가 도움되느냐는 질문에도 학교는 3.31점을 받아 학원(3.72점)에 훨씬 못 미쳤다.

학생들은 '잠자는 학교'를 깨우기 위해 교사들이 노력해주기를 바라고 있었다. 지난 7월 교원 인식 조사를 비롯한 여러 조사에서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대부분의 학교 교사들이 "행정 잡무가 많아서"라고 답했다. 그러나 학생들은 그 말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래도 선생님으로서 의무가 있으니까 가르칠 때는 우리에게 집중했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출처- chosun.com)

출처 : 배고픈 사람들
글쓴이 : 김명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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