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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탈북여성의 “행복을 찾기까지” 감동 정착기

맑은물56 2011. 10. 20. 08:36


 

한 탈북여성의 행복을 찾기까지” 감동 정착기
 
 
지금까지 올렸던 글을 더듬어 보느라니 모두 북한에서 있었던 일들만 적어왔구나…하는 생각이 들면서
한국에서의 생활도 요약해서 쓰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처음 한국 땅에 도착할 때까지만 해도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는 일을 하지 않아도 먹고 살 수 있는 나라로 생각했다.




매일 웃고 떠들고 행복과 기쁨만이 기다리고 있는 줄 알았었다. 하지만 현실은 참으로 냉혹했다.
정착금 300만원이 통장에 들어왔다고 하긴 하는데 돈을 찾을 수가 없다. 어디서 어떻게 찾지??…..
백화점이 서민이 가는데가 아니라는데 그것도 모르고 구경을 갔다….

가는 길도 다시 찾아오지 못할까 보아 모든 간판을 다 외워두며 한발자국 두발자국 옮겨서 찾아갔다….
허나 어이하랴……백화점에 들어가긴 들어갔지만 이분이 저 문 같고 저 문이 이 문 같고…모든 것이

번쩍 번쩍 나오는 문을 찾지를 못해 한 시간이나 헤메다가 겨우 나왔다.

쪽팔리는걸 겨우 참으면서 돈을 어떻게 찾는지 지나가는 사람한데 물어봤다.
은행에 가서 찾으란다….무작정 은행에 들어갔다….

“고객님…여긴 국민은행입니다….이 통장은 농협통장이니 농협은행에 가보세요…”한다.
하~~그런가? 은행도 다 다른가보네…..쩝….허겁지겁 �기듯이 나온다.

그속에서도 생각은 있었는가보다. 제일 먼저 돈을 찾아서 한다는 노릇이 운전학원에 갔다.
85만원을 내란다….“엉? 뭐가 그리 비싸….나 이 돈으로 쪼개가면서 살아야 하는데…..”
할수없다…손을 부들부들 떨면서 냈다.

필기시험은 하나원 교육기관에서 합격하고 나왔으니 실기만 합격하면 된다.
소경 문고리잡 듯 보름 만에 합격했다…..
필기는 그래도 98점이었는데 실기는 겨우 턱걸이로 85점이다……
안도의 숨이 나온다…불합격이 됐으면 돈을 또 내야 된다던데……살았다…..
기분 좋다…대한민국 사회에 나오자마자 보름 만에 딴 첫 자격증이다…..자신감이 생긴다.
“어?….나도 할 수 있네….앞으로 더 노력하면 되겠다…”하는 자신감…………….

그런데 일이 났다…북에 있는 언니한데서 전화가 왔다…..이미 하나원에서부터 통화는 자주 했었는데

오늘 전화는 돈을 좀 보내란다…..먹을 게 없어서 굶어죽을 형편이라고….
더 두말할것도 없다…돈 벌때까지 쓸돈 조금만 남겨놓고 몽땅 송금했다.
내 가족이 굶어죽는다는데 뭐가 아까우랴….마음이 개운하다…우리 가족이 옥수수밥이나마 배불리

먹을 수가 있다는 생각에……

다음은 뭘 또 배워야 하는데 뭐 배울까? 컴 학원에 등록했다.
하루에 한시간씩 배우러 오란다.

이것만 가지고 안되겠는데……처음부터 세무가 배우고싶었다…..
그런데 모집하는 기간이 지났단다……할수없지….
다른데 알아보니 요리학원에서 사람을 모집한단다.

무작정 가서 등록했다. 실업자훈련이라 돈이 안든단다.
얼씨구 좋아라…돈이 안 든다니 좋다……
몇일 안있어 요리학원에 다니기 시작했다…..
뭐가 그리 복잡하노……간장 1T, 기름 2T, 깨소금 1T….하면서

배우기 싫다…..하지만 할 수가 없다…시작했으니 끝장을 볼수밖에….
필기시험날…..산업인력공단에 가서 치렀다…..

어?……거의 100점수준으로 합격했단다…..우리 처녀선생님 내가 그렇게 잘했는데

좀 칭찬해주시지 그냥 70점만 넘으면 되는것이지 아무 필요도 없단다….치……

돈이 없다….북에 다 보내고 나니 차비도 없다…..일을 해야 한다.
이리 기웃 저리 기웃하다가 중국 집 문앞에 알바 구함, 이라고 써붙혀 있는 문구를 보고는 무작정

들어가서 일하겠다고 했다.
말투가 좀 이상하단다….“네….강원도에서 왔어요. 산골에서 여기에 왔는데 알바해서 돈좀 벌려구요….

”승낙했다…..

저녁 6시부터 새벽 1시까지 일하란다….그렇게 하면 한달에 60만원 준단다…..좋다….

한달에 60만원씩이나 준다니…………열심히 해보자…..
힘들다. 새벽1시까지 일하고 들어와서 2시까지 요리실기 시험준비도 해야지…..4시간정도 자고 6시에는

기상해서 학원갈 준비를 해야 한다.
오후 3시까지 요리학원 수업마치고 와서는 컴 학원에 가서 한 시간 배우고 집에 와서 잠시 앉아있다가

다시 일 나가야 한다.

육체적으로 힘든거 보다 왜 그렇게 정신적으로 더 힘이 든지…..
이유없이 매일 머리가 윙윙대면서 아프고 무겁고….
가슴에는 커다란 돌맹이를 얹어놓은것처럼 답답하고 안타깝고, 어깨는 쑤시는것처럼 아프고…..

그때는 왜 그렇게 아픈지 몰랐다…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니 그게 외상후 스트레스라는 병이라는것이다….

정말 아팠다. 이유없이 몸무게가 12키로나 줄었다.
바싹 말랐다….국정원에서 사주었던 옷들이 모두 커서 입을 수가 없고

금방이라도 바람이 불면 날아갈 거 같았다.
그 속에서도 살겠다고 몹시도 발버둥을 쳐댔다….오직 한 가지….빨리 배우고 빨리 돈벌어서 가족들을

데려와야 한다…..이 생각에 …………..

성과적으로 실기시험도 합격이다….두번 째 자격증이다.
또 한번 자신심이 생긴다. 같은 학원에 다니는 다른 아줌마들 떨어진 사람들이 많았다….

그 속에서 난 붙었다.

이렇게 5개월을 마치고 다시 등록한게 세무학원이다..
선생님이 도리머리를 지으신다…
“세무 힘듭니다…. 북에서 해봤나요?”
“아니요…전혀 못해봤습니다…. 할수 있습니다….남들이 한시간할 때 두시간, 세시간 더하면 되겠지요.”
승인받았다. 몇일후부터 다니란다.

열심히 했다. 대차대조표가 뭔지 . 손익 분기가 뭔지 분개가 뭔지 모든게 생소하다.

한참을 음미해도 이해가 안가는게 한두가지가 아니다 .
선생님은 계속 진도를 나가신다. 뭔 소린지 도통 알아들어야 말이지…..재미없어질려고 한다…..
수업이 끝난후에 선생님이 남으시란다….할수있겠느냐고 물으신다.
“할수 있습니다” 하고 말하고 집에 와서는 그거만 혼자 들여다 보면서 다시 한번 되뇌인다.

이렇게 한달이 지나 회계 2급시험이 있는 날이다…..떨리는 맘으로 어느 대학청사에서 시험을 치렀다.
합격일까? 불합격일까?…….가슴을 옥죄이며 보름간을 기다려 시험발표날이 다가왔다.
시험발표날 정각 밤 12시까지 안자고 있다가 ARS로 전화해본다. 가슴이 두근 두근……

“합격입니다…축하합니다…”하는 멘트가 흘러나온다….
와………………….
나혼자 집안을 쿵당쿵당 뛰면서 좋아서 어쩔줄 모른다.
가슴이 벅차오른다. 세 번째 자격증이다 .
점더 노력하자….하고 굳은 결심을 다져본다.

그로부터 한달후 다시 회계 1급시험이다. 역시 통과다. 같은 학원에 아줌마들 더러 불합격인데

난 그래도 합격이란다…. 선생님,,, 칭찬하신다…잘 했다고 …..합격하리라고 생각못했었는데 해냈다고…..

대학나온 사람들은 뭐 그런거 가지고 저리도 자랑하고 기뻐할까?하고 생각하겠지만 나같은 초등생한데는

정말 큰 일을 해치운거처럼 생각된다.

그 이후로 파워포인트에서도 합격했고 세무 1급시험에 도전해서 작년 가을부터 지금까지 4번을 떨어졌다…

.. 하지만 주저앉지 않으련다…..
합격할때까지 해보련다….누가 이기나 두고보자…마음다지며…

방송통신대학에도 등록했다…..좋은 사람들이 많다. 하루는 출석수업을 마치고 회식자리로 갔었다…

회식이 끝나고 2차로 노래방에 간단다….
노래방이라는데 처음 가본다…불빛이 어룽대는 그곳에 들어가서 신나게 놀아봤다….

“우연이”라는 노래를 춤을 춰가며 한곡 뽑았다…멋지게…..

난 뭐 춤을 추라면 못추는줄 아느냐….이렇게 속으로 중얼거리면서 …… 어떻게 그렇게 잘하냐고 한다,,,
어깨가 으쓱해진다…ㅎㅎㅎ

지금은 월급도 작게 받고 일하지만 너무나 행복하다. 나도 일할수 있다는것에 대해 감사하며 살아간다.
지금 생활은 무척 힘들다. 내 자신이 통제하며 살아간다.

옷….안사입는다. 옷 한 벌 사는 돈이면 우리 북한에서 2달은 넉근히 살아갈수 있는돈인데… 신발….

2년전에 산 신발 깨끗이 손질해서 신는다…. 아직 신을만한데 뭐….
화장….안한다. 쌩얼로 다닌다. 쌩얼이 추세라는데 뭐…..화장품이 엄청 비싸다.

내 수준에는 살 엄두를 못내겠다…..

머리….그냥 기른다…. 북에서 생머리를 하고싶었었는데 머리를 조금만 기르면 수정주의 랄라리 풍에

젖었다고 자르라고 회의 때마다 지적하곤 해서 못길렀었다.

그냥 돈도 아낄 겸 그냥 기른다. 앞머리 내가 두 달에 한번씩 가위로 거울보고 자르면 된다.

머리 한번 할려면 5만원, 6만원이라는데?…어우…비싸…..

궁상스럽다고 하겠지 다들…….하지만 지금이시각도 헐벗고 굶주리는 내 가족들을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

최대한 아끼고 최대한 절약해서 형제들을 만나야 한다.

나는 행복하다. 너무나 행복하다.
비록 12평집이지만 내 집이 있고 밝은 불빛이 흘러나오는 아늑한 내 집…

..수도물이 콸콸 나오고 땔감 걱정 없이 살아가는 이 행복을 만끽한다.

1년에 300일은 전기도 못보고 살아가던 그시절…..물지게로 물을 긷던 그 세상….

땔감이 없어서 4시간을 산을 오르내리던 그 시절을 영원이 잊을수도 없고 잊어서도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