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문학 강의실 '징'

[스크랩] 창작 교실 6월 27일 강의 요점 정리

맑은물56 2009. 7. 7. 11:29

징 창작 교실 제 8 강 (2009.6.27)

 

@ 습작시 강평

 

   - 도로위의 숨바꼭질 / 정윤호

  
     어디로들 모여 숨바꼭질 하는지
     술래만 남아 널따란 도로 위가 훵하다

     잡힐새라 달리는 교차되는 도로위의
     질주하는 저들이 울어댄다

     세상살이 지 잘난 듯 조잘대는 그네들의
     두 눈이 부아리며 번쩍거린다
   
     쏘아대며 뱃속의 오염을 뿜어대며
     삶의 또 하루를 불나게 달려 뛰어댄다

     가슴 저어 밑바닥 구석에서 소리친다
     ㅁ ㅁ ㅁ ㅁ 세상살이
     무엇이 저리도 바빠서 내 앞을 가로막는지
     지 잘났다고 제 멋에
     나 잘났다고 나 하루를 살며

     술래는 어디론가 가버린 채
     어둠을 막아주는 가로등을 휘잡으며
     뻥 뚫린 도로 위를 거침없이 달린다

     동트는 동녘을 향해 새벽을 두드리며
     하루를 닫는다.

 


 ===> # 강평 : 말이 크다. 그래서 뚜렷한 인상이 안잡힌다.
                    근본적으로 술래가 키-워드인데 술래를 구체적으로 진술이나 묘사해야한다.
                    도로 위의 어떤 상황을 보여줘야 된다.
                    화자는 자기가 술래라고 하나 무엇의 술래인가?
                    궂이 설명하지 않으면서 보여주면 된다.
                    차를(오토바이) 버리고 걷게 되면 예전에 못 봤던 많은걸 보게 된다.
                    느리게 가면 만나는데 빨리 가게되면 스치기만 할 뿐인 도시의 생활이다.
 
                   시 내용을 들여다 보면,
                   2연의 '잡힐새라 달리는 교차되는 도로위의'
                   잡힐새라/ 달리는/ 교차되는 이것이 모두 이중 수식이다.
                   4연의 '쏘아대며 뱃속의 오염을 뿜어대며' 구절은 
                   '뱃속'이란 구체어에 '오염'이란 큰말을 써서 언밸런스하다.
                   '삶의 또 하루를 불나게 달려 뛰어댄다' 이 구절에서는
                   '삶'이란 큰말에 '하루'를 붙여 구체화 안된 말이 겹쳐졌다.
                   마지막 7연의 '동트는 동녘을 향해 새벽을 두드리며'는
                   '동트는 동녘'이 겹치는 말이므로 '동트는 새벽'으로 줄여야 한다.
                   끝행의 '하루를 닫는다'에서 '하루'는 시간적 개념이긴 하지만 막연하다.
                   구체적인 것으로 바꿔야 한다. 개념을 구체화하라!

                   시 쓰는 사람의 병폐는 압축을 해서 드러내는데 치중을 한다는 점이다.
                   아니면  수식을 해서 설명 하는데 치중을 한다.
                   술래도 한번 정도 등장하면 된다.두 세번 쓸 필요가 없다.
                   구체화를 해야 한다.
                   구체화되는 순서는 차량 > 버스 > 차창 이런 식이다.
                   말이 커지면 관념어가 된다.
                   숲 보다는 나무가 작은 말이고 나무 보다는 나무잎이 작다.
                   느끼는 인상을 그대로 떠오라. 구체적으로!
                   정확과 적확이 있는데,
                   정확은 가치판단이 들어있는 맞음이고
                   적확은 상황에 따라 맞음이다.
                  시는 표현으로 보면 '적확'이 맞다.
              
      


   - 개미목소리 / 박미림


     한쪽 청력 없이 산 세월,
     사십 중반 넘어 양귀비꽃 시들 때 소중함 알게 되었네

     친구에게 전화가 왔네
     사무실이라 조용조용 말 건네는 내게
    “네 목소리가 개미소리 같아 안 들려” 하더니
     어느 집 담벼락타고 채송화 씨앗 같은 개미들 행렬 보고 있다면
     그들이 나누는 이야기 엿 듣고파 귀 쫑긋해도 들리지 않는다 하네
     가까이 다가가도 까만 개미들은 나비처럼 도망가지 않는다 하면서
     저것들은 사람 알기를 우습게 하나봐 아니면
     날 깔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친구의 말이 의미심장하게
     다가온 오후 혼자 씩씩거리는 친구 모습 상상하니
     웃음이 터져 나와 피식피식 거리다
     들리지 않는 한쪽 귀에 손가락을 넣어보았다
     피식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호기심으로 다른 쪽 손가락 청력 남은 귀를 막아 보았다
     피식거리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윙윙거릴 뿐
     개미목소리가 이런 소리인가 싶어
     아침마다 코 막고 청력있는 귀에 공기 불어넣는 일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이력인가 하는데
     일렬종대 한 무리의 개미가
     근엄하게 잘 익은 오후 햇살을 등에 이고
     양귀비꽃 그늘을 지난다
     발소리 요란하게 진군 하는데
     오랫동안 쪼그려 앉아있을 친구는 여전히
     아무소리 듣지 못했는지 궁금하다
     내 귀에서는 분명 웅웅거리는 개미들의
     웅성거림이 들려오는데

 


 ===> # 강평 : 상당히 시적으로 잡을 수 있는게 꽤 있는 소재다.
                    감각적으로 듣는 귀와 아닌 귀!
                    화자가 웅숭깊다.
                    내용을 보면 혼돈이 생기는 부분이 좀 있다.
                    간명하게 상황을 정리하는게 좋으니 연을 나누는게 좋겠다.

                    내용을 보면 1연에서 '청력'은 한자어이니 구체어로 바꾸자.
                    귀나 소리를 넣는다든가...
                    '세월'은 큰말이니 피하는게 좋겠다.
                    '소중함 알게 되었네'는 설명적 뉘앙스이고,화자가 지시할 필요가 없다.
                    양귀비꽃 시들 때 왜 소중한가?  읽는 사람이 이해하기 어렵다.
 
                   2연에서는 '개미목소리 같아 하더니'
                   다음 행에 친구의 말을 듣고 내가 떠올리는 연결부분 한줄을 넣는게 좋겠다.
                   그래서 나의 상상력이 가미되면 깊어지는 감각이 드러날 수 있다.
                   '개미목소리'는 다른 사물의(숨쉬는 것들) 마음을 듣는다는 의미로써 전개 되면 좋겠다.
                   '가까이 다가가도 까만 개미들은 나비처럼 도망가지 않는다 하면서
                    저것들은 사람 알기를 우습게 하나봐 아니면' 이 구절은 설명적인 부분이다.
                   '웃음이 터져 나와 피식피식 거리다'는 행은 "웃음이 나왔다" 로 하는게 좋겠다.
                   시는 필요없는 친절을 표현에 베풀지 말라.
                   '아침마다 코 막고 청력있는 귀에 공기 불어넣는 일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이력인가 하는데' 이 부분은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어렵다.
                   빼는게 좋다.빼고 연결해 보자.
                   '근엄하게 잘 익은 오후 햇살을 등에 이고' 구절에서
                   '근엄하게 잘 익은' 이 부분은 수식이 너무 길다.
                  문장을 필요없이 늘이지 않는게 좋다. 가급적 형용사는 피하자.
                   '오랫동안 쪼그려 앉아있을 친구는 여전히
                    아무소리 듣지 못했는지 궁금하다' 이 부분도 설명적으로 늘어 놓은 부분이다.
                  마지막 행 '웅성거림이 들려오는데'는 지우고
                  그 위의 행 마지막을 '개미목소리'로 마감하는게 좋겠다.

 


     - 두부 한 모 / 대덕산인

 

       야밤 차로에 무단 뛰어 든 노인 치여 죽자
       쥐어짜도 없는 합의금 요구에
       초짜 택시 기사 날벼락 징역을 산다
       밭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 중늙은이가
       마구잡이 도리깨질로 울분을 삭히고
       매 타작 당한 콩이 토방에 하옥되었다

       초겨울 날 꼭두새벽
       끌려나온 콩이 갱생의 제물로 시린 물에 빠져
       노란 비명 지르며 곰보 돌에 갈렸다
       펄펄 끓는 울화(鬱火)에 찢긴 살점 뿌려지고
       간수가 나서서 환생을 재촉하니
       하얗게 새 몸 받은 홀어미 혼자 한 울력

       잔뜩 찌푸린 화원 교도소 앞
       출소하는 무리 속 어수룩한 이에게
       내민 깡마른 손
       싸락눈 고물 묻는 두부 꾸역거리며
       과부아들 서러운 가난을 목메어 삼켰다.

 


 ===> # 강평 : 두부 한 모의 사연을 잘 들여다봤으나,
                   1연의 6행중 앞 3행과 뒷 3행이 엇박자로 뭔가 어색하다.
                   2행의 '쥐어짜도 없는 합의금 요구에' 는
                   "합의금 대신에 자청해서 교도소로 들어갔다"는 낫겠고,
                   '초짜' 라는 말은 "운행한 지 몇 일만에"로 고치는게 어떨까...
                   '하옥되었다'는 "갇혔다" 정도로 고치자.
                  어머니 마음을 삭히는 울분을 푸는 정황의 표현이 더 필요하다.
                  2연에서,'노란 비명 지르며'는 말이크다. 과장법인데 없어도 된다.
                   '울화'도 말이 크다.
                   '혼자 한 울력'은 말이 너무 어렵다.추측하게 하는 안 좋은 표현이다.
                  홀어미가 혼자서 맷돌을 쉬는 날이 없었다는 식의 표현이 좋겠고,
                  울력이란 말에서 천수관음 보살의 손처럼 어머니의 손을 표현하는게 어떨지...
                  3연은 '내민 깡마른 손'에서 더 이어 "손에든 두부 한 모"로 마무리 짓는게 좋겠다.
                  '과부아들 서러운 가난을 목메어 삼켰다.' 는 드러난 표현이라 필요없는 말이다.
                  "어머니의 심장을 갈아서 가슴에서 나온 두부 한 모.
                   아들은 두부 한 모를 바라본다" 거나 먹되 인상적인 눈물을 떨군다든가 하는 표현이 필요하다.

 

 


     - 모기 / 권영진

 

       밤새 의형제를 맺는다
       한 방울의 꿀물이지만
       내게는 주사 바늘의 아픔이었고
       너는 꿀벌의 몸으로 변해갔다

       의식을 치루는 동안
       고통을 멀리하고
       전생의 기억 찾아
       꿈속으로 빠져만 갔다

       밝아온 새벽녁
       다른 형제를 맺기 위한
       배신의 모습을 보니
       참았던 고통이 더욱 깊어졌다

       난 절벽에 붙어있는 너에게
       배신의 손바닥을 날렸다
       남아 있는 우리의 흔적은
       하루의 인연으로 족하였다.


 ===> # 강평 : 관찰하지 않으면 쓸 수 없는 시다.
                    모기를 어떤 관점으로 보느냐가 중요하다.
                    말이 큰 부분이 역시 좀 있다.
                    특히 2연은 말이 크고 구체어가 없다.
                    다 빼든지 아니면 이러한 상황을 보여주는 묘사가 필요하다.
                    3연에서도 '배신'  '고통' 은 큰말이다.
                   끝연을 맨 앞에 시작하는게 좋지 않을까!
                   "넌 절벽에 붙어 있었다"로 시작 하는게 좋겠다.
                    그리고 '남아 있는 우리의 흔적은
                               하루의 인연으로 족하였다' 이 부분은 날려 버려라.
                   모기를 잡아 피가 난 상황에서 끝나지 말고 모기가 내게 치인 것처럼
                   사람도 다른 것에 압착되어 죽는다.
                   모기를 키우고 주변 상황을 더 집어 넣는게 필요하다.


 @ 좋은시(비교시) 감상 & 평가


     -  늙은 말잠자리의 고독 / 최승호

        이슬 희어지는, 백로(白露)도 지난 늦가을 연못을,
        철지난 말잠자리가 날아다닌다.
        텅 빈 연못을 혼자서, 
        혹시 살아남은 말잠자리가 있나 하고,
        지나온 길도 다시 가보며, 
        회백색 갈대꽃들이 시드는 연못 가장자리로 날아다니는 늙은 말잠자리의 고독은,
        아마 당신이 말잠자리가 되어 몸소 날아다녀봐야 알 수 있으리.

 
 ===> # 강평 : 감정을 감상으로 풀어내지 않고 어떤 풍경으로 묘사를 했는지를 보자!


     - 달북/ 문인수

 

       저 만월, 만개한 침묵이다.
       소리가 나지 않는 먼 어머니,
       아무런 내용도 적혀 있지 않지만
       고금의 베스트셀러 아닐까
       덩어리째 유정한 말씀이다.
       만면 환하게 젖어 통하는 달,
       북이어서 그 변두리가 한없이 번지는데
       괴로워하라, 비수 댄 듯
       암흑의 밑이 투둑, 타개져
       천천히 붉게 머리 내밀 때까지
       억눌러라, 오래 걸려 낳아놓은
       대답이 두둥실 만월이다.

 

 ===> # 강평 : 절창인 시다.
                    달은 무수한 시로 동서고금을 통해 드러낸 감성의 대상이다.
                    달의 시각적인 면을 청각적으로 바꿔놓은 좋은 시다.
                    1행의 '만개한 침묵이다'는 수식어의 절묘함이 보인다.
                    7행의 ' ~ 번지는데'는 달을 보면 주변이 번지듯한 느낌을 준다.
                    마지막 행 '오래 걸려 낳아놓은
                                   대답이 두둥실 만월이다'는 겹치는듯 하면서도 표현이 좋다.

 


     - 건강한 슬픔 / 강연호


       그녀로부터 전화가 왔다
       오랜만이라는 안부를 건넬 틈도 없이
       그녀는 문득 울음을 터뜨렸고 나는 그저 침묵했다
       한때 그녀가 꿈꾸었던 사람이 있었다 나는 아니었다
       나도 그때 한 여자를 원했었다 그녀는 아니었다
       그 정도 아는 사이였던 그녀와 나는
       그 정도 사이였기에 오래 연락이 없었다
       아무 데도 가지 않았는데도 서로 멀리 있었다

       전화 저쪽에서 그녀는 오래 울었다
       이쪽에서 나는 늦도록 침묵했다
       창문 밖에서 귓바퀴를 쫑긋 세운 나뭇잎들이
       머리통을 맞댄 채 수군거리고 있었다
       그럴 때 나뭇잎은 나뭇잎끼리 참 내밀해 보였다
       저렇게 귀 기울인 나뭇잎과 나뭇잎 사이로
       바람과 강물과 세월이 흘러가는 것이리라
       그녀의 울음과 내 침묵 사이로도
       바람과 강물과 세월은 또 흘러갈 것이었다

       그동안 견딘다는 것에 대해
       그녀와 나는 무척 긴 얘기를 나눈 것 같았다
       아니 그녀나 나나 아무 얘기도 없이
       다만 나뭇잎과 나뭇잎처럼 귀 기울였을 뿐이었다
       분명한 사실은 그녀가 나보다는 건강하다는 것

       누군가에게 스스럼없이 울음을 건넬 수 있다는 것
       슬픔에도 건강이 있다
       그녀는 이윽고 전화를 끊었다
       그제서야 나는 혼자 깊숙이 울었다


 ===> # 강평 : 침묵을 얘기하는데도 슬픔이 느껴지는 시다.
                    1연 마지막 행 '아무 데도 가지 않았는데도 서로 멀리 있었다'는
                    현실적 거리가 아닌 마음의 거리이다.
                    2연에서 '머리통을 맞댄 채 수군거리고 있었다'는 부분에서 활유화가 일어난다.
                    마지막 연 첫 줄 '누군가에게 스스럼없이 울음을 건넬 수 있다는 것'은
                    제목에 대한 화자의 진술 부분이다.
                    한쪽은 울고 한쪽은 침묵하는데 이 둘을 서로 공유하는게 건강한 슬픔이다.
                    시도 일종의 울음이다.
                     " 갈대가 내부의 슬픔 때문에 흔들렸다"

 

 

     - 사곶 해안 / 박정대


 

       고독이 이렇게 부드럽고 견고할 수 있다니
       이곳은 마치 바다의 문지방 같다
       주름진 치마를 펄럭이며 떠나간 여자를
       기다리던 내 고독의 문턱
       아무리 걸어도 닿을 수 없었던 生의 밑바닥
       그곳에서 橫行하던 밀물과 썰물의 시간들
       내가 안으로, 안으로만 삼키던 울음을
       끝내 갈매기들이 얻어가곤 했지
       모든 걸 떠나보낸 마음이 이렇게 부드럽고 견고할 수 있다니
       이렇게 넓은 황량함이 내 고독의 터전이었다니
       이곳은 마치 한 생애를 다해 걸어가야 할
       광대한 고독 같다. 누군가 바람 속에서
       촛불을 들고 걸어가던 막막한 생애 같다
       그대여, 사는 일이 자갈돌 같아서 자글거릴 땐
       백령도 사곶 해안에 가볼 일이다
       그곳엔 그대 무거운 한 생애도 절대 빠져들지 않는
       견고한 고독의 해안이 펼쳐져 있나니
       아름다운 것들은 차라리 견고한 것
       사랑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뒤에도
       그 뒤에 남는 건 오히려 부드럽고 견고한 生
       백령도, 백년 동안의 고독도
       규조토 해안 이곳에선
       흰 날개를 달고 초저녁별들 속으로 이륙하리니
       이곳에서 그대는 그대 마음의 문지방을 넘어 서는
       또 다른, 生의 긴 활주로 하나를 갖게 되리라

 

 ===> # 강평 : 이 시는 고독을 외부에서 봤다는 것이다.
                    고독이 밀물 들어 오듯이 들어오는 시다.
                    특히 아주 재미있는 표현은,
                     '이렇게 넓은 황량함이 내 고독의 터전이었다니
                      이곳은 마치 한 생애를 다해 걸어가야 할' 이 부분이다.
                    탐미적 느낌의 고독이 느껴지는 시다.

 
 


 

 

출처 : 현실참여 문인ㆍ시민 연대
글쓴이 : 대덕산인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