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문학 강의실 '징'

[스크랩] 창작교실 5월30일 강의 요점 정리

맑은물56 2009. 6. 10. 09:04

징 창작교실 제 4 강 (2009 .5 .30)


@ 시의 소재에 대하여

 

* 일산은 신도시라서 전봇대가 별로 없다.
변두리가 볼 것이 많다.
밭,비닐 하우스,보신(補身) 식당들,단층건물,복개 안된 개천과 잡초들 등
사소한 것들이 그런 것이다.

어제 국민장을 했는데 죽는다는게 낮잠 자듯 눕기만 하고 일어나지 않으면
죽음인데 풍장(風葬)이 된다.
동물 중 인간만이 죽음의 형식이 있다.
넓게 보면 쓸쓸하지만, 죽음의 정황들을 보면 느끼는게 많다.

일산은 모래땅 이라서 파꽃이 잘 피었다.
파꽃은 알고 보면 생태가 특이하다.
속이 비었는데 꽃이 하나핀다.
이런것이 시적 소재가 된다.

의례히 그려러니 하는 것들은 사실 시가 안된다.
자연은 스스로 그러해서 따로 시를 짓지 않는다.
가수는 인기가 없어져도 히트곡 하나로 먹고 살지만 시는 전혀 그럴 수 없다.
끝 없이 발견하고 느껴가는 것이 시인의 숙명이다.
시로 살려면 매 순간 느껴야 한다.
시는 우리 주변의 소리 없는 것들을 엿듣는 것이다.

누가 병원에 입원 해서 병원에 찾아 가면 그간 아무 관련이 없다가 병원이 새삼 스럽게 보인다.
이게 시의 전 단계이다.

토끼풀에서 네잎 클로버를 찾듯이 시를 얻으려면 내가 무엇을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런 것을 찾는 감각이 있어야 한다.
천재적 감흥이 오지 않는 한 느끼려고 하고 찾아야 한다.
느끼려고 하는 대상 속에 시는 숨어있다.

* 불편한 것들은 때로 한 발자국 떨어져서 객관적 여유를 가지고 보면
느끼는게 있고 시적 대상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쓰레기를 보자.
공공장소에 있는 쓰레기를 내가 치워 보면 어떨까.
그것에서도 시의 의미가 있다.
쓰레기도 전생이 있다고 생각해 보면 쓰기 전에 신상인 생이 있었다.
소비되는 과정에 대한 느낌이 있을 것이다.

사소한 것에서 시로 엮어낼 것들이 있는 것이다.
새들을 보면 텃새들이 많다.
새들은 소리,생태,습성이 다르다.
까치보다 좀 작은 지빠귀 류가 있다.
텃새에 잡식성이며 대식하는 갈색 새이다.
이 놈이 돌아 다니며 허공에서 노래 부른다.수다 새라 할만 하다.
새가 눈 똥도 각 새 마다 다 다르다.
이파리에 똥 눈걸 보면새들의 먹이에 석회질 성분이 많음을 알 수 있다.
그래서 흰색 똥이 많다.
공동 묘지 검은 비석 위,초록 잎,정자 안 단청.
이런 곳에 눈 똥들이 느낌이 다 다르다.
비록 똥일 망정 비석에 떨어진 똥을 보면 무상하다.
새들에게 비석은 의미가 없다.자연의 산물에 불과하다.
인간 만이 망자를 기억 할 뿐.
이런 대비를 통해 삶의 느낌을 가진다.
이런 것이 시의 모티브가 된다.
시의 발화(發火)가 일어난다.

작년 수주 문학상을 수상한 "질경이의 꿈" 이란 시가 있다.
밟으면 납작하게 땅 바닥에 붙으면서도 번식한다.
질경이는 예전에 차전초(車前草)라 했다.
옛날에도 수레바퀴에 밟히면서 자라나는 풀이라 했었다.
이런 사소한 풀들도 대단히 질긴 생명력으로 시의 모티브가 된 것이다.

 

* 습작에 대해 검토해 보자.

 

 - 그립다 /해어화 (이 미정)

 

 그리운게 많은게 부럽다.
 몸 보다 마음이 먼저 늙는다.
 7연에서 그립다는 서술어(용언)이 쓰이는데 전체적으로 반복의 효과가 있다.
 의미 없는 반복은 안 되지만 리듬 있는 반복은 필요하다.
 표현에서 보면 색감도 있고감각적인 면이 있는데 비해 구체적인게 별로 없다.
 싱그런 햇살은 어떤 햇살이냐?
 1연에서 쓴 '생명' 이란 단어는 범위가 상당히 크다.너무 넓다.
 그런 걸 뭉뚱그려 하나로 표현 했다.
 2연의 핑크 빛은 상당히 구체적인데 비해  생명은 구체적이지 않고 포괄적이다.
 생명을 작게 하면 목숨,맥박,심장,숨소리,움직임,핏방울 등 하위 개념이 많다.
 새잎이나 꽃눈도 생명의 하위 개념이 된다.
 느끼는 대상과 막연히 생각하는 대상은 차원이 다르다.
 구체로 잡히는게 없다.시는 구체적으로 표현해야 한다.
 1,2행과 3행은 유추 말고는 연관 관계가 없다.

 2연의 '연약한 모습'이 무엇이냐? 느끼게 해야 한다.
 3연에서 '눈부신 자태'는 어떤 것이냐?, 4연에서 '진한 향기'는  어떤 향기냐?
 구체적인 것이 필요하다.
 5연에서 1,2 행은 3행의 '활화산'이 그런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열정'은 2,3행이 겹쳤다.
 6연 '지중해'도 막연 해서 아쉽다.

 시의 눈길은 세부적으로 들여다 봐야 한다.
 구체적으로 확보 해야 시어가 된다.
 그리움을 구체화 시켜라. 무슨 그리움인지.!
 나름대로 후각,청각,시각의 배려는 잘했다.
 구체적 정황을 넣어야 그리움의 구체를 인식하고 공감의 단계가 될 수 있다.

 

 

 - 아름다운 시간들 / 정윤호

 

 제목은 잘 정했다.
 시의 느낌이 어렵지 않고 연가 풍의 사랑 시다.
 막힘이 없고 슬슬 잘 읽히면서 좋다.
 다만 시는 그럴듯 한것,일반적인 것.
 테마 ,멧세지가 경구나 철학적인 것을 앞서는게 아니다.
 시는 사상,이념 심오한 뜻을 전하는것 보다 구체적인 것을 전달한다.
 시는 그런 사상 ,이념을 비껴 서 있다.

 아름다움이 구체적이면 좋겠다.
 자기만의 표현들이 없다.일반화된 표현인 점이 아쉽다.
 시심은 훌륭하고 좋으나표현의 묘(妙)를 얻어야 된다.
 표현의 문제와 마음의 상태는 별개다.
 예를 들면 기르는 짐승을 내것이라 생각 하고 방목을 했는데,
 도망가면 그것도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구체적인 가두기가 시이다.
 정황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 너의 가슴과 오장육부도 나의 향기로 채워 주고 싶다"
 이 표현은 직설적으로 쳤는데 이런게 차라리 좋을 때가 있다.

 '행복을 채워주는 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이냐?(돈이나 그릇 등)
 '무지갯 빛 사랑'이 구체적으로 무엇이냐? 경험을 구체화 해라.
 
 일반적 형태가 많다. 시어에서 '나'를 빼 보라 훨씬 낫다.

 구체화 하더라도 어휘를 소중히 가져라.
 아니면 구체화 할 수 없다.
 시의 힘은 어휘력이다. 많은 습득을 해야 한다.
 우림 말 처럼 어휘력이 풍부한 말은 없다.
 파랗다, 퍼렇다, 시퍼렇다 식으로 같은 파랗다에도 수 많은 말이 있다.

 부시(罘 그물 부, 면장 시)라는 단어가 있다.
 참새. 비둘기. 까치 같은 새가 앉지 못하게 하기 위(爲)하여
 전각(殿閣)의 처마 밑을 싸서 치는 철망(鐵網)이다.
 못비 라는 단어가 있다. 모내기 할 만 큼 흡족히 내리는 비를 말한다.
 오랜비는 옛말로, 장마이다.
 이런 말들은 안 쓰면 언젠가는 사장 된다.이를 쓰는게 시인의 의무다.
 
 
@ 좋은 시를 읽어 보자.

 

 

- 콩나물에 대한 예의 / 복효근

 

나물을 다듬는답시고 아무래도 나는 뿌리를 자르진 못하겠다 무슨 알량한 휴머니즘이냐고
누가 핀잔한대도 콩나물도 근본은 있어야지 않느냐 그 위를 향한 발돋움의 흔적을 아무
렇지도 않은 듯 대하지는 못하겠다 아무래도 나는 콩나물 대가리를 자르진 못하겠다 죄 없는
콩알들을 어둠 속에 가두고 물 먹인 죄도 죄려니와 너와 나 감당 못할 결핍과 슬픔과
욕망으로 부풀은 대가리 쥐뜯으며 캄캄하게 울어본 날들이 있잖느냐 무슨 넝마 같은 낭만이냐
하겠지만 넝마에게도 예의는 차리겠다 그래, 나는 콩나물에게 해탈을 돕는 마음으로 겨우
콩나물의 모자나 벗겨주는 것이다

 

 

- 콩나물의 물음표 / 김승희


콩에 햇빛을 주지 않아야 콩에서 콩나물이 나온다

콩에서 콩나물로 가는 그 긴 기간 동안
밑 빠진 어둠으로 된 집, 짚을 깐 시루 안에서
비를 맞으며 콩이 생각했을 어둠에 대하여
보자기 아래 감추어진 콩의 얼굴에 대하여
수분을 함유한 고온다습의 이마가 일그러지면서
하나의 금빛으로 터져나오는 노란 쇠갈고리 모양의

콩나물 새싹,
그 아름다운 금빛 첫 싹이 왜 물음표를 닮았는지에 대하여
금빛 물음표 같은 손목들을 위로위로 향하여
검은 보자기 천장을 조금 들어올려 보는
그 천지개벽

콩에서 콩나물로 가는 그 어두운 기간 동안
꼭 감은 내 눈 속에 꼭 감은 네 눈 속에
쑥쑥 한 시루의 음악의 보름달이 벅차게 빨리

검은 보자기 아래 -- 우리는 그렇게 뜨거운 사이였다


===> 위 두 시는 콩나물에 대해서 뭔가 사연이 있다.
     모든 사물엔 사연이 있고,사연은 전생(전조,과거)이 있다.
     들여다보면 시가 있다.


 
- 콩나물/이정록

 
노란 조막손을
머리통 속에 디밀어 넣은 동승들
저 숭엄한 합장
머리를 숙이는 일이
어찌 사람만의 일이겠는가
손등에 파란 핏줄이 돋을 때까지
외발로 서 있으리라 끝내는 지붕이며
주춧돌 다 날려버리고 ,스스로
다비식의 젖은 장작이 될
저 빼곡한 법당들
 

 ===> 상상력이 상당히 깊다.
      활유화 된 방식이 재미있다.
      콩나물의 외형에서 동자승으로 활유화 했다.
      어찌 보면 구라인데, 먹히는 구라여야 된다.
      유비(類比)인데,사물의 모습에서 그것들과 유사한 것들을 발견하는 것이다.
      유추와 같은 말이다.
      누드김밥 같은 말이 유비이다.
      연상하여 유비적으로 묶어 동자승,절간,다비를 유발하는 따라오는 전개가 상큼하며 절묘하다.

 

* 오월에 관한 몇 편의 시를 검토해 보자

 

 - 오월소식 / 정 지용                 

                             
   
오동나무 꽃으로 불밝힌 이곳 첫여름이 그립지 아니한가?
어린 나그네 꿈이 시시로 파랑새가 되여 오려니.
나무 밑으로 가나 책상 턱에 이마를 고일 때나,
네가 남기고 간 기억만이 소근 소근거리는구나.

모초롬만에 날러온 소식에 반가운 마음이 울렁거리여
가여운 글자마다 먼 황해가 남설거리나니

...나는 갈매기 같은 종선을 한창 치달리고 있다...


쾌활한 오월넥타이가 내처 난데없는 순풍이 되여,
하늘과 딱닿은 푸른 물결우에 솟은,
외따른 섬 로만틱을 찾어갈가나.


일본말과 아라비아 글씨를 아르키러간
쬐그만 이 페스탈로치야, 꾀꼬리 같은 선생님 이야,
날마다 밤마다 섬둘레가 근심스런 풍랑에 씹히는가 하노니,
은은히 밀려 오는듯 머얼미
 
 ===> 1920년대 작이다. 낭만주의적이다.
      어휘 사용이 모더니즘적이다.
     1연의 '오동나무 꽃으로 불밝힌', '기억만이 소근 소근거리는구나'는 활유화!
     마지막 연의 '날마다 밤마다 섬둘레가 근심스런 풍랑에 씹히는가 하노니, '이 행은
     사물의 정황을 자기 마음과 바꿔치기 하는듯한마음의 심란함을 보여 준다.

   
 
- 아, 오월 / 김영무


파란불이 켜졌다

꽃무늬 실크 미니스커트에 선글라스 끼고

횡단보도 흑백 건반 탕탕 퉁기며

오월이 종종걸음으로 건너오면

 ===>1연은 아주 감각적인 표현이다.
     4행은 표현하고 싶은데 안 될 때는 활유화 하라의 좋은 예이다.

아, 천지사방 출렁이는

금빛 노래 초록 물결 ===> 덜 구체적이다.

누에들 뽕잎 먹는 소낙비 소리 
또 다른 고향 강변에 잉어가 뛴다

 

 

===> 3,4 이 두행은 전혀 상관 없는 정황을 묶어 5월의 이미지를 풀었다.(생동감,상쾌,활기)

 

- 오월 / 김영랑

 

들길은 마을에 들자 붉어 지고

마을 골목은 들로 내려서자 푸르러진다

바람은 넘실 천 이랑 만 이랑

이랑 이랑 햇빛이 갈라지고

보리도 허리통이 부드럽게 드러났다

꾀꼬리는 엽해 혼자 날아 볼 줄 모르나니

암컷이라 쫓길 뿐

숫컷이라 쫓을 뿐

황금빛 난 길이 어지러울 뿐

앏은 단장하고 아양 가득차 있는

산봉우리야, 오늘 밤 너 어디로 가 버리련.


===> 1,2행은 감각적 댓구임.시각적 대비.
     5행'보리도 허리통이 부드럽게 드러났다'는 활유화!
     좋은 시의 밑바탕은 사람이나 동물을 빗대는 활유화.
     마지막 행은 감각이 절귀다.!
    "산은 계절 마다 다르듯이 바람 나 있다."를 표현했다.
     이런게 고정 되지 않는 사물을 보는 시인의 눈이다.

 

- 오월의 광주 / 정문규


형은 시민군

동생은 진압군.


동생은 멀리서 누군지 모르고

명령에 의해 총을 쏘았습니다.


형은 가슴에 총을 맞고

민주(民主)보다 아프게 쓰러졌습니다.


형은 폭도(暴徒)로 쓰러졌다가

한참을 지나서야 열사(烈士)로 일어났습니다.


무등산(無等山) 햇빛은 구부러지지 않는데

사람의 길만이 구부러져 있습니다.


구부러진 길도 길이라지만

오월의 광주(光州)는 늘 목이 멥니다.

   

 ===> 5,6행은 선명한 표현.
      7,8행도 좋은 표현.
      '구부러지지'란 시어는 인간의 어둠은 과도 속에서 잉태됨을 구부러지다로 표현.
      광주의 5월은 아직 현재 진행형이다.
      정신적인 외상(트라우마)에 시달려 현실적 생활을 못하거나 자살 시도를하는 경우가 꽤 있다.


 - 오월 / 장석남

 
아는가 

찬밥에 말아먹는 사랑을

치한처럼 봄이 오고

봄의 상처인 꽃과

꽃의 흉터로 남는 열매

앵두나무가 지난날의 기억을 더듬어

앵두꽃잎을 내밀듯

세월의 흉터인 우리들

요즘 근황은

사랑을 물말아 먹고

헛간처럼 일어서서

서툰 봄볕을 받는다

 

===> 장석남 다운 재치적인게 드러난 시다.
    '봄의 상처인 꽃과' 이 구절은 상처와 꽃이 같지 않은걸 같은걸로 만들었다.
     활유화 되었지만 사랑의 정서가 쓸쓸하다.

 

* 5월이 가는데 5월의 시를 각자 써 보자...

 

 

 

출처 : 현실참여 문인ㆍ시민 연대
글쓴이 : 대덕산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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