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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람] 왜 사느냐구요? 궁금할 땐 무작정 떠나보세요

맑은물56 2011. 4. 25. 17:09

[이사람] 왜 사느냐구요? 궁금할 땐 무작정 떠나보세요
포항공대 시절부터 60개국 여행 시작
14년간 전세계 떠돌며 ‘자아찾기’ 나서
“KAIST 학생들에 연민…도움 주고파”
한겨레 박현정 기자기자블로그 김태형 기자기자블로그
» 이민영씨
여행기 ‘자전거로 세상을 건너는 법’ 펴낸 이민영씨

대기업 국외영업사원, 환경 컨설턴트, 스윙댄스홀 사장, 출판사 직원, 여행인솔자….

서울대 인류학과 대학원에 재학중인 이민영(34·사진)씨가 포항공대 졸업 뒤 거쳐간 직업들이다. 그에겐 이름도 여러 개다. 크리스티나(세례명), 대비광(법명) 등. 20대 시절 천주교부터 불교, 힌두교까지 두루 공부했다. 틈틈이 인도 등으로 떠나 몇 달씩 머물렀다. 이씨가 지금까지 거쳐간 나라는 60개국. 대학원 입학 직전이었던 지난 해 겨울, 두 달간 홀로 자전거를 타고 메콩강을 따라 라오스, 타이, 캄보디아, 베트남 4개국 2850㎞를 여행했다. “나만의 속도로 느리고 자유롭게, 보통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보고 싶어서죠.” 당시 체험한 현지인들의 문화는 최근 펴낸 책 <자전거로 세상을 건너는 법>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씨의 여행 이력은 1997년 대학 2학년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화학을 공부했지만 적성에 맞질 않았다. 그 땐 ‘내 의지’로 자유롭게 살지 못한다면 죽을 것 같았다. 삶에 의미가 없었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도 막막했다. 휴학을 하고 무작정 인도에 가 6개월 동안 머물렀다. 오가는 사람들은 어떻게 사나 궁금해 갖가지 인생사에 귀를 기울였다. 그는 당시 기억을 떠올리다 요즘 카이스트 학생들에게 연민이 느껴진다고 했다. “기숙사 생활할 때 모든 사람이 다 경쟁자였어요. 바보같이 보이고 싶지 않은데, 내가 바보인 것 같고. 어릴 때부터 감정 컨트롤하는 법 모르고, 인생 계획 세울 줄도 모르는 데 해야 할 공부는 너무나 많죠.”

학교에 돌아와서도 삶에 대한 고민은 쉽사리 해결되지 않았다. 졸업 뒤 외국에 자주 나갈 수 있겠다 싶어 국외영업사원이 됐지만 7개월 하루 만에 그만뒀다. 팀이 계속 바뀌는 데다 여직원들에겐 출장이나 파견 기회가 적었다. 여러 가지 일을 하며 외국을 오가는 삶이 계속됐다. 그러던 2008년 가을, 스페인 순례길 ‘까미노 데 산티아고’를 걸으며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 “제 속에서 일던 미친 바람이 가라앉았어요. 인간에 대해 연구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현지인에게 친근하게 말 거는 소질이 있었거든요. 모르는 사회를 관찰하고, 인간의 본성을 알고 싶었죠.” 이씨는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나만의 삶을 찾지 못해 방황하는 20대들에게 책이나 강연을 통해 도움을 주고 싶다고 했다. 60개국을 가봤지만 아직도 가고 싶은 나라는 많다. “잘 모르는 믿음의 세계에 관심이 많아 이슬람 국가들에 가고 싶어요. 두 번째는 남극이나 나미비아처럼 광활한 자연이 있는 곳, 그리스 섬들과 갈라파고스 제도도 가고 싶고…. 뭐 결국 세상 모든 나라를 다 가보고 싶다는 얘기네요.”

글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사진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