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차와 예절

[스크랩] 나비의 변신變身을 꿈꾸다

맑은물56 2011. 6. 13. 20:44

차의 세계 2011년 6월호

아름다운차실 순례 19 - 호접당(蝴蝶堂)

 

 

"나비의 변신(變身)을 꿈꾸다"

 

 

 

 

 

 

 

봄날 같지 않게 장마처럼 연일 내리던 비가 그치고 모처럼 하늘이 활짝 개인 오월의 마지막 날. 경남 양산시 하북면 지산리, 영축산 통도사(通度寺) 산기슭 평산 마을에 자리 잡은 임채운(林彩雲) 씨의 호접당(蝴蝶堂)에도 봄은 무르익을 대로 무르익어 갔다.

 

 

 

 

 

 

 

 

가는 봄을 아쉬워하듯 정원에 피어난 갖가지 꽃들이 현란하게 향기와 빛을 토하고 있었다. 모란과 붓꽃, 라일락과 찔레, 불두화와 이팝나무 꽃, 때죽나무 꽃… 임채운 씨는 마지막 봄의 정경을 혼자 누리기에 너무 아쉬워 전날 다우(茶友)들에게 전화를 돌렸다. 부산에서 달려온 다우들이 한가지 씩 장만해온 음식과 과자로 조촐한 찻자리가 마련되었다. 이미 이십 년이나 함께 수행해 온 지기지우(知己之友)들이다.

 

 

 

 

 

 

 

 

임채운 씨의 가족을 위한 별장 겸 다실인 호접당은 밖에서 보면 요새처럼 단단한 붉은 삼층 벽돌집이지만 내부는 온돌과 한지문으로 꾸며져 있다. 2008년 양산건축문화상을 수상한 건물이다. 특히 차와 명상만을 위한 공간인 삼층은 키가 닿을 만큼 천정이 낮아 다락방처럼 아늑하다. 액자형 창문들은 주위의 수려한 경관을 효과적으로 관상할 수 있도록 고려되었다. 창으로 보이는 영축산 문필봉(文筆峰)은 한 점의 산수화이다.

 

 

 

 

 

 

 

 

 

 

임채운 씨가 지도하는 차모임은 호접다회이다. 숙우회(熟盂會)에서 받은 호접(蝴蝶)이란 이름에는 초월과 해탈의 꿈이 서려있다. 호접은 나비이다. 나비는 변신을 상징한다. 번데기가 허물을 벗고 비상하듯 모든 굴레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일체 중생이 화생(化生)하여 큰 신통을 얻고

몸에서 광명이 솟고 자유롭게 비행(飛行)하기를.

『법화경 오백제자수기품』

 

 

 

 

 

 

 

 

점심 식사 후 문필봉을 바라보는 정원 풀밭에 들차자리를 차리고 올해 첫 우전차를 맛본 다음, 모두들 다시 홀의 테이블에 둘러앉아 다질링 홍차 향기에 젖었다. 소녀들처럼 즐겁게 이야기꽃을 피우다 저녁 으스름이 내릴 즈음 다우들이 돌아가자 주인은 대문을 살며시 닫고서 삼층 다실로 올라가는 계단을 밟는다.

 

 

 

 

 

 

 

 

 

 

 

 

한지문으로 스며드는 푸른 으스름 빛 속에 날개 접는 나비처럼 고요히 앉아 독좌(獨坐) 다법으로 차를 다린다. 마침 산 너머에서 들려오는 통도사 저녁 범종 소리가 고즈넉한 분위기를 더하여 삼매에 들게 한다. 마주한 원상(圓相)에는 빛이 어리고 마음은 명경(明鏡)처럼 맑기만 하다.

 

 

 

 

 

 

 

 

촬영: 하성미

출처 : <유마클럽>
글쓴이 : 주영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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