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차와 예절

[스크랩] 일본의 다실(茶室)

맑은물56 2008. 2. 6. 0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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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중요문화재로 지정된 자광원 타카바야시암의 다실 모습임) 

 

 

 

 

일본의 다실은 한칸짜리 작은 초가집이다. 이것은 일시적인 집이고 그 안에 있는 것들은 단지 최소한의 심미적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일 뿐 일체의 호화로운 장식은 배제된다.

다도의 理想은 16세기부터 일본의 건축양식에 심원한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오늘날까지 일본의 실내장식이 지극히 단순하고 소박하며 간단하여 마치 아무것도 놓여 있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이 영향을 받은 때문이다.

일본 역사상 최초의 독립적인 茶室을 만들어낸 사람은 센리큐(千利休) 였다. 초기의 다실은 독립적인 가옥의 형태를 갖추지 못했는데 단지 병풍을 치고 손님에게 차를 대접할 수 있는 객실의 일부만을 의미할 뿐이었다.

지금은 집안의 어떤 부분에도 종속되지 않은 채 집밖, 마당에 세워진 단독적인 공간을 다실이라 부르고 있다.

다실은 네개의 공간으로 이루어지는데 다실 자체는 다섯 명 정도가 앉을 수 있는 좁은 공간이다. 이것은 육우의 다경에서 비롯되었다. 그리고 다구를 씻는 곳이 있고 초대된 손님이 다실에 들어가지 전에 기다리는 공간과 노지(露地)라고 불리우는 화원의 작은 길이 있다. 이것은 다실과 손님이 기다리는 공간을 연결시켜주는 길이다.

다실의 외관은 무척 작으며 평범하게 보인다. 건축재료 또한 그들의 소박함을 보여주기에 충분할 정도로 수수하다. 그러나 겉으로는 소박하기 그지없이 보이는 다실에 나름대로의 심원한 예술사상이 깃들어 있다는 점에 주의를 기울여 볼 필요가 있다. 그 세부적인 설계라든가 심혈을 기울이는 정도가 대단히 호화로운 궁궐을 지어내는 것에 조금도 뒤지지 않는다.

좋은 다실 한 칸을 짓는데 드는 비용이 웬만한 집 한채 짓는 것보다 더 드는 경우도 왕왕 있다. 재료나 공예기술이 막대한 경비와 엄청난 시간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다실을 짓기 위해 고용되는 사람들은 최고의 경지에 오른 전문적인 목수들이다.

일본에서 위대한 다도의 스승으로 일컬어지는 사람들은 모두 불교 선종과 관계된 사람들이다. 그들은 선사상을 일본인들의 일상생활에 접목 시키고자 했고 그런 가운데 일본의 다도는 선종의 교리를 흡수했다.

정통적인 다실의 규모는 다다미 4장반밖에 안되는 아주 작은 크기다. 흥미로운 것은 이 작은 규모가 불경 중 하나인 유마경으로 부터 규정지어 지고 있다는 점이다. 유마힐은 이처럼 작은 공간에서 문수보살과 4만8천의 제자를 맞이한다. 이것은 진정한 도를 깨우친 자는 공간적인 제약에 구속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노지(露地)는 손님을 다실로 안내하는 작은 길로 다회에 초대되어온 손님을 외부의 세계와 단절시키는 역활을 한다. 한번이라도 노지에 발을 들여놓은 사람이라면 자신이 밟고 지나간 돌이 황혼의 빛을 받아 촉촉하게 반짝이는 것이나 양옆으로 줄지어 선 뽀족한 잎사귀를 가진 소나무들, 푸르슴한 이끼를 이고선 화강암 석등이 주는 분위기를 쉽게 잊을 수 없을 것이다.

노지(露地)를 지나며 왠지 일상의 세계에서 벗어난 듯한 감상에 싸인 손님들이 다실 앞까지 이르렀을 때 만약 그가 무사라면 반드시 옆구리에 차고 온 칼을 벗어서 처마 밑에 마련된 시렁에 걸어야 한다. 다실은 절대적인 평화의 공간인 까닭이다. 그 다음에는 허리를 굽히고 작은 문을 통해서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신분의 고하를 막론하고 무릎을 꿇고 들어가는 겸손함을 나타내는 것이 다회에 초청된 손님의 의무이다.

다실에 들어오기 전에 노지 밖에서 기다리며 순서를 정했기 때문에 다실 안에서 자기 자리를 픶아 앉을 때 아무런 혼란도 없다. 그들이 자기 자리에 조요히 앉는 동안 다호 안에는 끓고 있는 물소리 외에는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한동안의 고요가 흐른 뒤에야 비로소 주인이 입실한다. 다호 밑바닥에 철판을 깔아놓았기 때문에 물이 끊는 소리는 매우 특별하게 들린다.

그 소리는 마치 짙은 연기를 뿜으며 떨어지는 폭포의 소리와도 같고, 큰 바위에 부딪치는 먼 바다의 파도소리와 같으며 대나무 숲을 스치는 빗소리, 소나무 가지를 흔드는 바람소리와도 비슷하다.

날이 밝은 때에도 경사진 지붕과 극히 낮은 처마를 통해 들어오는 빛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실내가 지나치게 밝아서 산만한 느낌을 주는 법이 없다. 천장에는 바닥에 이르기까지 일체의 물건들은 말쑥하고 아담 하다.

손님들은 너무 화려한 색깔의 옷을 입지 않으려고 신경을 썼고 준비된 다구들도 모두 오랜동안 써오던 것들이다. 깨끗한 대나무 다선과 새로만든 흰 아마 행주만 다른 다구들과 강한 대비를 이룰 뿐 새것은 전혀 사용하지 못한다.

다실은 소박하고 다구는 헌것이지만 다실 안의 모든 것들은 절대적 으로 깨끗하다. 어두운 다실 한켠에라도 먼지 단 한톨 떨어져 있어서는 안된다. 만약 단 한톨의 먼지라도 발견될 경우에 주인은 휼륭한 다인의 자격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판정받고 만다. 다인의 조건 가운데 하나가 바로 청소하는 법, 청결히 하는 법을 아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청결과 청소 자체도 하나의 예술로 인정하고 철학을 심어 놓았다.

그들은 고대의 금속작품을 반질하게 닦는 법에 정통하면서 화병에 떨어진 물방울을 닦아내는 법은 없다. 물방울은 이슬을 닮았기 때문이다.

청소와 관련된 일화가 있다. 어느날 센리큐가 양자이자 사위인 소암에게 집을 청소하고 정원사이로 난 길에 물을 뿌리라고 했다. 소암이 청소를 다 끝냈을 때 센리큐는 깨끗하지 않으니 청소를 다시 하라고 했다. 소암은 다시 한시간 동안 청소를 했다.

아버지 청소를 다 마쳤습니다. 돌 계단은 세번이나 닦았고 석등과 나무에도 골고루 물을 뿌려서 이끼에서 비취색 빛이 날 지경입니다. 나뭇가지, 이파리 하나도 바닥에 떨어져 있지 않습니다.

소암은 완벽하게 깨끗한 청소를 했던 것이다. 그러나 센리큐는 매우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빨강과 황금색의 나뭇잎이 가득 달린 나무가 들어찬 정원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나뭇가지를 붙잡고 흔들어서 색색이 단풍이 바닥에 떨어지게 했다.

센리큐는 "가을의 정원은 나뭇잎이 떨어져 있어야 한다."하고 나즈막히 아들에게 말했다. 그는 완벽한 깨끗함이 아닌 아름다움과 자연스러움이 조화된 상태를 원했던 것이다.

다실의 장식이나 다구의 색깔, 모양 그 어떤 것도 중복되어 서는 안된다는 규칙이 매우 엄격하다. 만약 꽃을 꽃아 놓았다면 화분을 들여놓아서는 안될 것이며, 둥근 다호를 준비했다면 물주전자는 각진것으로 마련해야 한다. 검은색의 천목다완은 검은색 차통과 함께 있을 수 없다.

실내의 한가운데 위치한 감실에 향로나 꽃병을 놓을 경우에도 그것이 감실의 정중앙을 차지해서 전체 공간을 반으로 나누지 않도록 한쪽으로 살짝 비켜선 곳에 둔다.

다실의 단순, 소박함과 탈속의 분위기는 그것을 외부세계가 주는 번뇌에서 "나"를 지켜주는 안전한 공간이라는 암시를 준다.

16세기에 일본의 다실은 편안한 휴식의 공간으로 환영을 받았다. 노동자부터 용감하고 무서운 무사, 일본을 통일하고 통치하는 정치가에 이르기까지 누구나 다실에서의 휴식을 좋아했다. 다도에는 이름난 사람도 무사도 평민도 그 어떤 계급의 구분도 없었다는 말이다.

이런 형태가 일본의 다실(茶室)이다.

자료출처 : 다담 (1994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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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티트리*
글쓴이 : 다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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