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교육 소식

숭례문을 가리지 마라

맑은물56 2008. 2. 17. 00:53

숭례문을 가리지 마라

                                                                      남 영 신


숭례문이 무너졌다.

외적의 폭격으로 무너졌다면

국민의 적개심을 하나로 모아 외적에 대항하게 했을 그 숭례문이,

오늘 우리 눈앞에서

무너졌다.


6백 년 동안

그 자리에 서서 묵묵히

민족의 삶을 지켜보며 민족의 얼굴이 되어 주었던 그 숭례문이,

오늘 우리 눈앞에서

무너졌다.


그것은 분신이었다.

자신을 태워 민족의 잘못을 일깨우려는

숭례문의 성스러운

자기희생이었다.


보라!

오늘처럼 우리가 돈에 굶주린 적이 있었던가?

오늘처럼 우리가 예의와 염치를 잃은 적이 있었던가?

오늘처럼 우리가 허영에 들떠 있던 적이 있었던가?


지금 우리는 갈증을 바닷물로 해결하려는

허망한 짓을 하고 있다.


돈 맛을 알게 되자

돈이 되지 않은 것은 모조리 무가치한 것으로 돌리고

편안을 맛보게 되자

자신을 불편하게 하는 모든 것을 불필요한 것으로 돌렸다.


그래서 돈이 된다면

개인이나 국가기관이나, 장사꾼이나 지식인이나, 필부나 대통령이나

우리가 함께 지켜야 할 가치를 허무는 데

조금도 망설임이 없었으니


그래서 숭례문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최후의 수단으로

자기 몸을 태웠다.


숭례문의 처참한 모습을 보라.

눈을 가리지 말고 똑바로 보라.


무너진 숭례문의 뒤편에 숨어서

그것을 서둘러 가리려는 자들은 물러서라.


2년에 2백억이면 복원할 수 있다고

떠드는 자들은 가라.

돈이 있고 기술이 있으니 곧 복원할 수 있다고

자신하는 자들은 가라.


죽은 자를 꽃단장하여

자신의 잘못을 감추려는 자들.

죽은 자를 꽃단장하여

자신의 치적으로 삼고자 하는 자들도 가라.

우리가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지

모두가 깨달을 때까지


너희 명리에 눈먼 자들이여,

숭례문의 숭고한 희생을

보잘것없는 철책과 천으로 가리려 하지 말라.


숭례문의 처절한 부르짖음을

온 국민이 보고 또 보게 하라.


아, 숭례문이여!

민족의 가슴속에 영원히 살아 있으라!


2008년 2월 12일 아침


글쓴이 / 남영신
· 국어문화운동본부 회장
· 국어단체연합 국어상담소장
· 저서: <남영신의 한국어 용법 핸드북><4주간의 국어 여행>
          <국어 한무릎공부><문장 비평>
          <국어 천년의 실패와 성공>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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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8.02.14 - 07:15
LAST UPDATE: 2008.02.14 -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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雲谷 간단의견 수정::: 간단의견 삭제 ::: IP: 220.74.192.69
우리의 설 명절 휴일의 끄트머리에
우리의 문화유산에 대한 관리가 무관심에 가까운 방일한 틈을 타
어이 없게도  그 많은  국란과 동란 속에서도 보존 되어왔던 아름답고 소중한 보물을
어리석은 자의 어처구니 없이 작은 불씨로 다 잃고 말았습니다.
그것은 보물이기도 했지만 우리의 자존심과 문화에 대한 자긍심이기도 했기에
우리 국민 모두가 더욱 가슴 아픈 것입니다.
----마치
우리의 국사시험을 대학입시 선택과목으로 팽개치므로서
국사교육의 비중을 낮춰버린 것이라든지
우리말과 글에 대한 소중함을 무시해 버리고 전 과목 영여교육이라는
해괴하기 짝이 없는 교육 정책을 들고 나와
전 국민을 영어의 바다에 빠뜨려 허우적거리게 하려는-
이 모든 것과  그 궤를 같이하는 것이라 생각 되어
새정부 인수위원회나 대통령 당선자에게 무척 서운하고 실망 스럽습니다
대부분의 국민이 행복할 수 있는 정치를 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