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교육 소식

[기획] 우리 시 교육 바로 가고 있나

맑은물56 2010. 7. 8. 15:59

  • 7/11 호텔웨딩무료시식회 초대전
  • 초경늦춰 성조숙증으로 인한 작은키극..
  • ★생활잡화 한-중-일 직도매몰★
  • 환급율65% 대박난 ★종신보험★
  •  
    [기획] 우리 시 교육 바로 가고 있나
     
    계간시인세계
    시의 위기니 시의 죽음이니 하는 말이 무성하다. ‘누구나 시인인 열다섯, 열일곱 무렵’의 시교육의 죽음에 그 병인(病因)이 있는 건 아닐까. 초등학교부터 치자면 12학년 동안 시교육을 받았음에도 처음 대하는 시 한 편을 제대로 읽어내기 어려운 우리 시교육 현장을 들여다본다. 특히 7차 교육 과정 시행에 따라 편찬된 교과서가 투입되는 이 시점에서, 과연 어떤 시들이 교과서에 실렸으며 그 문제점은 무엇일까, 시를 시답게 가르치고 배운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를 짚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 편집자

    우리 시 교육의 현주소를 말한다
    제7차 교육과정 교과서의 분석

    윤여탁 (문학평론가)
     
    1
    이 글은 중고등학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우리 시 교육의 현황을 살피고, 이를 중심으로 우리 시 교육이 지향해야 할 바를 비판적으로 점검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이를 위해서 현재 중고등학교 교과서에 실린 현대시(개화기 시가 포함) 목록과 그 교수·학습 방법을 살필 것이다. 즉 중고등학교의 국정 교과서인 『국어』와 고등학교 검인정 교과서인 『문학』에 수록된 시 작품 목록을 통계 자료로 하여 현대시 교육의 방향을 개괄하고, 현대시를 교수·학습하는 구체적인 학습 활동 등을 통하여 현대시 교육의 내용을 분석하고자 한다.

    이를 위하여 먼저 제7차 교육 과정의 시행에 따라 편찬된 중학교 『국어』 교과서 6권,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 2권, 고등학교 『문학』 교과서 중에서 1차로 검정에 통과하여 오는 3월부터 교육 현장에 투입되는 11종을 자료 조사와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다만 중학교 『생활 국어』, 고등학교 『국어 생활』, 『독서』, 『작문』, 『화법』 등의 교과서와 작년 말에 추가로 선정된 고등학교 『문학』 교과서는 조사에서 제외하였다. 이 자료 조사를 위해 선택된 교과서의 목록과 그 편찬 주체는 다음과 같다.
     
    교과서명   /   편찬자  /  발행처
    중학교 국어  고려대, 교원대  교육인적자원부
    (각 학년 2권씩 6권)
    고등학교 국어(상하) 서울대 국어교육연구소 교육인적자원부
    고등학교 문학(상하) 구인환 외  교학사
    고등학교 문학(상하) 박경신 외  금성출판사
    고등학교 문학(상하) 김윤식 외  디딤돌
    고등학교 문학(상하) 우한용 외  두산
    고등학교 문학(상하) 한철우 외  문원각
    고등학교 문학(상하) 김창원 외  민중서림
    고등학교 문학(상하) 한계전 외  블랙박스
    고등학교 문학(상하) 강황구 외  상문연구사
    고등학교 문학(상하) 조남현 외  중앙교육진흥연구소
    고등학교 문학(상하) 홍신선 외  천재교육
    고등학교 문학(상하) 김병국 외  한국교육미디어
     
    이 교과서들은 대체로 대학에서 문학이나 문학교육을 전공하는 학자들과 학교 현장에서 문학 수업을 담당하는 교사들이 공동으로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즉 국가에서 주도하는 국정 교과서인 『국어』의 개발에 참여하는 집필진이나 연구진에 다수의 교사들이 참여하고 있으며, 국가의 검정을 받아 개발하는 고등학교 『문학』 교과서와 같은 검인정 교과서에서도 현장의 교사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국정 교과서의 경우 집필진과 연구진에는 현장 교사들이 대략 50% 정도 참여하고 있으며, 검인정 『문학』 교과서는 56명의 집필자 중 23명의 교사, 11명의 시간강사들이 참여하고 있다. 문학 교과서 중에서 상문연구사의 고등학교 『문학』 교과서는 5명 모두 장학사와 교사들로 집필진이 구성되어 있다.

    이처럼 제7차 교육과정기의 교과서에서는 대학에서 문학을 연구하는 교수들이 중심이 되어 교과서를 개발하였던 제6차 교육과정기의 교과서와는 달리, 교사 또는 시간강사와 같은 젊은 문학 또는 문학교육 연구자들이 다수 참여함으로써, 문학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담으려 하고 있다. 또한 시 교육이 주도적으로 이루어지는 중고등학교 현장의 요구를 적극 반영하는 교과서를 지향함으로써, 문학교육의 이론과 실제를 접근시키려는 노력을 보여주고 있다.

    2
    중고등학교에서 교수·학습 활동의 자료가 되고, 교수·학습의 기본 방향을 결정하는 것은 교과서다. 이 같은 교과서는 “학교에서 학생들의 교육을 위해서 사용되는 학생용의 서책·음반·영상 및 전자저작물 등을 말한다.”(‘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교과용 도서에 관한 규정’의 2호)고 규정되어 있어서 그 개념의 폭이 상당히 넓은 편으로, 학교 교육에서 사용되는 다양한 학습 자료들이 교과서의 범주에 포함될 수 있다. 그러나 이 글에서는 국정 교과서와 검인정 교과서로 교과서를 한정하여 시교육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살피고자 한다.

    다만 교과서가 교수·학습의 기본적인 자료로 교육 내용을 결정하지만, 실제 교수·학습 활동은 교사와 학생, 교실 환경 등에 따라 전혀 다르게 전개되는 국면은 고려하지 않는다. 즉 같은 제재를 가지고 실행하는 똑같은 활동이라고 하더라도 다른 교수·학습 과정을 거치거나 다른 결과를 도출하는 개별성은 이 글의 논의에서 제외하고, 교과서에 구체적으로 제시된 학습 목표와 제재, 활동 등을 분석할 것이다. 이 같은 분석을 위해서 먼저 교과서에 수록된 현대시 작품을 살피고자 한다.
     
    2-1
    국정 교과서인 『국어』는 초등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1학년까지 ‘국민공통기본교육과정’ 기간에 공통적으로 그리고 집중적으로 적용되는 교과서다. 그리고 ‘국민공통기본교육과정’ 기간에는 교과서를 통하여 의사 소통 능력(말하기/듣기, 읽기/쓰기)과 문화 능력을 함양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즉 “언어 활동과 언어와 문학의 본질을 총체적으로 이해하고, 언어 활동의 맥락과 목적과 대상과 내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서 국어를 정확하게 효과적으로 사용하며, 국어 문화를 바르게 이해하고, 국어의 발전과 민족의 언어 문화 창달에 이바지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른다.”(『국어과 교육 과정』, 교육부, 1997, 29면)고 『국어』 과목의 목표를 규정하고 있다.

    이 같은 목표 아래 『국어』 교과서는 시 교육이나 문학 교육의 목표인 문학 능력 함양보다는 국어 교육의 일반적인 목표와 연결된 활동을 중심으로 그 내용을 구성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어』 교과서에 수록된 시 제재와 교수·학습 활동은 문학 교육, 시 교육의 기본을 결정하는 방향타方向舵 역할을 한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다.
    먼저 중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본문 텍스트로 수록된 현대시 작품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중고등학교 『국어』 수록 현대시 작품
    중학교 : 「가는 길」(김소월), 「나룻배와 행인」(한용운),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김영랑), 「호수」(정지용), 「깃발」(유치환), 「가정」(박목월), 「봄은」(신동엽), 「지각」(김현승), 「성탄제」(김종길), 「새봄」(김지하), 「즐거운 편지」(황동규), 「낙화」(이형기),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정현종), 「바다가 보이는 풍경」(정일근), 「내가 사랑하는 사람」(정호승), 「어떤 마을」(도종환), 「우리가 눈발이라면」(안도현), 「배추의 마음」(나희덕), 「봉선화」(김상옥), 「둑방길」(유재영)

    고등학교 : 「진달래꽃」(김소월), 「유리창」(정지용), 「광야」(이육사)
    실제로 7차 『국어』 교과서의 분량은 많이 늘어났지만(중학교의 경우 국판에서 사륙배판으로 제작되었고, 고등학교의 경우 부록으로 첨가된 보충 자료가 대폭 줄었으며, 중고등학교 모두 교과서에 있던 학습 활동 도움말은 『교사용 지도서』로 옮겨졌다.), 교과서에 수록된 현대시 작품은 6차 교과서에 비하여 작품수가 많이 줄었음(6차의 경우 중학교 「엄마야 누나야」 등 34편, 고등학교 「진달래꽃」 등 6편)을 지적할 수 있다. 그 이유는 『생활 국어』 또는 『국어 생활』이라는 교과 또는 교과서가 추가되면서 수업 시수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의 자료를 보면, 문학사적으로 검증을 받은 또는 문학사적으로 의미 있다고 평가되는 시인들의 중요한 작품들이 교과서에 중점적으로 수록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그동안 현대시 교육에서 정전正典적인 역할을 하던 순수 서정시 계열의 시와 저항시 계열의 시들이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비하여 모더니즘 계열의 시나 리얼리즘(민족 문학) 계열의 시는 6차 『국어』 교과서에 수록된 것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감소하였다.(윤여탁, 「현대시 제재의 교육적 위계화」, 『시 교육론 2』, 서울대 출판부, 1998, 155면의 목록 참조)

    다만 7차 『국어』 교과서는 일제 강점기나 1950~60년대 시인들의 고전적인 시 작품보다는 현재 활동하고 있는 시인들의 현대적인 시 작품을 상대적으로 많이 수록하고 있다. 이 점은 교과서에 수록되는 문학 작품의 시대적 하한선(6차의 경우 1970년대)을 규정한 지침이 없어졌을 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체험이나 정서적으로 쉽게 동감同感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는 시 작품을 수록하여야 한다는 교육 현장의 요구가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어떻든지 7차 『국어』 교과서는 6차 교과서에 비하여 모더니즘이나 리얼리즘 계열의 시들을 수록에서 제외하여 아쉬움이 있지만, 고전적인 시 작품과 현대적인 시 작품을 고루 수록함으로써, 고전과 현대의 조화를 시도하였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이를 통하여 우리 현대시의 전통을 학습함은 물론 현대인의 정서와 체험을 동시대적 감각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교수·학습 활동을 구성하고 있다.
     
    2-2
    제7차 국어과 교육과정은 고등학교 1학년, 즉 10학년까지의 ‘국민공통기본교육과정’을 이수한 후에는 ‘일반 선택 과목’인 『국어 생활』이나 ‘심화 선택 과목’인 『문학』, 『독서』, 『작문』, 『화법』, 『문법』을 이수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 중에서 『문학』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이라는 대학 입시 평가에서 40%를 차지하는 관계로 고등학교 국어과 교과목 중에서 가장 중요하게 취급되고 있다.

    특히 12학년까지 적용되는 ‘심화 선택 과목’으로 『문학』은 국어교육의 기본 목표인 의사 소통 능력보다는 문화 능력 또는 문학 능력을 중요한 교수-학습 목표로 삼고 있다. 즉 “문학의 수용과 창작 활동을 통하여 문학 능력을 길러, 자아를 실현하고 문학 문화 발전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바람직한 인간을 기른다.”(『국어과 교육 과정』, 151면)는 목표를 위해 문학 작품을 수용하고 창작하는 활동을 구성하고 있다. 이 같은 문학교육의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서 고등학교 『문학』 교과서에 수록된 현대시 작품 중에서 수록 빈도(본문 텍스트와 학습 활동 텍스트 포함)가 높은 시 작품을 보이면 다음과 같다.
     
    고등학교 『문학』에 가장 많이 수록된 현대시 작품
    11종 : 「껍데기는 가라」(신동엽)
    8종 : 「님의 침묵」(한용운), 「절정」(이육사)
    7종 : 「해에게서 소년에게」(최남선),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이상화), 「모란이 피기까지는」(김영랑), 「그 날이 오면」(심훈), 「서시」(윤동주), 「꽃」(김춘수), 「귀천」(천상병), 「타는 목마름으로」(김지하),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황지우)
    6종 : 「애국하는 노래」(이필균), 「산 너머 남촌에는」(김동환), 「유리창1」(정지용), 「내 마음은」(김동명), 「교목」(이육사), 「여승」(백석), 「향수」(정지용), 「눈」(김수영), 「풀」(김수영)
    5종 : 「산유화」(김소월),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김영랑), 「거울」(이상), 「남으로 창을 내겠소」(김상용), 「쉽게 씌어진 시」(윤동주), 「바다와 나비」(김기림), 「추일 서정」(김광균), 「아침 이미지」(박남수), 「봉황수」(조지훈), 「어서 너는 오너라」(박두진), 「해」(박두진), 「청노루」(박목월), 「나그네」(박목월), 「성북동 비둘기」(김광섭), 「농무」(신경림), 「목계장터」(신경림)
     
    7차 『문학』 교과서는 『교사용 지도서』가 별도로 제작됨으로써, 비슷한 분량의 교과서에 학습 활동 도움말을 같이 수록했던 6차 교과서에 비하여 분량이 많이 늘어났기 때문에 교과서 수록 문학 작품의 수도 현저하게 증가하였다. 구체적으로 6차 18종 『문학』 교과서에 수록된 문학 작품의 수가 평균 83.8편이었던 것에 비하여, 7차 『문학』 교과서 11종의 경우 문학 작품 수가 평균 208.6편에 이르고 있다. 이 중에서 현대시 작품은 68.7편으로 작품 수로는 33%를 차지하고 있다.

    아울러 위의 자료 목록을 보면, 새로운 『문학』 교과서는 문학사적으로 의미 있는 시인들의 시 작품을 두루 반영하고 있음을 지적할 수 있다. 즉 개화기 이후 현재까지 문학사적으로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시인들의 대표적인 시 작품을 교과서에 적극적으로 반영함으로써, 우리 시문학사의 전통과 현재를 고루 학습할 수 있도록 제재를 선택하고 있다. 또한 6차 이전의 교과서 수록에서 배제되었던 모더니즘 계열, 리얼리즘 계열, 현재 활동하고 있는 시인들의 시 작품이 많이 수록되고 있다.

    이같은 『문학』 교과서의 현대시 수록 현황은 『국어』 교과서의 상황과도 변별되는 것으로, 『국어』에 수록된 현대시 작품보다 다양한 문학적 경향을 포괄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우리 현대 시문학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시인이나 시 작품의 경우 거의 모든 『문학』 교과서에 수록함으로써, 『문학』 교과서가 문학사적으로 정전으로 규정할 수 있는 작품 목록을 제공하는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2-3
    앞에서도 간단히 언급한 바와 같이 새로 개편된 7차 『문학』 교과서는 다양한 문학적 경향을 포괄하고 있다. 여기서는 『문학』 교과서에 수록된 현대시 작품 중에서 특이한 점 몇 가지를 정리함으로써, 문학교육의 새로운 경향을 점검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서 7차 『문학』 교과서에 수록된 현대시 작품 목록의 경향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문학' 교과서에 수록된 현대시의 경향과 시인들
    ·서정시 계열의 비교적 젊은 문인들
    김혜순, 황지우, 곽재구, 유하, 김용택, 최두석, 기형도(작고), 도종환, 장정일, 천양희, 함민복, 안도현, 최영미, 정호승, 이시영, 이건청, 나희덕, 이승하, 신진호, 고형렬, 유종순, 조예린, 장명희, 서정윤, 홍성란 등
    ·카프 또는 민족 문학 계열
    임화, 이용악, 백석, 오장환, 신동엽, 김수영, 신경림, 고은, 정희성, 양성우, 조태일, 김남주, 박노해 등
    ·친일 시 작품
    김팔봉, 김용제
    ·북한 및 조선족 시인
    「어머니 그 이름은 사랑입니다」(김진주, 북한), 「고향의 감나무」(김철, 조선족), 「아침」(최룡관, 조선족)
    ·기타 사항
    가곡, 대중 가요, 학생 작품, 인터넷 동호회 작품 등
    교과서 개발에서 문학사적으로 어느 정도 평가된 작품, 즉 1세대(대략 30년) 정도 지난 문학 작품을 수록하는 것을 관례로 삼던 지침이 없어지면서, 7차 『문학』 교과서에는 최근의 현대시 작품들을 본문이나 학습 활동의 제재로 삼고 있음을 먼저 지적할 수 있다. 위에서 보는 바와 같이,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는 젊은 시인이나 중진 시인들의 시 작품들이 6차 『문학』 교과서에 비하여 눈에 띄게 증가하였다. 이 점은 앞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학생들이 공감할 수 있는 동시대적同時代的 체험을 담은 시를 수록하여야 한다는 교육 현장의 요구를 반영한 것이다.

    아울러 6차 이전의 교과서가 순수 서정시나 저항시를 중심으로 편찬되어서 리얼리즘이나 모더니즘 계열의 시 작품을 많이 수록하지 않았다는 비판(윤여탁, 『문학 교재 구성을 위한 현대시 정전 연구』, 서울대 국어교육연구소, 『국어교육연구』 5집, 1998, 213면)을 반영하여, 특히 리얼리즘이나 민족 문학 계열의 시 작품을 적극적으로 수록하고 있다. 정지용, 김기림, 백석, 이용악 등 ‘카프(KAPF)’나 ‘조선문학가동맹’에 참여했던 시인이나 1960~70년대 이후 민중·민족 문학을 표방하던 시인들의 시 작품이 고루 『문학』 교과서에 수록되어, 현대시 교육의 이념적 편향성을 극복하려는 의도를 보여주고 있다.

    또한 민족문학사의 치부恥部와 상흔傷痕을 드러내는 시 작품을 수록함으로써, 교육적 제재로서의 문학 작품의 저변을 확대하고 그 깊이를 심화시키려는 의도를 보여주고 있다. 즉 친일시나 북한 또는 중국에 거주하는 조선족 시인들의 시 작품이 교과서에 등장함으로써, 우리 현대 시문학이 겪었던 아픈 상처를 드러내고 있을 뿐만 아니라 통일을 지향하는 문학을 생각하게 하는 기회를 마련하고 있다. 그리고 이 같은 시도가 일부 『문학』 교과서에서 시작됨으로써, 문학교육의 바람직한 방향을 예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끝으로 7차 『문학』 교과서는 정전을 중심으로 교수·학습 활동을 할 뿐만 아니라 대중 문화 현상을 수용하여 제재나 학습 활동을 구성하고 있다. 예를 들어 가곡이나 대중 가요, 삼행시, 광고, 학생 작품, 인터넷 동호인 작품 등을 수록하여 현대시와 비교·감상하는 활동을 하거나 이들 대중 문화 작품들이 보여주고 있는 시적 특성을 학습하도록 하고 있다. 이 점은 현대가 대중 매체 또는 다매체 사회로 나아가고 있는 현실 속에서 현대시가 어떻게 대응할 수 있나 또는 어떻게 변화하고 있나를 보여주고 있다. 이를 통하여 현대 사회에서 독자를 잃어가고 있는 현대시의 운명과 시 교육의 방향을 개척하고 있다.

    이처럼 7차 『문학』 교과서의 현대시 수록 작품은 다양한 경향이나 갈래의 작품들을 수록하여 이전의 교과서가 보여주었던 문제점을 극복하고 있다. 즉 현대적인 시 작품, 리얼리즘 계열의 시 작품, 대중 문화 현상 등을 교과서에 반영함으로써, 과거 시 교육이 보여주었던 제재의 편향성에 대한 비판적 관점을 반성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현대 사회가 요구하는 현대시 교육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3
    일반적으로 교육은 ‘무엇’을 ‘왜’, ‘어떻게’ 배우고 가르치느냐로 요약할 수 있다. 이 중에서 ‘무엇’은 교수·학습의 대상이 되는 교과서에 수록된 제재, ‘왜’는 어떤 이유로 어떤 제재를 선택하였느냐는 교육의 목표, ‘어떻게’는 제재를 활용하여 교육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교수·학습 방법이다. 이 세 가지 요건 모두 교육에서는 중요하며, 교과서는 이 세 가지를 조직하여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필자는 수록된 제재보다는 이 제재를 가지고 이루어지는 교수·학습 활동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즉 교육의 실제적인 공간인 교실에서 교사와 학생간에 이루어지는 활동의 내용이 교육의 질을 결정한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학습 목표의 실현을 위한 학습 내용을 교수·학습하기에 적합한 제재를 선정할 수 있지만, 어떤 제재라도 교사가 학생과 더불어 수행하는 활동에 따라 교수·학습의 목표를 실현하기도 하고, 그렇지 못하기도 한다. 이런 측면에서 필자는 문학 교실에서 이루어지는 교수·학습 활동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같은 교육 활동은 교사 또는 학생, 교실 환경에 따라 전혀 다른 개별성을 보이며, 특히 교사의 역량에 크게 좌우된다. 그러나 대체로는 교과서에 제시된 학습 활동을 통하여 교수·학습 활동의 내용과 범주가 정해진다.

    이 부분에서는 7차 『문학』 교과서의 내용을 중심으로 현대시 교육의 ‘왜’와 ‘어떻게’의 문제를 중점적으로 살피고자 한다. 이를 위해서 국어 교육 또는 문학 교육, 시 교육의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서 편찬된 교과서의 체제인 단원 구성의 문제와 이 단원 구성에 따라 이루어지는 교수·학습 활동의 구체적인 실례를 분석하고자 한다.
     
    3-1
    일반적으로 검인정 교과서는 교육인적자원부에서 제시한 『국어과 교육과정』이나 『제7차 교육과정에 따른 2종 교과용 도서 집필상의 유의점』(교육부, 1999)을 준수하여 편찬된다. 여기에 제시된 이 지침들은 실제로 교과서의 내용과 단원 구성, 집필 방향을 결정하는 중요한 문서로, 이 지침에 따르지 않으면 교과서 검정에 통과할 수 없게 된다. 이 중에서 7차 교육과정에 제시되어 있는 문학 영역의 내용 체계는 다음과 같다.(『국어과 교육과정』, 151면)
     

     
    이 내용 체계에 따라 고등학교 『문학』 교과서는 대략 두 가지 방식으로 단원을 구성하게 된다. 그 하나는 문학사적인 순서에 따라 각 시기에 출현한 갈래의 대표적인 작품들로 각 단원을 구성하는 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갈래별 특성에 따른 기준과 문학사적 순서에 따른 기준에 따라 교과서 상·하권의 단원을 각각 구성하는 방식이다. 이 두 방식 중에서 예전에는 전자의 방식을 택하는 교과서를 선호選好했으나, 최근에는 후자의 방식을 많이 선택하고 있다. 여기서는 후자의 방식을 택하고 있는 교과서를 대상으로, 단원 구성상의 특성을 설명하고자 한다. 그 예를 보이면 다음과 같다.
     

    위에서 예로 든 교과서의 경우, 대단원의 구성 원칙은 교육 과정에서 제시하고 있는 내용 체계를 그대로 따르고 있으며, 중단원은 문학의 상위 갈래의 속성(屬性)에 따라 단원을 설정하고 있다. 이 중에서 상권의 대단원은 ‘문학의 본질’, ‘문학의 수용과 창작’, ‘문학의 수용과 창작’과 ‘문학의 갈래’를 혼합한 3개의 단원을 구성하고 있으며, 중단원은 문학의 상위 갈래와 그 갈래가 가지는 문학적 속성(문학의 속성, 문학의 실체, 문학 활동 등의 개념에 대해서는 김대행 외, 『문학교육원론』, 서울대 출판부, 2000. 참조)에 따라 3~4개의 단원을 설정하고 있다. 또한 하권은 ‘문학의 문화적 소통’, ‘문학과 문화’와 ‘문학사적 흐름’을 통합한 ‘문화의 흐름과 문학의 양상’, ‘문학의 가치화와 태도’ 등 3개의 대단원으로 구성되었다.

    그리고 문학의 갈래별 속성에 따라 구성된 중단원은 개별 작품을 제시하여 소단원을 구성하고 있는데, 이때 중단원에 포함되는 작품들은 학습 목표를 실현할 수 있는 교수·학습 활동에 적합한 서정 갈래의 제재를 택하여 소단원에 제시하고 있다. 즉 각 중단원에 포함되는 소단원은 문학의 하위 갈래인 고대 가요, 시조, 민요, 현대시를 같이 제시함으로써, 문학의 하위 갈래별 특성이나 속성보다는 상위 갈래의 속성에 따르는 통합성을 강조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문학의 이론이나 제재에 대한 설명 방식은 문학의 실체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먼저 문학의 본질이나 서정 갈래의 속성에 대한 이론적 설명을 제시하고, 이에 맞는 현대시 제재를 수록한 다음 학습 활동을 하도록 구성되어 있다. 소단원의 내용인 제재 학습 부분에서는 작가에 대한 소개와 ‘이해와 활동의 길잡이’나 ‘자료실’을 학습하여 문학 작품에 대한 지식을 습득하거나 중단원의 문학 속성에 대한 원리와 문학 작품에 대한 지식을 활용하여 제재로 제시된 문학 작품을 수용·감상하게 하고 있다.

    끝으로 각 갈래별로 구성된 중단원의 마무리 부분에서는 ‘창작의 방법과 실제’라는 단원을 설정함으로써, 문학의 수용을 넘어 창작 또는 표현의 원리 및 실제를 교수·학습하도록 하고 있다. 이를 통하여 7차 『문학』 교육과정의 특성의 하나인 창작 교육(물론 전문가적인 창작보다는 감상문 쓰기, 패러디 등 창조적 재구성, 습작 수준의 창작을 요구하지만)을 실천하는 학습을 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3-2
    '문학' 교과서를 통한 문학 교육, 시 교육은 앞에서 논의한 바와 같이 문학의 본질에 대한 이론, 문학의 속성에 대한 원리, 문학 작품에 대한 지식 등을 교수·학습할 뿐만 아니라 학습 활동을 통하여 문학 작품을 이해·수용하거나 표현·창작하는 활동을 통하여 이루어진다. 즉 학습자의 문학 또는 문학 작품에 대한 지식으로 전환되거나 학습자의 문학 능력으로 고양高揚되게 된다. 나아가서는 학습자의 간접 체험으로 내면화되게 된다. 이 같은 문학 활동은 학습 활동으로 제시된 문제에 답을 하는 방식으로 교수·학습하게 되는데, 그 실례를 보이면 다음과 같다.
     
    한국교육미디어 『문학』 교과서의 「목계장터」 학습 활동 구성
    ·이해하기
    1. 「목계 장터」는 어떤 방법으로 운율을 형성하고 있는지 말해 보자.
    2. 「목계 장터」에서 이미지가 서로 대비되는 시어를 찾아 정리하고, 이 시어들이 주제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 발표해 보자.
    ·확장하기
    1. 다음 시를 읽고, 이 시의 언어적 특징과 그 효과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김영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2. ‘하늘은 날더러 바람이 되라 하고, 산은 날더러 잔돌이 되라 하네.’와 비슷한 방법으로 운율을 형성한 광고 문구를 찾아보자.
    ·다시 보기
    1. 시를 읽고, 다음 활동을 해 보자.
        (박용철, 「떠나가는 배」)
    2. 시를 읽고, 다음 활동을 해 보자.
        (김기림, 「바다와 나비」)
    ⑴ 이 시에서 대비되고 있는 두 가지 색깔을 찾아보고, 색채의 대비가 주제의 전달에 어떻게 기여하고 있는지 설명해 보자.
    ⑵ 이 시에서 ‘바다’와 ‘나비’의 상징적 의미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깊이 보기
    1. 시를 읽고, 다음 활동을 해 보자.
        (유치환, 「바위」)
    2. 시를 읽고, 다음 활동을 해 보자.
        (김남조, 「설일」)
    ⑴ 이 시에서 눈 오는 날의 풍경을 감각적으로 형상화하기 위해 사용된 표현의 예를 찾아보자.
    ⑵ 이 시에 표현된 시적 화자의 삶의 태도에 대해 비판적인 관점에서 토론해 보자.
    ⑶ 다양한 이미지를 사용하여 ‘눈’을 소재로 한 편의 시를 써 보자.
    3. [가]와 [나]를 읽고, 다음 활동을 해 보자.
        ([가] : 이용악, 「그리움」, [나] : 학생 작품, 「그리움」)
     
    예시로 든 『문학』 교과서에서 학습자들의 구체적인 교수·학습 활동을 요구하는 부분은 각 제재에 대한 문학 활동과 ‘단원의 마무리’의 성격을 지닌 문학 활동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이 교수·학습은 7차 교육과정의 특성인 수준별 교육과정을 적용하기 위하여 보충형 활동(이해하기, 다시 보기)과 심화형 활동(확장하기, 깊이 보기)으로 나뉘어 활동이 진행되고 있다. 이 중에서 보충형 활동에서는 문학의 속성이나 원리를 제시된 제재에서 확인하고, 심화형 활동에서는 이렇게 학습한 속성이나 원리를 다른 제재에 적용·확장시키고 있다.

    아울러 문학 작품의 수용과 창작이라는 교육과정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서 수용이나 이해와 관련한 활동과 창작이나 표현과 관련된 활동이 같이 제시되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즉 문학 작품의 이해·감상에 머물지 않고 습작 수준일망정 학습자 자신의 체험과 결부시킨 글쓰기를 하거나 창작 활동을 하게 함으로써, 문학의 생활화, 내면화를 지향하는 7차 『문학』 교육과정의 정신을 반영하고 있다.

    또한 이 같은 교수·학습 활동은 문학 또는 정전에 매달리지 않고, 일상 생활 속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일상적 제재로 확대·적용하는 통합적 활동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를 통하여 문학 언어와 일상 언어의 교섭 양상을 확인하여 문학 활동의 폭을 넓히고 있으며, 제재로 제시된 현대시 작품을 수용·창작하는 활동뿐만 아니라 국어 활동의 하나인 의사 소통 능력 함양이나 문화 능력 함양, 문학을 생활화하는 태도 등으로 전환하는 활동을 하도록 문제를 제시하고 있다. 특히 이 같은 문학 활동은 7차 교육과정의 또 다른 특성인 과정 중심의 수행 평가가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끝으로 본문 텍스트로 제시된 현대시 제재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이해하기/다시 보기’ 활동은 학습 목표의 실현과 관련된 활동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확장하기/깊이 보기’ 활동은 중단원 설정의 기준이었던 문학의 속성을 통합적으로 확인하는 활동을 하거나 이 속성을 다른 문학 작품에 적용하여 확인하는 문학 활동의 확장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또한 이러한 문학 활동의 확장성은 어떤 문학의 원리나 속성을 다른 문학 갈래나 문종文種에 적용하기도 한다.

    이처럼 7차 『문학』 교과서에 나타난 현대시 교수·학습 활동은 수준별 교육과정, 수용과 창작 활동, 수행 평가, 문학 생활화, 통합성 등의 측면에서 다양한 문학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구성하고 있다는 특성이 있다. 이를 통하여 문학 작품 수용과 창작의 다양성을 유도하는 문학교육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있으며, 특히 학습자의 문학적 체험으로 전환시키거나 문학에 대한 태도를 바르게 정립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4
    5차 교육 과정기부터 『문학』 교과서가 독립적으로 편찬된 이후, 올해부터 새로운 7차 교과서를 고등학교 교육 현장에 적용하게 되었다. 7차 『문학』 교과서는 그동안 학교 현장에서 문학교육과 관련하여 제기된 다양한 비판적 요구들을 반영함으로써 많은 점에서 개선되었으며, 앞에서 살핀 바와 같이 긍정적인 측면도 많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교과서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 역시 만만치 않다. 여기서는 이 문제에 대해서 비판적인 관점에서 살펴보도록 하겠다.

    작년 8~9월에 있었던 전시展示 과정을 거쳐 올해부터 일부 고등학교의 교육 현장에 투입되는 11종의 『문학』 교과서는 여러 측면에서 참신한 시도를 보여주고 있지만, 교과서마다의 개성이 부족하다는 점을 먼저 지적할 수 있다. 즉 검정에 통과된 대부분의 『문학』 교과서 대단원 구성은 『문학』 교육과정 체계에서 제시한 내용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으며, 중단원은 교수·학습 원리 설명, 작품 제시, 작품 해설, 학습 활동으로 이어지는 방식으로 구성하고 있다. 이러한 거시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본문 텍스트로 제시된 작품의 해설이나 학습 활동의 내용과 같은 미시적인 측면도 거의 비슷비슷하다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

    그 이유는 국정 교과서인 『국어』나 검인정 교과서인 『문학』은 어떻든지 국가가 내용이나 체제를 통제하기 때문에 검인정 교과서 집필자들이나 출판사에서 모험이나 실험적인 시도를 하지 않고, 제재 선택이나 단원 구성, 학습 활동 등에서 안정성을 추구하게 된다.(뿐만 아니라 파격적인 실험을 시도하였던 교과서가 탈락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기 때문에 검정 과정이나 절차 등이 많이 개선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검정에 통과된 교과서는 대부분 비슷비슷한 수준과 내용을 보여줄 수밖에 없다. 따라서 보다 바람직한 교과서의 개발 방향은 자유 발행제를 도입하는 것이다. 점진적으로 교과서 자유 발행제를 도입하여 교과서 내용이나 체제의 다양성을 제고하고, 학습자나 교사들의 흥미를 이끌 수 있는 수용자 중심의 교과서 개발을 유도하여야 한다.

    다음으로 학습 분량의 과다過多를 들 수 있다. 앞에서도 밝힌 바와 같이 ‘도움말’이 『교사용 지도서』로 옮겨지면서 『문학』 교과서에 수록된 평균 작품 수가 대폭 증가하였다. 이를 계량적으로 설명하면, 『문학』 교과서 상·하권의 분량은 700쪽 내외로, 이렇게 많은 양의 내용을 8단위 총 136시간에 교수·학습하여야 한다. 그리고 이 같은 시간 배당에 따르면, 현대시 2편 정도의 작품에 대한 내용 학습과 이를 확인하는 학습 활동을 1시간 이내에 마쳐야 한다. 현대시에 대한 심층적, 체계적인 학습이 근본적으로 어렵게 편성되어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고등학교 교육 현장에서는 대학 입시 준비를 위한 문제풀이 시간이 절대 시간을 차지하는 관계로, 실제로는 이보다 더 적은 시간 안에 제재 학습을 마무리해야 하는 실정이다.

    또한 7차 『문학』 교과서가 지향하는 특성들 ― 수준별 교육과정, 수용과 창작 활동, 수행 평가, 문학 생활화, 통합성 등 ― 의 관계가 분명하게 정립되어 있지 않다. 특히 현대시를 현대시로 배우는 것을 목표로 하는 수용과 창작 활동, 일상 생활 속에 적용하는 문학 생활화, 통합성의 원리 사이의 관계가 분명하게 설명되지 않음으로써, 현대시의 폭을 확장하려는 의도를 보이고 있다는 긍정적인 점에도 불구하고 현대시의 특수성이나 문학성에 대한 이해라는 목표에 도달하기 어렵게 구성되어 있다. 예를 들면 수행 평가의 경우, 대부분의 활동이 문학교육이나 현대시 교육과 관련된 활동보다는 국어 활동이나 일상 생활과 관련된 활동이기 때문에 현대시 교육의 목표와의 관련성이 떨어지고 있다.

    끝으로 현대시 작품에 대한 내용 학습이 이루어지는 작품 해설과 이를 확인하는 학습 활동의 단계성, 구체성이 부족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즉 각 단원의 학습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서 제시되는 현대시 작품과 이 작품에 대한 해설, 목표 관련 학습 활동이 포괄적이거나 배당된 시간에 해결할 수 없을 정도로 부담이 큰 활동이다.(위에서 예로 든 ‘깊이 보기’ 활동 참조.) 이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학습 목표를 중심으로 현대시 작품에 대한 해설을 기술하여야 하며, 학습 활동 역시 다양성이나 확장성보다는 학습 목표 확인을 위해서 단계적 활동으로 구성해야 한다.

    윤여탁    1955년 충남 논산 출생. 서울대 국어교육과, 동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졸업. 1988년 《문학과 비평》으로 등단. 『리얼리즘의 이론과 실제』, 『시 교육론 1, 2』 등 다수의 논저가 있음.
     
    새 교과서 수록시와 시 교육에 대한 소견
    이희중 (시인·문학평론가·전주대 교수)

    1. 새 국어 교과서
    최근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는 괄목할 만큼 진화했다. 제7차 국어과 교육과정을 구현한 새 교과서는, 천연색 인쇄와 그에 따른 지질의 고급화라는 외형적 변화에 걸맞게, 그 내용에서도 크게 바뀌었다. 그간 축적된 국어교과 교육학의 연구 수준이 적극적으로 반영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 국어 교과서는 단순한 독본 자료의 모음라는 구태에서 완연히 탈피하여 교육의 틀과 지향을 자상하게 포괄하고 있다. 단원 구성도 변화하는 정보와 매체 환경을 반영해 설계되었고, 각 단원의 내부 얼개도 다층화·입체화되어 친근한 얼굴로 학습자 앞에 있다.

    문학 전공자로서 아쉬운 점은, 과거에 비해 문학 작품의 비중이 줄어들었다는 사실이다. 그 까닭은 아마 중등학교 국어 교과에 대한 개념이 다소 바뀐 데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단순하게 계산하자면 광고, 대중가요, 영화, 만화, 방송 보도와 드라마 등에서 사용되는 매체 언어 텍스트가 새로 유입된 만큼 문학 텍스트의 양이 줄어들었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 전체 수록 텍스트의 총량이 줄어든 것도 한 이유가 될 것이다. 이제 문학 텍스트는 문자언어 영역에서 확보해온 독점적 지위와 배타적 지분을 상당 부분 할애하여 매체언어에 양도하게 되었다고 해도 지나칠 것이 없다. 그렇다고 이를 문학의 위상 실추라고 보는 것은 문제를 지나치게 단순하게 보는 일이 될 것이다.

    진화된 국어 교과서에서 문학은 적어도 그 자체의 예술성이나 이른바 위의威儀 때문에 존중되는 것이 아니라 국어 또는 언어의 각별한 효용 영역 가운데 하나로서, 또는 개인의 정서와 사상을 적실하게 반영한 언어 매체로서 인정받는 것이라고 생각해야 한다.1) 이제 국어 교과서에 특정 작가의 특정 작품이 수록되었다는 것은 모종의 문학사적 평가와 판단의 결과로서 그 작가와 작품에 주어진 영광이라고 보는 것은 적절하지 않게 되었다.2)

    2. 새 교과서에 실린 시들
    교과서에 특정한 시가 선정·수록된 사실이 합당한가 그렇지 않은가를 비판적으로 따져보는 일은 수월한 일에 속할 테지만 긴요하거나 보람있는 일은 아니다. 비판하기는 쉽지만 다른 논란의 여지없는 대안을 장만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교과서에 실릴 만한 시의 숫자에 비해 실을 수 있는 시의 숫자가 턱없이 적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떤 시를 선정하든 비평하는 이의 입맛을 두루 만족시키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이런 유의 선정 작업은 필요악인 측면이 반드시 있다.

    요컨대 국어 교과서에서 다룬 시에 대해 그 선정의 기준을 따지는 일은 그다지 명분이 없는 일이 되었다. 단지 우리는 특정 작품이 국어교과 교육학의 견지에서 그 구성 체계를 고려할 때 해당 단원에 적합한 사례인가가 중요한 기준이 될 뿐이다. 본격적이고 실질적으로 작품 선정의 적절성을 논변하려면 『문학』 교과서를 살펴야 하는 것일 텐데, 유감스럽게도 현행 교육과정에서 사용될 문학 검인정 교과서 11종은 아직 소상히 알려지지 않았다.3)

    새 국어교과서에 수록된 시는, “노래의 아름다움”이라는 대단원을 구성하는 다섯 개의 소단원에서 제각각 하나의 소단원을 차지하고 있는, 김소월의 「진달래꽃」, 이육사의 「광야曠野」, 정지용의 「유리창琉璃窓」 등 세 편과, 다른 대단원들에서 준비학습에 이은상의 「가고파」, 심화학습에 백석의 「여승女僧」, 박재삼의 「추억에서」, 정인보의 「자모사慈母思」 등 네 편을 더하여 모두 일곱 편이다.4) 이중 우선 살펴야 할 작품은 정규학습단원이라 할 수 있는, 소단원에 실린 세 편이다. 준비 학습과 심화 학습은 소단원 보조자료의 의미를 가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박재삼의 「추억에서」와 정인보의 「자모사」는 이청준의 빼어난 단편 소설 「눈길」이 소단원으로 포함된 대단원 “효과적인 표현”에서 이 소설의 주제와 유관한 시 세 편을 모은 심화 학습에 수록되어 있다.5) 그러므로 엄밀하게 말할 때 이들 작품이 우리 시문학사에서, 또는 같은 시인의 시 중에서 배타적으로 작품성이 뛰어나서 선정된 것이 아니다. 이은상의 「가고파」와 백석의 「여승」은 대단원 “노래의 아름다움”에서 각각 준비 학습과 심화 학습에 자료로 실렸으니, 일곱 편 가운데 다섯 편이 대단원 하나에 수록된 셈이다.

    소단원으로 수록된 김소월과 이육사의 작품은 제6차 교육과정을 반영한, 바로 전의 교과서에 수록되었던 작품이며, 정지용의 작품은 새로 선정·수록된 것이다. 이들 작품의 시문학사적 가치를 왈가왈부할 필요나 의도는 내게 없다. 다만, 목차에 그 작품이 명시되는 현대시 작품 세 편이 모두 해방 이전 작품인 점이 크게 아쉽다. 이는, 이웃 장르인 소설에서 선정된 네 편 가운데, 염상섭을 제외한 작품들, 즉 박완서, 윤흥길, 이청준의 작품이 모두 1970년대 이후의 작품인 사실과 뚜렷한 대조를 이룬다. 유독 시가 식민지 시대의 작품에 비해 이후의 작품이 소설과 뚜렷이 구별될 정도로 질적으로 낫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들 세 편의 시는, 「청산별곡靑山別曲」, 「어부사시사漁父四時詞」 등 두 고전시가 작품과 함께 “노래의 아름다움”이라는 단원에 묶여 있다. 시대적 연속성을 고려해야 하는 단원의 성격 때문에 식민지 시대의 빼어난 작품을 뛰어넘기 어려웠던 것이 작은 이유일 수는 있다. 그러나 소설에 네 편을 할당하면서 시에 세 편을 할당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시 세 편은 소설 한 편이 차지하는 지면의 십분의 일도 되지 않는다. 이런 정황에 주목할 때, 어쨌든 해방 이후 60년 가까이 진행된 현대시의 성취를 홀대하고 있다는 점은 자명하다.

    이런 사정은 준비 학습과 심화 학습에서 선정된 작품들을 살펴보아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그 넷 가운데서 박재삼의 시만 해방 이후의 작품이기 때문이다. 전체로 보든 소단원으로 보든 절반 이상은 해방 이후의 작품을 선정해야 옳았을 것이다. 특히 준비와 심화 학습에서는 훨씬 더 자유롭게 최근의 텍스트를 선정했어야 했다. 이는 대부분의 단원에서 최신의 매체 언어와 텍스트들을 도전적으로 선정했기 때문에, 이들 텍스트와 형평성을 기하기 위해서는 문학의 텍스트들도 같은 조건을 적용했어야 했다는 말이다.

    비공식적으로는 새 교과서에 현대시가 한 편 더 실려 있다. 박완서의 「그 여자네 집」이라는 소설에 전문 인용된 동명의 작품인, 김용택의 시가 그것이다. 이 시는 동명의 소설을 낳은 씨앗과 같은 작품인데, 새 교과서에 실린 문학 작품들 중 가장 최근에 쓰여진 시 작품이다. 이 작품의 선정은 편찬자들의 지혜 또는 장난기의 소산으로도 보인다. 어쨌든 이 작품은 여러 모로 절묘한 선택의 결과라고 할 만하다. 소설에 인용되어 엉겹결에 교과서에 수록된 김용택의 시가 정식으로 선정·수록된 다른 어떤 시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음을 나는 강조하고 싶다.   

    3. 교육의 왜곡과 시 교육
    이즈음 우리 나라의 여러 여건과 좌표에 견줄 때 기형적으로 뒤떨어진 분야는 정치와 교육이다. “이런 정치와 교육에도 이 나라가 이만큼 지탱되고 있는 것은 기적 같은 일이다”라는 말은 폭언이 아니다. 나는 이 대목에서, 십 년 이상 공교육의 공간에서 학생을 가르쳐 온 사람으로서 일말의 부끄러움을 느낀다. 그러나 짚고 가야 할 것은, 정치의 낙후성이 정치인과 국민의 합작으로 성립된 것과 마찬가지로 교육의 낙후성도 교육자와 학습자의 합작으로 성립된 것이라는 사실이다. 초·중등 교육이 이루어지는 12년은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하므로, 학습자는 그 학부모가 대리한다고 보아야 한다.

    교육 과정은 면모를 일신하였고 이를 반영하여 새 교과서는 진화하였다. 또 운용의 간단하지 않은 문제에도 불구하고 중등교육 이수자를 대상으로 국가가 관리하는 시험은 그 골격에서 바른 길 위에 있다고 판단된다. 나는 고등학교 졸업생들 가운데 대학에 진학하려는 학생들이 예외 없이 치러야 하는 수능시험 언어영역 국어 문제의 수준에 상당한 신뢰감을 느낀다. 문항들은 출제자들의 숙고와 노고를 드러내고 있어, 말 그대로 정규 교과 교육을 충실히 학습한 학생들이 좋은 성적을 얻을 수 있을 듯하다.6) 이런 정도라면 우리 교육의 외적 실상은 큰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좋은 교재와 좋은 평가 도구가 있으니까. 그렇다면 도대체 어디가 병들었는가.

    우리 제도 교육의 가장 문제적인 왜곡은 수능시험을 대비하는 교육자와 학습자, 또는 그 학부모들의 자세에서 비롯한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이 대목에 관한 한 가장 중요한 책임 소재는 학부모에게 있다. 그들이 바로, 공급의 질과 양을 좌우하는 수요 당사자, 즉 실질적인 교육 소비자들이기 때문이다. 왜곡된 수요는 왜곡된 공급을 낳는다. 대다수의 학부모들은 정규 교과 교육을 신뢰하지 않고 수능시험 결과인 점수에만 관심을 가지고 있다. 사교육은 학부모들의 이런 왜곡된 욕망 때문에 창궐한다.7) 사교육 종사자들은 자신들의 존립 기반이 학부모들의 저급하고 이기적인 욕망에 의존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므로 다른 무엇보다도 학생들의 시험 점수를 단기간 내에 표나게 높이는 방도를 찾고 전수하고 자랑하는 데 몰두한다. 성과를 단기간 내에 이루려다보니, 예상문제 풀이 위주의 길을 선택하지 않을 수 없다. 학생들이 수능시험만을 위해 날림으로 만들어진 저급한 문제를 풀 때, 교육과 지식의 질은 더욱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와 같은 왜곡의 구조는 공교육이 조장한 측면이 없지 않다. 상급 학교 진학 실적과 그에 따른 명망에 급급한 많은 학교들이 정상적인 교육을 내던지고 득점 위주의 교육을 선택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런 학교들의 원칙 방기는, 학부모들의 이기심과 무지가 낳은 결과보다 더 낫다고 할 게 없다. 그들은 정상적인 교육을 담당하고 실천할 최후의 보루이므로 오히려 책임이 더 무겁다고 해야 옳다. 최근에 이르러 공교육과 사교육은 공생적 야합에까지 이르고 있다.

    이런 왜곡의 소용돌이 속에서 시 교육도 뒤틀리게 되었다. 학생들에게 교과서에 수록된 시는 잠재적인 시험 문제의 재료에 불과한 것이 되었다. 학생들은 교과서에 수록된 시들을 감상의 대상으로 보지 않고 험난한 입시 전쟁터에서 맞닥뜨린 장애물로 본다. 교육자는 학생들에게 시를 이해하도록 권유하기보다는 시험에 꼭 필요한 부차적 지식과 일률화된 타인의 감상 결과를 외도록 요구한다. 이렇게 하여 젊은 세대들에게 시에 대한 근원적 적대감은 각인된다.

    4. 시 교육의 기본 방향
    학교에서 시를 가르치는 일차적 목적은, 학생들 스스로 시를 감상하고 즐길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기 위함이다. 여기에는 시를 감상하고 즐길 능력이 인생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이 전제되어 있다. 진정으로 시를 감상하고 즐기는 능력은 훈련을 통해 얻어지는 것이다. 이론과 방법론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실습이다. 한 인격의 절실한 목소리를 귀 기울여 듣고 그 소득을 마음으로 읽어내는 일, 이는 훈련과 실습을 통해 습득되는 것이어서 기능과 기술의 측면을 갖는다. 바람직한 모양으로는, 중등학교에서 국어와 문학 교과를 배운 학생들은, 시장에서 자신의 입맛에 따라 과일을 고르듯이 도서관과 서점에서 자신의 감각에 맞는 시집을 고를 수 있어야 한다. 이들이 바로 문학 교육 또는 시 교육의 궁극적 이상형인 주체적 독자, 자율적 독자, 능동적 독자들인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적지 않은 국어 교사, 문학 교사들은 시 수업을 두려워한다. 그들 스스로가 주체적 독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자전거를 탈 줄 모르는 사람이 자전거 타기를 가르치기는 어렵다. 그러므로 시를 자신의 힘으로 읽어본 적이 없는 교사들은, 그들이 처음 시를 배울 때 그들의 선생이 그랬듯이 다른 사람의 감상을 전달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전문적인 문학연구자들이나 문학비평가들의 현학적인 감상 결과가 시에 낯선 학생들 앞에 던져진다. 그들에게 현학적인 감상과 분석은 경전처럼 보이며 마침내 경전이 된다. 자신의 능력으로는 도무지 생각해 낼 수 없는 어마어마한 내용의 낱말과 수사가 ‘빈약한’ 텍스트를 풍요롭게 치장한다. 그 장식들의 종류와 색깔과 위치는 시험에 나오므로 뜻을 알지 못해도 기억은 해야 한다.
     
    문학상 응모시들을 보면, 자신이 쓴 시의 부분에 밑줄을 긋거나 번호를 붙여 아래에 따로 장황하게 의도와 비유의 내막을 설명한 사람들이 있다. 나는 이야말로 우리 시 교육의 문제를 극명하게 드러내는 비극적 증거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시란 일종의 퀴즈 또는 퍼즐로서 그 깊고 깊은 속뜻은 반드시 따로 길게 설명되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음에 틀림없다. 그들은 한 편의 시에 따르는, 참고서에서 보았고 수업시간에 확인하기 일쑤인, 주제, 소재, 제재, 구성, 구절풀이 등 시 학습에 소용되는 간접적인 지식들을 시인이 애초 염두에 두었거나, 모종의 절차를 통해 직접 확인한 것으로 오인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편찬자들이 교과서에 실을 작품을 고를 때 이미 지식 교육을 고려해 명쾌하고 단일하게 위와 같은 지식 항목들이 정돈될 만한 작품을 고른다는 혐의를 지우기 어렵다. 교사가 혼란 없이 단호하게 가르칠 수 있어야 하고, 시험문제에 내서 이론의 여지없이 단일한 답을 주장할 수 있는 지식의 보따리를 대동하지 않은 시는 교과서에 수록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 편의 시를 읽을 때 그 시를 쓴 사람의 생애에 대한 정보와, 내용과 관련한 정황 정보들이 각별한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부정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와 같은 부차적 정보들이 지나치게 일찍, 즉 학생이 시를 충분히 감상하기 전에 제공될 때 자발적인 독서 체험의 기회가 원천적으로 박탈되는 위험성을 경계하려는 것이다. 시를 읽어보기도 전에 주제와 소재, 핵심어 등등을 미리 학습하고 나면 예술 작품으로서 시의 숨결과 향기는 사라진다. 이후 강요되는 빼어난 시 연구가의 일률적 분석과 해석은 ‘유일한 정답’의 형태를 띠게 되며 그것의 학습 여부는 시험으로서 판가름된다.

    시를 공부하는 바람직한 첫 단계는 우선 학생들에게 시를 여러 차례 읽어보게 하고, 소감을 부담 없이 말하게 하고, 같은 방식으로 다른 사람의 의견에 대해서도 논평하게 하는 것이다. 이 단계에서 교사는 학생들이 질책에 대한 두려움 없이 편안하고 자유롭게 자신의 속마음을 이야기하도록 도와야 하며 규제와 조건을 늘어놓지 않도록 세심하게 배려해야 한다.
     
    그리고 시에 대한 분석이나 해설보다는 시 속에 담긴 체험에 유관한 주체적 발언을 장려해야 한다. 엉뚱하고 황당한 의견은 다른 학생들의 반대와 동의를 활발하게 불러일으키므로 시를 읽는 또 다른 재미를 배우게 할 수 있으며, 결국 그 시의 핵심적 내용으로 다가가는 징검다리가 된다. 즉 틀린 의견은 그것 아닌 다른 의견의 타당성을 높여주는 것이다. 교사는 학생 하나하나가 아닌 ‘학생들’의 능력을 충분히 신뢰할 필요가 있다. 성공적인 경우 그들은 자율적이고 주체적인 토론을 통해 한 편의 시에 대한 가능한 해석의 한 가지에 도달하게 된다. 물론 그것이 재래식 교육에서 금과옥조로 여기던 ‘유일한 정답’과는 일치하지 않겠지만, 그 시의 대의와 완전히 어긋나지도 않는다.

    이와 같은 단계를 거친 다음, 교사는 시에 대한 부차적 지식들을 알려줄 수 있다. 이때 교사는 전 단계에서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을 해명해 주고, 가능한 다른 해석 방법을 제시해도 좋다. 다만 어떤 해석도 절대적인 권위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며, 다양한 해석의 방법이 오히려 문학을 즐기는 옳은 길임을 강조할 필요는 있다.

    이렇게 시를 공부한 학생은 처음 만나는 시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리고 시인들이 공들여 쓴 시를 난해하다는 이유로 백안시하지도 않는다. 그들은 시험에서도 강하다. 제 스스로 시를 읽을 능력이 있으므로 교과서 밖에서 출제되거나 처음 보는 시가 제시되더라도 문제에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들이 습득한 이 중요한 능력이 시험을 마친 후에도, 학교를 졸업한 후에도 유효하다는 것이다. 그들은 평생 시를 누구의 도움도 없이 읽을 수 있다. 산문과 구별되지 않는 유치한 시를 덩달아 좋아하는 데서 나아가 주체적으로 자신의 취향에 맞는 시를 서점과 도서관에서 찾아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그들이 결과보다 방법과 과정을 더 충실히 배웠기 때문이다. 결과만을 공부한 학생들은 이미 학습하고 암기한 내용은 틀림없이 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공부하지 않은 시, 암기가 불명확한 시에 대해서는 바르게 답할 수 없을 것이다.

    이보다 더 나쁜 것은 그들이 시에 대해서 부정적 인상을 평생 갖게 된다는 점이다. 그들에게 시는 젊은 날 자신을 괴롭힌 시험이라는 괴물과 한편이었으므로 우호적이기 어렵다. 특히 알지 못할 소리를 계속하는 듯이 보이기도 하는, 제 격의 시들을 더욱 싫어한다. 악몽이 되살아나기 때문이다. 그들은 평생 시를 멀리하거나 아주 쉬운 시만 읽으며 살아갈 가능성이 많다.      

    5. 시 교육의 앞날을 위해
    우리나라는 아직도 시가 대중들에게 각별하게 사랑받는 이례적인 나라라고들 한다. 외국의 사례를 들어보면 그 말이 사실인 듯하다. 대형 출판사에서 수백 권에 이르는 시집 시리즈를 계속 간행하고 있다거나, 어지간한 규모의 서점에 어김없이 시집만 모아 놓은 서가가 따로 있는 것 등은 그 움직일 수 없는 증거일 것이다. 그러나 흔히 거론하는 ‘기록적인 시집 판매량’은 긍정적인 증거로 들고 싶지 않다. 그 대부분이 사이비 시집들이기 때문이다. 시를 사랑하는 대중들의 에너지는 주목받아 마땅한 시집들을 향해 있지 않고, 저급한 취미와 야합한 장사꾼들의 시집에 쏠리고 있다. 이런 안타까운 사정은 시의 창작과 소개를 담당해온 사람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인데 그 중 시 교육자의 책임은 더 무겁다.
     
    시 교육자들은 지금부터라도 학습자들이 무엇보다도 스스로 시를 감상하고 즐길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일을 도와야 한다. 이 세상에서 주제, 소재, 제재, 구성, 어구풀이 등 간접 지식의 세례를 받는 시는 극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대부분의 시는 싱싱한 모습으로 저 홀로 있다. 교실을 떠나면 아무도 시를 해설해 주지 않는다. 사냥하는 법을 배우지 않은 맹수는 살아갈 수 없으며, 곡식과 채소와 고기가 지천으로 있어도 조리할 수 없다면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없다. 시를 배우는 학생들에게 다 만든 음식만 입에 넣어주지 말고 그들 스스로 음식을 만들게 하라. 그것은 비유로 말하면 일종의 생존 교육이며, 바로 말하면 일종의 지적 생존 교육이다.
     
    1) 새 국어 교과서의 편찬자들은 일러두기에서 “교과서는 수많은 학습 자료나 교재 중의 하나이다. 이 교과서에 선정된 제재 역시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교육 과정의 목표와 내용을 실현하는 데 비교적 적절하다고 평가된 자료이다. 따라서 교사는 교수․학습 목표에 비추어 보다 적절한 제재와 다양한 보충자료를 찾아 활용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2) 원칙과 명분이 그렇다 하더라도 교과서에 특정 작가의 특정 문학 작품이 수록되는 일은 예삿일이라고 볼 사람은 거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일정한 시기에 중등교육을 받는 모든 이들에게 특정한 작품이 전면적으로 일정한 권위를 동반한 채 노출된다는 것은 결과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대수롭지 않은 일일 수는 없다.

    3) 현행 제7차 교육과정에서, ‘국어’ 교과서는 국정교과서 1종으로 전 학교 공통으로 지난 2002년 제1학기부터 신입생이 이미 사용하고 있으며, ‘문학’ 교과서 11종은 검인정 교과서로서 각 학교는 이중 한 종을 선택하여 2003학년도 제1학기부터 사용할 예정인데 아직 확정, 시판되지 않고 있다.

    4) 새 국어 교과서는 총 15개(상권 8개, 하권 7개)의 대단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대단원의 내용은 ‘단원의 길잡이 - 준비학습 - 소단원 학습 - 단원의 마무리 - 보충․심화 학습’ 순서로 구성되어 있는데, 중심자료는 하나의 대단원에 2~5개씩 구성된 소단원이라고 할 수 있다.
    5) 현대소설 분야에서 소단원에 이청준의 「눈길」과 윤흥길의 「장마」를 새로 선정․수록한 것은 이번 교과서가 거둔 하나의 쾌거라고 할 수 있다.

    6) 수능시험의 난이도가 자주 논란의 대상이 되곤 한다. 이는 원칙적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평가는 다양한 정도의 학업 성취를 분별해 낼 수 있어야 한다. 점수 자체를 절대화하지 말고, 상대적 위치를 수치화하는 방법을 찾아내면 충분히 해결될 수 있는 일이다. 최근 논란이 된 소수점 이하 점수 처리 또한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산출된, 1점의 절반을 깎고 더하는 일이 사소하다면 그 평가 체계 전체가 사소한 일이 아니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무시해도 좋은 단위의 수치라면 원천적으로 산출하지 말아야 했을 것이다.   

    7) 시험을 남보다 잘 보게 하기 위해 별도의 교육이 필요하다는 생각은 일종의 편법주의이다. 이 편법은 ‘새치기’ 심리, 궁극적으로는, 전쟁 경험 세대가 특징적으로 공유하는 ‘하루살이’ 심리와 무관하지 않다.

    이희중   1960년 생. 1987년 《광주일보》, 1989년 《현대시학》으로 시인 등단. 평론집 『기억의 지도』, 연구서 『한국 현대시의 방법 연구』, 시집 『푸른 비상구』, 『참 오래 쓴 가위』 등.


    문화저널21 & 계간 시인세계 / 문학부문 munhak@mhj21.com
    관련기사
    [기획] 우리 시 교육 바로 가고 있나 2

    Copyright ⓒ 문화저널21 www.mhj21.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좋은 시와 시인을 섬기는 시 전문 계간지 [시인세계] THE POET'S WORLD
     
    기사입력: 2009/10/12 [00:01]  최종편집: ⓒ 문화저널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