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문학의 향기

[스크랩] [ 2010년 5월24일 ~6월5일 ] 주제 ...... 자연

맑은물56 2010. 6. 7. 13:42

 

자연 / 류인서

 

 

빈 냄비 안에 떨어진 한 닢의 우연한 금화

 

 

이것은

모서리 깨진 달의 작은 바퀴였다가

죽은 새 위장에 남은 숲의 여문 씨앗이었다가

사라진 코끼리거북의 마지막 발자국이었다가

내 잔등에 희미한 삼심할미 손자국, 씻겨나간 그 푸른 얼룩이었다가

혹과 혹 사이에 유목민 아이를 태우고 가는 암컷 쌍봉낙타 눈에 비친 고비의 아름다운 신기루였다가

종이거울 속에서 만남 거리여인 초상이었다가

일없이 수런대는 붉나무 야윈 그늘이었다가

녹슨 열쇠였다가

 

 

구부러져 흐르는 빛과 직진하는 이곳 시간과

흔들리는 당신의 눈,

나를 밟고 나를 지나 끝없이 나에게로 가는

닳아 문드러진 우리 산책에는 다행히

반납해야 할 슬픔의 지문이 따로 남아 있지 않으니

 

 

이것은

소금우물을 찾아가는 늙은 마방들의 말방울 소리였다가

기도였다가, 한 잎 마른 빵조각이었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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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에 대하여 / 정현종

 

 

자연은 왜 위대한가.

왜냐하면

그건 우리를 죽여주니까.

마음을 일으키고

몸을 되살리며

하여간 우리를

죽여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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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도 자연이어서  / 조병화


사람도 자연이어서
슬픔도 자연이어서
외로움도 자연이어서
그리움도 자연이어서
만남도 자연이어서
헤어짐도 자연이어서
사는 것도 자연이어서
죽는 것도 자연이어서

자연으로 있다가
자연으로 사라져가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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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독본 / 이면우 



나무는 땅거죽을 뚫고 나온 강자
쉴 새 없이 하늘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새는 껍질을 깨고 나온 투사,부리로
공기 겉가죽을 연속해서 터뜨리며 있는 힘껏 날아간다


나는 캄캄한 터널을 온몸으로 밀고 전사
상큼한 대기를 두 팔로 휘젓고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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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합창 /최영미

 


 

빗물에 떠내려가는 유년의 추억들.

 

장마철에 개울물 불어나는 콸콸

비바람에 나뭇가지 부러지는 딱딱

뒤란의 우물에 두레박이 닿는 찰싹

시골 개구리의 와글와글 합창

 

한밤중에 사촌들과 수박밭에 엎드려

요란한 개구리 울음에 오그라들던

훔친 수박을 배 터지게 나눠먹고 오줌을 싸던

그때가 좋았지

생(生)을 위로해주는 음악이 필요 없던

음악이 위로할 생활이 닥치지 않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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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 이시영

 

 

 곰은 사냥을 하기 전에 꼭 한번 씨익 웃는다고 한다.

그리고 그 뭉툭한 앞발로 파드락거리는 송어를 낚아채선

단숨에 그것의 멱통을 끊어놓는다. 곰의 전신은 이제 먹

잇감 앞에서 한없이 공순한 자연이다.

출처 : 현실참여 문인ㆍ시민 연대
글쓴이 : 허브와풍경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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