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차의세계> 2011년 1월호 중에서...
창간 9주년 테마기획│세계 차는 지금
느림과 기다림에서 빠른 스피드로
넘어간 茶道의 세계
운암(차문화 연구가)
![]() |
국악과 차의 만남에는 느림의 미학이라는 말이 어울린다. 느릿하게 울리는 가야금과 차를 우려내는 시간, 찻물 떨어지는 시간의 기다림을 두고 느림의 미학이라고 이름 붙인 것이다. 그러나 최근 차계에서 느림의 미학을 거부하기 시작한 것이 감지되었다. 바쁘다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니는 한국인의 모습처럼 현대인의 생활이 스피드를 중요시하는 쪽으로 옮겨 가면서 이제 차 또한 느림에서 빠른 쪽으로 다가섰다. 그것은 언제 어디서나 녹차를 마실 수 있는 페트병의 등장과 관련해 자연스럽게 다례하듯 한복을 곱게 입고 마시는 차보다 움직이는 행선(行禪)의 차의 세계로 다가왔다. 본지는 창간 9주년을 맞아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세계 차의 움직임을 따라가 봤다. ... (중략)
기다림의 미학 차에서 배우다
현대인들은 걸으면서 참선하는 행선을 추구한다. 그러나 차문화를 놓고 볼 때 기다림의 미학이 필요하다. 지난 28일 부산시민회관 소극장을 가득 메운 청중이 지켜보는 가운데 숙우회 행차법이 시연되었다. 구슬이 구슬을 비추다라는 뜻의 인드라망(因陀羅網)은 《화엄경》에 나오는 구슬 그물을 찻자리에 그대로 옮겨 놓은 행차법이다. 12명의 다우가 촛불을 들고 무대 위를 밝히며 들어서자 삼라만상이 환하게 밝아 왔다. 다우들은 원을 그리며 앉았고, 그 중앙의 4명이 좌선삼매에 빠지듯 차를 동선에 맞추어 우려내기 시작했다. 그 순간마다 이 구슬은 저 구슬에 투영되고 저 구슬은 이 구슬에 투영되는 것 같이 환하게 밝아 왔다. 그리고 좌선삼매에 빠지듯 동선이 움직였다. 이내 구슬을 하나씩 들고 빠져나가자 공간은 텅 비었다. 이번 숙우회의 인드라망 행차법을 지켜본 도법(인드라망생명공동체 상임대표) 스님은 “《화엄경》의 제석천 궁전에 투영된 보배 구슬인 인드라망을 차로 절묘하게 표현했다”고 피력했다.
![]() |
``구슬이 구슬을 비추다``라는 인드라망을 행차로 끌어낸 장면. |
차가 초스피드로 옮겨가는 지금 숙우회 행차법이 보여준 인드라망은 욕망을 좇는 현대인에게 한 템포 쉬어가는 절제미의 순간과 깨달음 세계를 다도를 통해 보여주어 또 다른 차의 세계관을 열었다고 볼 수 있다.
다도의 세계에서 느림과 기다림을 잘 드러낸 것이 한 잔의 차를 우려내는 의식이다. 좋은 차와 알맞은 물의 온도, 기다림 이 세 박자가 잘 맞을 때 차의 세계가 극명하게 드러난다. 인드라망을 행차법으로 이끌어 냄으로써 절제미로 절묘하게 표현하였다. 정병 위에 꽃 한 송이를 꽂고 팽주가 정성스럽게 차를 우려냈다. 그 차를 받은 다우의 마음이 차 한 잔 속에 느림과 기다림의 아름다움으로 녹아났다. 그것이 구슬(불빛)이 구슬을 비춘다는 보배 구슬이며 차의 진면목이라고 생각한다. ... (중략) ...
지금 차의 주류는 차인, 차학, 차상 그룹으로 나누어지고 있다. 차문화의 발전은 다례를 통해 '찻물 떨어지는 기다림'인 느림의 미학을 회복하는 데에 있다. 그런 점에서 <화엄경>의 구슬 그물을 행다로 이끌어낸 숙우회의 구슬이 구슬을 비춘다는 '인드라망'은 한국 차문화 확산에 일조한 것으로 보인다. ...(중략)
선차닷컴 참조
http://www.suncha.co.kr/Article/Article_View.aspx?ArticleSeq=1223
===========================================================================================
선차행다례의 미학
소리를 타고 잠시 도리천에 오른
비선飛仙 향연
박정진(본지 편집주간)
![]() |
'구슬이 구슬을 비추다.' 해마다 차 표현의 성숙미를 더해가는 숙우회(熟盂會)가 이번에는 '인드라망(因陀羅網)'을 주제로 한 해의 대미를 장식했다.
부산의 대표적 차회 숙우회는 지난해 12월 28일, 29일 양일간 부산 문화회관 소극장에서 인드라망을 주제로 가족적인 분위기에서 소박한 차 표현 행사를 가졌다. 지난해 이맘때쯤 수류(隨流)를 주제로 큰 행사를 벌였던 숙우회는 이번에 규모는 작지만 불교적 소재와 주제로 차선(茶禪)의 아름다움을 응집시켰다.
깨달음에 못지않은 불교의 기둥 주제인 '인드라망'은 연기(緣起) 속에서 생멸하는 존재들이 서로 비추고 비추이는 화엄의 장엄한 꽃밭을 은유하는 말이다.
이날 차 표연 행사는 음악이 얼마나 귀중한 것인가를 깨닫게 하는 장이었다. 국악과 명상 음악 계통의 선율이 번갈아가는 속에 연행자들은 저마다의 숙련된 몸짓으로 성의를 다했다. 음악과 동작은 하나가 되어 돌아갔다. 음악을 타면서 극락에 잠시 오른 듯한 표정으로 무대를 오가고, 좌정하고, 치렁치렁한 치마를 매만지면서, 정중동, 동중정의 움직임으로 무대를 꽉 채웠다.
![]() |
인드라망(因陀羅網) 잎차. |
도리천 제석천왕(帝釋天王)의 궁전에 드리워진 보석의 그물 인드라망. 그물코마다 달린 구슬에 삼라만상, 그 만상은 또한 서로가 서로를 비추니 빛의 꽃밭. 일즉일체(一卽一切)의 화엄(華嚴)은 자연스럽게 삼승일승(三乘一乘)의 법화(法華)로 이어졌다.
![]() |
우담바라(優曇鉢華) 잎차. |
1, 2부로 나뉜 이날 행사는 2부 첫 표연으로 등장한 인드라망 잎차에서 표제답게 절정을 이루었다. 인드라망 다법은 좁은 공간에서 많은 사람들이 명상할 때 사용하기에 적절한 다법이다. 화로를 중심으로 촘촘히 둘러앉아 차를 돌려 마신다.
오프닝 행사는 해조음헌다(海潮音獻茶) 말차가 장식했는데 바다의 조수처럼 어김없이 오가는 법음의 소리, 해인의 소리를 차에 담았다. 도리천의 하늘 북, 천고(天鼓)는 치지 않아도 울리고, 해조(海潮)는 아무 생각도 없지만 밀려오고 쓸려나간다. 숙우회의 베테랑 두 차인이 펼치는 동작 하나하나의 절제미와 성숙미, 긴장감은 마음과 몸이 하나 된 경지의 움직임으로 인해 보는 이로 하여금 숨을 죽이게 했다.
무대 공간은 일견 바다가 된 듯 고요한데 찻물 소리는 마치 해조음처럼 은은히 들려왔다. 오고갈 때 오고가고, 설 때 서고, 앉을 때 앉는 품이 절도가 있어 아마도 후배들의 귀감이 되었을 성 싶다.
숙우회 행사의 장점은 노소 선후배가 함께 어울려 서로 배우고 가르치는 장이 된다는 점이다. 그래서 서툰 신참자의 실수나 약간의 어색함도 그렇게 밉게 보이지 않는다. 실수와 파격과 정격이 섞여야 미가 돋보이는 법이다.
|
해조음헌다(海潮音獻茶) 말차. |
만다라팔엽 잎차, 만다라사엽 말차는 숙우회의 트레이드 마크인 만다라 표현 시리즈의 일련으로 확고하게 자리 잡은 다법이다. 숙우회는 꽃을 뿌려 공간을 정화하거나 찻잔에 꽃을 띄워 어가수 공양을 하기도 하는데 이번에는 큰 바구니를 사용하는 화롱(花籠) 잎차를 선보였다. 손님이 많을 때 활용하는 다법이다.
중생의 번뇌를 식혀 주는 관세음보살의 정병을 은유한 '양류(楊柳) 말차', 차안과 피안 사이에 꽃배를 띄우면서 은하처럼 소용돌이치게 한 '향하(香河, 향수의 강물) 잎차'는 인드라망이라는 주제를 뒷받침하기에 손색이 없었다.
대중들이 차례로 촛불을 점화하고 찻잔에 띄워 커다란 빛의 화환을 만드는 저녁 명상시간의 다법인 '등만(燈鬘, 등염화만燈焰華鬘의 줄임말) 잎차' 그리고 하늘의 회전과 소용돌이를 형상화한 '은하(銀河) 잎차'는 두 시연자가 치마를 펼치고 엇도는 동작으로 우주의 여성성을 역동적으로 표현했다. 이는 자비의 치마를 뜻하는 '비복(悲服) 말차'의 우주적 여성성에 대한 정적인 표현과 대조를 이루었다.
행사의 마지막을 장식한 '우담바라(優曇鉢華) 잎차'의 우담바라는 삼천 년에 한 번씩 피운다는 꽃으로 <법화경>에 '오늘 우담바라를 본다'는 게송을 연행한 것이다. 매 순간 순간 깨달음의 꽃을 경험할 것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마지막에 배치한 듯하다.
'선차닷컴' 참조
http://www.suncha.co.kr/Article/Article_View.aspx?ArticleSeq=1219
'종교 > 나를 찾아 가는 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니밋타(표상)-인경스님의 명상수행 에세이 (0) | 2011.03.10 |
---|---|
[스크랩] 3. 재를 지내면 어떤 공덕이 있는가 (0) | 2011.03.10 |
원통불교(圓通佛敎) 회통불교(會通佛敎) (0) | 2011.03.07 |
[스크랩] 임종이 다가옴을 알아야 하는 이유 (0) | 2011.02.14 |
♤ 누구 탓을 하지 마라 내 인생은 내가 책임진다 ♤ (0) | 2011.01.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