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밤>
낙동강 빈 나루에 달빛이 푸릅니다
무엔지 그리운 밤 지향없이 가고파서
흐르는 금빛 노을에 배를 맡겨 봅니다.
낯익은 풍경이되 달 아래 고쳐 보니
돌아올 기약 없는 먼 길이나 떠나온 듯
뒤지는 들과 산들이 돌아돌아 뵙니다.
아득히 그림 속에 정화된 초가집들
할머니 조웅전에 잠들던 그날밤도
할아버진 율 지으시고 달이 밝았더니다.
미움도 더러움도 아름다운 사랑으로
온 세상 쉬는 숨결 한 갈래로 맑습니다.
차라리 외로울망정 이 밤 더디 새소서
이호우 연표
1912 경북 청도 출생
1936 시조"연춘송"으로 동아일보 신춘문예 가작 입선
1940 시조 <달밤> 문장지 추천됨
1955 첫시조집 「이호우시조집」(영웅출판사) 출간
1956 "경북문화상"(문학부문) 수상
1956 대구매일신문 편집국장
1967 영남시조문학회장(초대)
1968 시조집 「휴화산」(중앙출판사) 발행
1970. 타계
김인환 서울대 교수의 해설을 본다.
이호우(1912-1970)에 의하면 아름다움이란 의식과 판단을 작게 할 때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선물이다. 첫 연의 비유를 구성하는 것은 푸른 달빛과 금빛 노을의 상호작용이다. 달빛이 강에 가득 차 있기 때문에 “강물이 푸르다”고 하는 대신에 “달빛이 푸르다”고 하였고 “강물에 배를 맡긴다”고 하지 않고 “금빛 노을에 배를 맡긴다”고 하였다.
이미지를 받는 말은 강물이고 이미지를 주는 말은 달빛과 금빛 노을인데, 금빛 노을은 달빛의 환유이다. 어디론가 지향 없이 가고 싶어 하는 심정은 ‘지금 여기’에 대한 불만의 표현이다. 더 나은 미래 또는 더 좋은 세상이 동경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시에서 시인이 그리워하는 것은 좋은 미래가 아니라 좋았던 과거이다. 공간으로 보면 고향으로부터 멀어지지만 시간으로 보면 오히려 고향에 가까워진다. 달빛 속에 깃든 마을을 돌아보며 시인은 마을이 바라보이는 거리를 돌아갈 기약도 없이 떠나온 먼 길로 느끼고 들과 산을 눈여겨 들여다보며 과거의 초가집들을 미래의 그림으로 옮겨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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