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힘겨워하지 마세요.
그대의 모습이
다른 이에게 힘이 되고 있습니다.
힘겨움을 이기지 않고
아름답게 거듭나는 것은 없습니다.
작은 꽃 한 송이도
땡볕과 어두움과 비바람을
똑같이 견딥니다.
마을 어귀의 팽나무와 느티나무가 견디는
비와 바람을
채송화와 분꽃도 똑같이 견딥니다.
그대 거기 있다고
외로워 하지 마세요.
살아있는 것 중에
외롭지 않은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들판의 미루나무는 늘 들판 한 가운데서 외롭고
산비탈의 백양나무는 산비탈에서 외롭습니다.
노루는 노루대로
제 동굴에서 외롭게 밤을 지새고
다람쥐는 다람쥐대로 외롭게 잠을 청합니다.
여럿이 어울려 흔들리는 들풀도 다
저 혼자씩은 외롭습니다.
제 목숨과 함께 외롭습니다.
모두들 세상에 나와 혼자 먼 길을 갑니다.
가장 힘들때에도 혼자 스스로를 다독이고
혼자 결정합니다.
그래서 늘 자기와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외로운 이들을 찾아 나섭니다.
나만 외로운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다
그렇게 외롭습니다.
지금 그대곁에 있는
사람도 그대만큼 외롭습니다.
그대가 거기 있어 외로운 게 아니라
근본적으로 우리 모두는
외로운 존재인 것입니다.
그대가 거기 있는 것처럼
소박한 모습으로 서서
자기들이 있는 곳을
아름다운 모습으로 바꾸어 놓은 이들이
세상에는 참으로 많습니다.
그들이 이 세상을 꽃밭으로 가꾸는 것처럼
그대도 그렇게 꽃으로 있습니다.
그대 힘겨워 마세요.
그대의 모습이
다른 이에게 힘이 되고 있습니다.
<도종환님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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