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참선기입니다.
74년 3월에 재수하면서 참선을 시작했다.
도선사 일요선원에서 일요일 오전 8시에서 10시까지 50분 좌선 10분 방선 형태로.
아무것도 몰랐지만 면벽의 엄숙함,내가 무엇인지 알고 나를 이기겠다는 마음으로
시작을 했다.
화두가 뭔지도 참선이 뭔지도 전혀 몰랐었고 우선 나를 알고 싶었기 때문에 나를 분석해보았다.
나의 장점과 단점을 계속 찾아보니 그 속에 나의 것은 없고 부모님의 것만
있었다.
나는 어디 있지?
그리고 중요하지만 답을 모르고 있었던 '왜 살지?'를 탐구했다.
재수생으로서 학과공부는 열심히 하면서 오가면서 그리고 좌선시간에 이문제를
파고 들었다.
답이 나왔다.'살아 있다는 자체가 너무 행복이라는 것을,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것을'
그리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 지"를 탐구했다.
스스로 답을 얻었다."착하게 남을 위해 살아야 한다"고
그리고 나를 둘러싼 현실적인 문제의 답을 찾아 봤다.
나는 왜 재수생이 되었지?-어리석어서
대학은 왜 가야 하지?-남을 도울 수 있는 힘을 기르기 위해서
수학은 왜 공부를 해야 하나?-사고력을 키우기 위해서
어떻게 하면 공부가 잘되나?-집중해야
남을 어떻게 도와야 하나?-물질 ? 정신?-정신으로 남을 돕자.
스님? 교사?-교사가 되자
저사람은 왜 거지가 되었을까?- 그 이유 1,2,3,4,5가지 이유...... 저사람이 할일
1,2,3,4,5가지 경우...
이런 식으로 의문이 되는 것은 무조건 답이 나올 때까지 파고 들었다.
이런 과정을 거쳤더니 나름대로 인생관,가치관이 세워졌다.
학과 공부도 잘 되었다.
그리고 육체를 조복시키는 연습을 했다.
결가부좌를 하고 50분씩 2번을 버티는 데 견디지 못하는 내가 미웠다.
내 몸인데 왜 내 마음대로 안 되나? 이기자
한번 결가부좌를 틀면 털끝도 안 움직이기로 하고 참았다.
숙달되니 육체의 편안함과 마음의 안정이 왔다.
몸에 신경 안쓰고 그 다음에 한일은 화두를 몰랐으므로 눈앞의 약 2미터 앞에
임의의 점을 찍어놓고 집중하는 연습을 했다.
그 점을 안 놓치려고 애썼다. 그 점에 집중,집중하다보니 어느 순간 우주도 내몸도 하늘도 지붕도 없어지고 나도 없어진듯한 경계가 왔다.내가 사라지는 것이 아닌가? 어떻게 내 몸으로 돌아가나? 걱정을 하는데 다시 도선사 호국참회원 지붕밑에 좌복을 깔고 앉아있는 나로 돌아왔다. 내마음속에 무한한 뭔가가 또 다른 세상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서 이렇게 나에게 일요일마다 재수생으로서의 마음을 정리할 수 있는 좋은 장소를 제공해주고 있는 선방이 고맙고 또 선방에 앉아는 있지만 정작 선이 무엇인지 불교가 무엇인지는 전혀 모르는 상태였으므로 도대체 불교가 그리고 참선이 무엇인지 알고 싶어서 도선사 책방에 있는 청담스님이 쓴 '선(禪)'을 사서 읽어보았다.
‘선을 선이라 하면 선이 아니요. 선을 선이 아니라 해도 선이 아니다........’
알수 없는 소리였다.그래도 뭔가 마음을 울리는 감동이 왔다. 읽어나가는 중에 승찬스님의 ‘신심명’을 읽는데 뭔가 알 수 없는 뭉툭한 감동이 왔다.
그리고 ‘이뭐꼬?’란 말을 보았다. ‘이뭐꼬?’란 나를 찾는 것이다. 나를 찾으면 그것이 곧 부처다.밥먹을 줄 아는 놈,부르면 대답할 줄 아는 놈,이놈이 무엇인가를 찾는 것이 참선이며 이놈을 알게되면 그것이 곧 진리를 깨닫는 것이라는 등의 말들을 읽었는데 신기하다는 느낌이 들었다.왜냐하면 철학과를 가려고 결심했고 이유는 나를 알고 나를 극복하기위해서 철학과를 가려고 한 것인데 내가 추구하는 것과 참선에서 추구하는 것 즉 나를 알고 나를 극복한다는 것이 통한다고 느꼈다. 더구나 단순히 나를 아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고 나를 알면 곧 부처가 되는 것이며 진리를 알게 되기까지 한다니 나를 알아야한다는 나의 목표에 더 많은 의미를 참선은 부여해주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내 생각은 현실에 충실하게 열심히 사는 것이 사람의 도리로 알고 있는데 혹시 불교가 만약에 이 현실을 무시하고 도피적인 종교고 참선도 그런 것을 강조한다면 그 사실을 아는 순간 바로 불교고 참선이고 집어치우기로 결심을 하고 나를 ,이 몸뚱이 끌고 다니는 놈이 무엇인지를 알고자 참선시간에 화두 즉 이뭐꼬?를 들기 시작했다.
그렇게도 안 이어지던 화두가 6월,7월 경에는 끊어지지않고 이어지기 시작했다.
얼음장이 두껍게 얼면 물고기가 고개를 내밀 수 없듯이
화두가 힘있게 이어지니까(얼음이 두꺼워지니까) 잡념이 화두의심사이를 비집고
들어오지 못하고 걸을 때나 학과 공부를 할 때도 계속 의심이 계속 이어짐을
느꼈다.
그러면서 느껴지는 마음의 편안함,
선어록에서 읽었던 깨달음이란 것이 거짓말이 아니라는 확신이 들었다.
10월 경에 도선사 일요선원에서 일요일 2시간 좌선할 때는 이런 마음으로 앉았다.
역대 선지식은 누구이며 나는 누구인가?
이번 입선(50분)동안 못 깨달으면 천지개벽이 일어나 세상이 멸하고 나도 죽는다.
자 내일을 어찌 기약하랴 이번에 끝내버리자는 마음으로 결가부좌를 하고
심호흡을 3번 하면서 '이 뭐꼬오오-?'를 하면 그대로 밖의
소리도 안 들리고 이몸이 있는 것도 모르고 있었다.
물론 핵심은 '이 뭐꼬?'다.
죽비소리에 다시 정신을 차리면 아직도 못 깨달은 나일 뿐,에잇 이 못난 놈아
이번 시간에는 기어이 내가 무엇인지 알고야 말리라 하면서 다시 50분 '이뭐꼬오-?'
그러나 또 못알았지만 그러나 그래도 느껴지는 환희심을 무엇에 비유하랴
내가 깨닫지는 못하였으나 분명코 선지식들이, 부처님이 거짓말을 않으셨다는
믿음,
내가 금생에 어떤 복으로 이 참선법을 만났단 말인가하는 고마움
학과공부를 해도 잠을 자도 걸어다녀도 화두는 산위에서 돌이 굴러내려오듯이
저절로 계속 의심이 더 커지는 것이 아닌가
잠에서 깬 후에 '아차,어서 화두들자 .이 뭐꼬?'가 아니고 이미 무서운 기세로
화두는 자는 동안에도 바윗돌처럼 굴러내려오고 그힘이 더욱 세어지고 있었음을 느꼈다.수학공부와 영어공부에 집중해서 열심히 해도 그 수학영어공부의 집중밑에서 화두는 화두대로 더욱 의심이 커지고 있었다.
전혀 무엇인가가 알아지고 보이고 하는 것은 전혀 없었다.
그러나 이 경지가 도대체 맞는 것인지를 100%확신을 가질 수가 없어서 어디 큰
스님을 만나려 해도 누가 큰 스님인지 아는 분도 없었고 우선 학과공부도 급하고
해서 대학을 간후에 점검을 받으리라 하고 아직 못 깨달은 것은 사실이므로
담담하고도 맹렬하게 '이 뭐꼬?'-이 몸뚱이 끌고 다니는 이 놈이 뭐꼬?
담담하고 당당함 너그러움 편안한 마음이었다.
깨달음이 있음이 분명히 믿어졌다.
그대로 확철대오를 했다면 인가를받거나 법상을 뒤집어 엎으므로써 역대
조사스님들의 은혜를 갚았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아직 깨닫지 못했다.
초라하게 큰 스님들께 그 경지가 도대체 맞는(제대로 한 경계)것인지를 질문을
하여 보았다.(성철 큰스님,춘성큰스님,해인사 혜암 큰스님,수덕사 원담 큰스님,경봉 큰 스님.월산 큰 스님은 못 만나 뵈었다.)
A (용화사 송담 큰 스님) : 얘기를 들어보니 해온 과정을 환히 알겠다. 그러나
깨달았다는 것은 아니고 지금 해온 대로 그대로
공부해나가면 된다.
B (송광사 구산 방장 큰 스님:법련사에 오셨을 때 뵈었다.몸이 아프시다고 해서
들어가지 말라는 것을 들어갔는 데 -시간이 저녁 8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몸이
아프니까 누워계실 줄 알았는 데 면벽하고 꼿꼿이 앉아 좌선하고 계셨다.
정진만이 할 일인 선승의 기상을 느꼈었다.) :
그러다가 깨닫는 거여.
- 차라리 나는 한 방망이를 내려주셨으면,'헛소리말고 더 열심히 정진해!'라고
호통을 쳐주셨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느꼈다.
C (해운정사 진제 조실 큰 스님: 해운정사에서 뵈었다.) : 본인이 알아서
판단하게
- 아니 큰 스님께서 판단을 해주셔야 하지않습니까?
- 본인이 알아서 판단하게
D (통도사 월하 방장 큰 스님: 통도사 방장실에서 뵈었다.) : 본인이 알아서
판단하세요
E (의성 고운사 근일 큰 스님: 고운사 선방을 새로 지을 때 뵈었다.) : 그 다음
단계(?)에 이르기 전이었구만.거기서 계속 공부를 해나가야 하는
것이야.
-나의 참선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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