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 / 유종인
손바닥선인장엔
골고다의 예수보다 훨씬 많은
바늘못들이 손에 박혀 있다
떨어져버리는 잎새들의 환난을
저처럼 작고 뾰족하게 벼려 놓았다
잎새가 드리우던 흔적 없는 그늘 대신
겨우 손바닥 위에
촘촘한 바늘 그림자를 떠 놓았다
바늘로 햇살을 떠먹는 가시 숟가락들,
사막의 식사는, 햇빛에 인색해야 한다
바늘 몇 쌈을 뒤집어쓴 손바닥 안에
바늘 허리는 뿌리처럼 숨겨두었다
햇살마저 그림자 바늘을 토하는 한낮,
어떤 손길도 잘 닿지 않아
스치는 그림자마저 손잡아 주지 않는구나
스스로 감옥에 갇힌 저 늙은 초목들,
바늘을 한 웅큼 삼킨 사내의 목소리나
들어보고 싶구나
아니, 무수한 바늘을 품고도
선인의 掌은 스스로
손끝 하나 긁히거나 찔리는 법이 없다
그림자조차 남기지 않는 궁금한 바람이
푸르게 손뼉 치는 소리나 듣자고
신선의 손목을 건 듯 흔들며 지나간다
♧ 유종인 / 시인
- 1968년 인천 출생 - 1996년 「문예중앙」에 시 '화문석' 외 9편이 당선되면서 등단. - 2002년 「농민신문」 신춘문예 시조 부문과 - 200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조 부문에 당선. - 2007년 ‘유하백마도'를 보다’ 로 '제2회 지리산문학상' 수상 . - 시집으론 <아껴먹는 슬픔(2002) 교우록(2005) 문학과지성사 > <수수밭 전별기(2007) 실천문학사> - 에세이집으로는 < 염전- 소금이 일어나는 거울(2007)> <산책- 나를 만나러 떠나는 길(2008)> - 현재) 시인학교 詩냇물 5기(2008) ~6기(2009) 강의 - 현재) 『 현실참여 문인 . 시민 연대』"징" 창작교실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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