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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는 공부]“아, 4월… 나도 모르게 자꾸만 거짓말을”

맑은물56 2010. 4. 28. 19:14
[신나는 공부]“아, 4월… 나도 모르게 자꾸만 거짓말을”
 




 
초중고생들에게 4월은 ‘거짓말의 달’이다. 새 학년이 되어 처음 치르는 중간고사에서 더 나은 점수를 받기 위해 경쟁관계의 친구들에게 ‘처절한’ 거짓말을 하기도 하고, 포근한 날씨에 놀고 싶은 충동이 일어 교사나 부모에게 거짓말을 하기도 한다. 나들이가 잦아지면 용돈이 필요해지는 것도 당연지사라, 부모에게 용돈을 타내기 위한 거짓말도 횡행한다. 자녀들이 4월 들어 주로 구사하는 거짓말들을 알아보자.

먼저, 상대적으로 순진한(?) 초등학생들. 초등 5학년 김모 군(11·경기 수원시)은 교실 창밖으로 노란 개나리와 연분홍 벚꽃을 보면 공부하기가 싫다. 이럴 땐 담임선생님에게 “배가 아파요”라고 거짓말한 뒤 화장실로 간다. 변기 뚜껑을 내린 뒤 그 위에 앉아 휴대전화로 게임을 한다.

다음엔 세파에 다소 오염(?)된 중학생들. 중1 최모 양(13·경기 안양시)은 학원을 마치고 집에 온 뒤 자기 방에서 밤늦게까지 컴퓨터 게임을 한다. 최 양은 “학교 숙제는 없니?”라는 아버지의 질문에 “선생님이 숙제를 하나도 안 내줬어요”라고 답한다. 이에 아버지가 “그래도 컴퓨터만 하지 말고 수학 문제집이라도 푸는 게 어떻겠니?”라고 말하면? 최 양은 문제집을 펼치고 아무 보기나 골라 정답표시를 한 뒤 문제집 여백에다 문득 떠오르는 수학공식이나 숫자를 아무렇게나 갈겨쓴다. 그 뒤 아버지에게 보여준다. 아버지가 고개를 갸우뚱하면 “이 문제는 연립일차방적식에 관한 문제인데, 이 부분은 공식을 이용했고, 일부는 제가 암산으로 풀었어요”라고 둘러댄다. 아버지는 이내 만면에 웃음이 가득퍼진다.

성적 상위권인 중3 정모 군(15·경기 수원시)은 중간고사를 앞두고 거짓말이 부쩍 늘어난다. 성적 라이벌 관계에 있는 친구가 독서실에서 정 군에게 수학문제를 물어보면 정 군은 일단 그 문제를 집중해서 쳐다보는 척한다. 그리곤 “아, 나도 모르겠는데”라고 거짓말한다.

“그 친구가 물어보는 거 다 가르쳐주다간 제가 할 일을 다 못해요. 그 친구가 수학이 약한데, 수학까지 잘하면 저를 추월할 수도 있거든요.”

마지막으로 닳고 닳은(?) 고등학생들. 고1 임모 군(16·서울 서대문구)은 여자 친구와 ‘만남 50일’을 기념해서 영화를 보러가기로 약속했다. 임 군의 어머니는 임 군이 여자 친구가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른다. 어머니에게 임 군은 첨단 기법을 동원한 지능적인 속임수를 썼다.

먼저 컴퓨터로 인터넷에 접속한다.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서비스를 이용해 임 군 자신의 휴대전화로 ‘도서관 오면 문자바람. 나는 지금 열람실에 있음’이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내면서 이 문자메시지가 딱 15분 뒤에 송신되도록 설정을 해놓았다. 이때 ‘발신 번호란’에는 반에서 1등하는 친구의 휴대전화번호를 기입했다. 임 군은 이후 자신의 휴대전화를 어머니가 있는 부엌 식탁 위에 살짝 올려놓고 다시 방으로 들어왔다.

아니나 다를까. 15분 뒤에 자신의 휴대전화로 자신이 보낸 문자메시지가 수신됐다. 어머니는 “아들아, 문자왔다!”며 문자메시지를 흘깃 쳐다보면서 임 군에게 휴대전화를 건네주었다. 임 군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한 표정으로 “엄마, 저 도서관 다녀올 게요”라며 집을 나섰고, 어머니는 “공부하다 배고프면 뭐라도 좀 사먹어라”면서 용돈 1만원을 주었다. 물론 임 군은 도서관 대신 극장에 갔다. 어머니가 준 용돈으로 팝콘과 콜라를 사서 여자친구와 함께 ‘육혈포강도단’이란 영화를 봤다.

이승태 기자 st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