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문학의 향기

사랑의 존재 / 한용운

맑은물56 2011. 8. 30. 08:47

사랑의 존재 / 한용운

 

 

사랑의 존재 / 한용운


사랑을 사랑이라고 하면,
벌써 사랑은 아닙니다.
사랑을 이름지을 만한
말이나 글이 어디있습니까.


미소에 눌려서 괴로운 듯한
장미빛 입술인들
그것을 스칠 수가 있습니까.


눈물의 뒤에 숨어서
슬픔의 흑암면(黑闇面)을 반사하는
가을 물결의 눈인들
그것을 비칠 수가 있습니까.


그림자 없는 구름을 거쳐서,
메아리 없는 절벽을 거쳐서,
마음이 갈 수 없는 바다를 거쳐서
존재 존재입니다.


그 나라는 국경이 없습니다.
수명은 시간이 아닙니다.
사랑의 존재는 님의 눈과
님의 마음도 알지 못합니다.


사랑의 비밀은 다만
님의 수건에 수놓는 바늘과,
님의 심으신 꽃나무와,
님의 잠과 시인의 상상과
그들만이 압니다

 

 

어제밤 사랑하는 꽃같이 예쁜 딸을

갑자기 잠을 자다  한 순간에 잃고

장례식을 맞이하는 부모님들의

눈물도 말라서 훵한 눈동자를 보고 돌아와

사랑의 깊이를 잠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대학교 4학년 취업공부를 하다 잠이 들었는데

일요일 아침이어서 늦잠을 자는 줄만 알았던 딸이

깨워보니 이미 싸늘한 모습이 되어 있었다 하니

이 선량한 가족에게 이게 왠 청천벽력의 일인지.....

어떤 하늘의 이치인지...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면서

하늘에서 못다 이룬 아름다운 꿈

꼭 성취하기를....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