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시인 유종인

[스크랩] 밸러스트수水-2009"제3회 해양문학상 수상작 / 유종인

맑은물56 2009. 12. 11. 10:56


 

밸러스트수水-2009"제3회 해양문학상 수상작 / 유종인

 

 

 

러시아 선적 12만 톤급 화물선은

유럽 지중해 연안에서 담고 온 바닷물을 부산항 인근 앞바다에 내품는다

출항하기 전 수십 만톤 선박의 평행유지를 위해

그 배의 단전(丹田) 깊은 곳에 바닷물을 채우고 온 화물선,

그 배의 최대 승객은 수출품만이 아니었다

멋모르고 채수된 수만 톤의 바닷물들

영문도 모르른 채 외국 선박의 아랫배를 채워주게 된 그 밸러스트수(水)

선창(船窓) 하나 없는 캄캄한 배 밑바닥에 들어앉아

배의 무게중심으로만 갇혀서 가는 곳 알기나 알았을까

 

오랜 항해 끝 입항한 배의 수문이 열리면

바닷물이 바닷물을 만나는 일도 낯설고 물 설어라

쉬 섞이지 못하고 지중해 연안의 바닷물이

남해 부산항 인근의 바닷물과 낯설게 맴돌다 가만히 깊어지듯

아마 그쯤에서 이역의 바닷물은

저도 모르게 품고 온 유럽산 따개비들과 유령멍게, 주름미더덕 같은

외래종 갯것들을 들러리처럼 항만에 풀어 놓는다

저들이 붙어살던 연안이 아니어서 낯선 바다 속이 죽음의 심연 같은가

불법체류자처럼 흩어지는 외래종들, 그러나 오래전

토종 홍합을 서서히 밀어낸 프랑스산(産) 담치조개들이

저만치 방파제 한켠에 바글바글하게 집성촌을 이뤘다

 

그쯤 우리네 바닷물을 한껏 품고 간 유조선의 밸리스트수도

유럽과 아프리카, 아메리카 항구 연안에

참게와 계화도조개 같은 우리네 갯것들의 뉴타운을 만들 것이다

침몰할 수 없는, 침몰하지 않는 배 바닥 깊숙히 한 바다를 싣고 가

이국(異國)의 연안에 이민자의 고난과 향수처럼

끝내 대양의 바닷물로 갈마들어갈 것이다

 

 



 

 
 
 

 

/ 시인

- 1968년 인천 출생
- 1996년 「문예중앙」에 시 '화문석' 외 9편이 당선되면서 등단.
- 2002년 「농민신문」 신춘문예 시조 부문과 
- 200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조 부문에 당선. 
- 2007년 ‘유하백마도'를 보다’ 로 '제2회 지리산문학상' 수상 . 
- 시집으론 <아껴먹는 슬픔(2002) 교우록(2005) 문학과지성사 >      
                <수수밭 전별기(2007) 실천문학사> 
- 에세이집으로는 < 염전- 소금이 일어나는 거울(2007)>         
                <산책- 나를 만나러 떠나는 길(2008)> 
- 현재) 시인학교 詩냇물 5기(2008) ~6기(2009) 강의 
- 현재) 『 현실참여 문인 . 시민 연대』"징" 창작교실 강의 

출처 : 현실참여 문인ㆍ시민 연대
글쓴이 : 허브와풍경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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