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은 어둠 속에 집을 짓는다
임영석
까치가 은행나무 가지 사이를 파고 집을 짓는다
그 사이 달빛도 어둠을 파서 집을 짓는다
처음에는 손톱 같더니, 그 손톱 같은 사랑을 키우더니
치악산 소나무 위에 걸어 놓는다
나, 하루 일 마치고 집에 돌아 가면서 바라보면
둥근 달, 치악산 솔바람 소리를 껴안고
일년 열두달 허물고 짓고 허물고 짓다가
행구동 저수지 물속에 앉아 참선(參禪)을 한다
저수지 물고기 함께 참선을 하다가 답답함을 이기지 못해
물 밖으로 뛰어 오르며 파문을 일으킨다
그 파문 속에서도 달은 너울너울 춤을 춘다
치악산 그림자 저수지 물 속에 들어와 더위를 식히며
어둠 속에 집을 짓는 달을 내려다 본다
몇 년을 내려다 보았는지 치악산 눈빛은 능선 따라서 길이 나고
머리결 같은 앉은뱅이 나무 구름 한 점 잡아 두지 못하고
바위 곁에 앉아 어둠 속에 집을 짓는 달만 바라본다
아, 나는 바라만 봐도 현기증 난다
저수지 물 속 치악산은 꺼꾸로 매달려 나무를 키우고
달은 그 치악산 머리결 같은 나무에 달빛을 엮어 집을 짓는다
어둠이 깊은 만큼 단단해 보이는 치악산 솔바람 소리
울타리도 없는 달의 집을 발자국도 남기지 않고 다녀간다
출처 : 삶을 시처럼 시를 삶처럼
글쓴이 : 유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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