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문학의 향기

[스크랩] 그 섬에 가면 - 임영조

맑은물56 2011. 8. 31. 15:02

      
      

       

          그 섬에 가면

         

                      임영조

         

         

         

        지도에 없는 섬 하나를 안다

        사람들 더러 아는 척해도

        실은 가는 길도 모르고

        무엇이 있는지는 더욱 모르는

        외딴 섬 하나를 나는 안다

         

        햇볕과 바람 유독 넉넉하고 정갈한

        그 섬에 가면 홀로된 여자가

        몇 돼기의 외롬꽃을 가꾸며 산다

        온 하루 김을 매고 속된 꿈 솎고

        저물면 밤하늘에 총총한 별을 읽고

        스스로 섬이 되고 별이 되는 섬 여자

        나는 몰래 그녀를 사랑한다

         

        가을볕 붉게 타는 수수밭 지나

        고운 소금 뿌린 듯 메밀꽃 하얀

        고샅길 질러 바다로 가노라면

        꽃게처럼 웅크린 인가 몇 채 졸 뿐

        아무도 내다보지 않는다. 무시로

        참새떼소리 왁자한 탱자울 넘어

        날아든 꿀벌들의 입맞춤이 진한지

        참깨꽃 은방울이 섬 온 채를 흔든다

         

        그늘 깊은 뒷산 잡목숲에는

        탁목조 한 마리가 산해경 읽듯

        팽나무 찍는 소리로 하루해가 저물고

        노을 젖은 은박지로 구겨진 바다

        물빛 풍금소리 은은한 그 섬에 가면

        나 혼자 엿듣는 방언이 있다

        감쪽같이 나누는 사랑이 있다

        아련하게 니스칠한 추억이 있다

        세상과 먼 그 섬에 가면

         

         

         

         

         

         

       

      임영조(1945~2003)
      충남 보령 출생
      1970년 {월간문학}, 1971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바람이 남긴 은어} {갈대는 배후가 없다} {귀로 웃는 집} 등 

      출처 : 시와음악♬
      글쓴이 : 가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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