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마강의 노을빛 / 최희영
낙화암에서
꽃잎으로 떨어진 여인들
서쪽 하늘에
천 년 한을
붉게 물들이는 저녁
타는 여름을
집어 삼킨
백마강은
용암되어
바다를 향해 도도히
흐른다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는
계절의 여울목에서
말없이 흐르는 강물에
오늘이
머무는 순간
몸을 살라
하늘로 승천하는 붉은 학은
아직도 떠나지 못한
백제의 사랑
가까스로 추스르며
常 樂 我 淨의
법신을 찾아
홀연히 포도빛으로
이승을 떠난다
어디선가
아련히 들려오는
시조 한 가락
법열의
여운 실어
긴 산 그림자에
머물고
이제야
허공 가득한
먼지
잠재우며
거짓된 몸 위에
세월따라 겹겹이 내려 쌓인
번뇌도 탐욕도
벗어던지고
기꺼이
열반으로 가는
성스런 환희.
불타는 임진년 팔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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