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기도
- 일시 : 2011년 2월 6일 일요일 오후 8시
- 장소 : 제주대학병원 4층 1인 병실
임종이 다가옴을 알아야 하는 이유...
다음날 정초기도를 앞두고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호스피스회 총무이신 고보살님으로부터 친구 어머님이 임종을 하시려 하는데
임종기도를 해 주실수 있는지 물어 오셨습니다.
스님께서는 일반 간병기도 환자라면 다가오는 목요일에 해 드릴텐데
임종환자라 하니.... 바쁘더라도 다녀와야 할 것 같다며
늦은저녁 제주대학병원으로 향하십니다.
병원법당에 도착하여 잠시 기다리니 고계출, 부성열 보살님이 도착하였습니다.
우리는 4층 병실을 향해 이동하였습니다.
병실에는 따님되시는 분과 올케 두분이 어머님과 함께 계셨습니다.
예전에 파킨슨 병이 있으셨는데, 췌장암이 발견되어 삶이 한달정도 남았다는 진단을
받으셨는데 몇 일전 한달이 지났다고 합니다.
지난밤 숨이 차고 힘겨워하셔서 임종이 다가온것은 아닌가 하여
스님께 급히 연락을 드렸다고 합니다.
병원에 급히 달려와 보니 환자의 상태는 그리 나쁘지 않았습니다.
나쁘지 않다는 의미는 아직 임종을 생각할 상태는 아니라는 것이였습니다.
환우님은 눈을 감은채 의자에 기대여 계셨습니다.
허리에 찬 복대에 의지하여 자세를 바로하고 계셨으나
순간순간 다가오는 고통에 힘겨워하고 계셨습니다.
스님께서는 환우님께 편안한 마음으로 기도를 들으시라 말씀드리고
기도를 시작하셨습니다.
반야심경을 할 때에는 환우님도 반야심경을 함께 따라하고 계셨습니다.
이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올케의 눈에서는 눈물이 뚝뚝 떨어집니다.
스님께서는 환우분을 위해 업장소멸기도를 드리고 계셨습니다.
환우님은 앉아계신것도 힘겨우신지 다시 일어나십니다.
눕는것도 앉는것도 쉽지 않아 고통스러워하고 계셨습니다.
스님은 환우님께서 아직 임종을 받아들이지 못한 상태임을 직감하시고
업장소멸기도만을 하시고 기도를 마쳤습니다.
병고의 고통으로 힘겨워하고 계시긴 하였지만 아직 임종기도를 할 상태는 아니였습니다.
스님께서는 다가오는 목요일 간병기도 때 다시 들르겠다는 말을 남기고
병실을 나왔습니다.
함께 따라나온 따님과 스님은 한참동안 대화를 나누십니다.
환우님께서 자신의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상태에서
환우님이 받아들이지 않는 임종기도는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을 말씀드리며...
어머님께 의사의 진단을 전해드리고 남은 생을 정리 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라고 말씀드립니다.
자신의 삶이 얼마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지도 못한 상태에서
가족들의 요구에 의해 임종기도를 한다는 것은 환자를 더욱
혼란에 빠트리는 일이며 좋은 죽음을 준비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였습니다.
노환으로 수명이 다하여 가시는 것이라면 미리 알리지 않아도
환우님 스스로 마음으로 임종을 생각하고 계시지만,
갑작스러운 병으로 인해 임종에 이르시는 분들은 생의 애착이 강하기 때문에
준비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임종기도는 환우님께 오히려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 이였습니다.
가족들은 수시로 환우님 곁에서 나무아미타불 염불을 해 주시고
환우님이 힘겨워하실 때에도 함께 나무아미타불 염불로서 이겨내시라 당부하십니다.
스님은 따님과 긴 대화를 나누시고 우리 일행은 병원법당으로 향했습니다.
태어난 이들은 모두가 죽음으로 향해가지만
죽음의 길은 준비가 필요합니다.
지금까지의 인연들과 마지막 인사도 나눠야 하고
하지 못한 이야기도 나눠야 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부디 환우님께서 얼마남지 않은 시간, 지난 삶을 참회하고
남은 인연들과 함께 기도하며 평온한 시간 보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아미타 부처님이시여
한 영혼이 병고의 고통속에서 신음하고 있습니다.
아미타 부처님의 자비한 손길로 이끌어 주시어
두려움 없이 모든 고통과 다가오는 인연들을 맞이하게 하소서.
아미타 부처님의 깊고도 자비한 목소리를 듣게 하시어
평온속에서 지난 삶을 되돌아 보게 도와 주소서.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 극락도사 아미타불
_()()()_
- 함께한 이 : 수상스님, 부성열, 고계출, 곽은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