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문학 강의실 '징'

[스크랩] 詩가 무엇이냐고 묻길래 외 / 임영석

맑은물56 2010. 12. 16. 11:58

 

 

 

 

詩가 무엇이냐고 묻길래 / 임영석 

  

 

처음에는  나도
그만 그만한 생각을
다듬고 골라
이것이 詩라고 했다

歲月이 갈 수록
詩를 읽을 수록
詩라는 것이
江도 아니요 山도 아니오
기다림이라 했다

다시 歲月이 흘러
나무처럼 자라는 아들을 보니
詩는 꿈처럼 보였다

그래 내 平生,
살아 온  날들이 詩였다면
살아 갈 날들도 詩가 아니겠느냐

詩라는 것이
맛 잘 들은 김장처럼
삶의 맛 아니겠느냐

 

 

 

Man, Allah and.........sand.

 

  

 

어머니는 해 마다 저 넓은 들에 편지를 쓰고 계셨다 / 임영석

 

엘리베이터에 점자로 박힌 층수의 숫자들을 만져보니
글씨를 모르시던 어머니 생각이 난다
살아서는 편지 한 장 써 본 일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무릎이 닳고 닳아 송곳같은 바람 들어오는 바지에
심장을 오려 붙여 촘촘한 바느질 솜씨로
점자를 써 가지고 나에게 입히셨던 것이였다
내가 뛰어 놀 때 마다 어머니의 심장은 닳고 닳았고
그렇게 수 없는 편지를 써 주실 때 마다
가난에 기(氣) 죽지 않게 심장을 오려 붙이셨던 것이였다
나는 그 옷을 입고 뛰어 놀며 넘어질 때 마다
점자(點字) 같은 실밥들이 뜯어져
그 넓은 들에 꽃씨처럼 뿌려지는 것을 몰랐다
엘리베이터가 수직상승하는 중에 11층 층수의 점자를 만지며
들에 핀 꽃들이 어머니 편지였다는 것을 알았다
어머니는 해 마다 나에게
저 넓은 들에 꽃씨를 뿌려 편지를 쓰고 계셨다
 

 

 

 

  

겨울 복숭아 밭에서 / 임영석 

 

겨울 복숭아 밭에서 눈꽃 구경을 한다
햇살이 눈부셔
실눈 뜨고 바라보니
햇살을 받치고 선 나무기둥 위로
복숭아 가지가 얹혀져 있다
겨울을 건너 온 나무기둥들

살이 터져 더는 버티지 못하고

군데 군데 쓰러져 있다
누군가를 위해 버팀목이 되어 준다는 것은
저렇게 한 목숨 던져 주는 것이었다
버팀목이 눈꽃보다 더 아름다운
복숭아 꽃눈을 업고 있다

거뭇거뭇 버짐 핀 버팀목 위에

곧 연분홍 봄이 터질 것이다.

 

  

Girls just wanna have fun.

 

 

첫사랑 / 임영석 

 

남사스럽네유

늘 제게 주는 情,

그냥 나무 끄트머리에 매달아 주세유

그걸 보고 올게유

십년 혹은 이십 년 후라도

그 나무 끄트머리에

내 남사스러운 情

꼭꼭 묶어 눌게유

기다리지 마세유

  

 

 

 굴뚝 / 임영석 

 

나,어릴적에 굴뚝은 집집 마다 사내들의 잠지처럼 서 있었다

좀 산다는 집의 굴뚝은 계집 몇은 후렸을  빳빳한 힘을 주고 서 있었고

끼니도 못 때우는 집은 늘 연기빨이 힘없이 푸석푸석 피여 올랐다

그 연기들이 구들장을  핥아내며 남긴 따뜻한 사랑 같이, 굴뚝은

모든 생을 다 빼았기고 새 生을 담아내는 소통의 길이였다

가끔 그 길이 막혀 그 길을 뚫어야 할 때 이 세상의 삶은 그 길에서도

온 몸이 식기전에 이 세상 왔다 간다는 말을 새겼다

나, 어릴적 굴뚝은 그 자체가 사내들의 잠지 같은 몸이였다

여자들이 아궁이에 불 지피면 굴뚝은 금새 뜨거워졌다

 

  

 

final steps

 

  

명태 / 임영석 

 

입을 짝 벌린 명태 한마리 묶어 자동차 트렁크에

몇 년을 달아 놓고 다녔다 트렁크를 열 때마다 놈은

눈을 더 부릅뜨고 경계심을 풀지 않는다 몇 년을 굶은

놈의 몸을 만지니 이미 몸은 새가 되어 날아가고

두 눈만 살아서 바다로 돌아가겠다는 자세다

몇 년을 굶은 명태의 입에서는 본능의 힘으로

바다를 헤엄쳐 다니고 있었다 얼마나 요동을 치는지

실타래가 삭아 더는 묶어 놓을 수가 없다

 

 

 

Walking the dog in Greece

 

   

 

바다 / 임영석 

 

 

파도가 쳐야  바닷물이 썩지 않는다

사람이 흘려보낸 오욕(五慾)을 씻어내기 위하여

얼마나 많은 세월, 제 가슴을 때렸으면

저렇게 퍼런 멍이 들었겠는가

 

자식이 어미 속을 썩이면

그 어미가 참고 흘리는 눈물처럼

바다도 얼마나 많은 세월, 눈물을 흘렸으면

소금빨이 서도록 짜다는 말인가

 

그 퍼런 가슴, 짠 눈물 속에 살아가는 물고기

또 얼마나 많은 세월, 마음을 비워왔으면

두 눈 뜬 몸을 자르는데도 피 한 방울 나지 않도록

바다는 물고기에게 무엇을 어떻게 가르쳤을가

 

 

muiz

 

  

 

물고기의 비늘 / 임영석

 

 

누가 물고기의 몸에

아름다운 장식(粧飾)을 해 주었을까

평생 그 아름다운 장식을 벗지 못하고

죽어서나 벗어야 하는

그 고통을 누가 짐을 지어주었나

 

물에 젖지 않은 장식을 한 죄로

물에서 나와 그 장식을 벗는 날

피눈물을 층층 삭혀 낸

속살까지 다 보여준다

 

오늘, 뭍으로 나와 눈먼 죄로

제 몸을 맡기고

아름다운 장식을 벗어

또 다른 해탈을 꿈꾸는 물고기

비늘을 벗고 입적 (入寂) 하다

 

  
Ducks and man.
   
 

닭이 운다 / 임영석  

 

닭이 운다

보름달이 다시 보름달이 될 때까지

그 느리고 더딘 걸음이라 생각하지만

그 보름 달 속에 다시 보름달로 차오르는 힘을

나는 달걀 속에서 본다

닭이 알을 낳아 다시 병아리가 되기까지

꼭 한달의 시간이 걸린다

그 한달 동안 달이 지구를 돌듯

돌았을 달걀 속에서

병아리가 나온다

세상은 돌아야 한다

제 정신으로 바르게 살지 못한다

돌아가는 지구를 따라 돌아야 한다

닭이 새벽마다 우는 것은

달을 따라 돌았던 기억 때문에

새벽 마다 닭은

달과 이별의 노래를 하는 것이다 

  

why?
 
끝없는 물음들이 자란다 / 임영석
 

 

콩나물 시루 밑에는

콩나물 시루보다 더 큰 생각으로

물동이가 앉아 있다

그 속에 쪽박 하나 

속을 비워 둥둥 띄워 놓고

끝없는 물의 소리를 가르치고 있다

물의 소리를 먹고

물의 소리를 따라서 자란 콩나물,

물음(水音)을 익혀

물음(水音)의 눈물 뜨겁게 익혀야

제 맛이 난다는 그 맛,

물동이는 불가마 속에 배워 와서

콩나물에게 가르친다

끝없는 물음들은 자라

콩나물 시루를 뛰어 넘어

편하지 않은 속을 가르친다

 

 

Rhino

  

 

발가를 벗고 보니 / 임영석

 

 

내 겨드랑이와 사타구니에

습지에서 서식하는 풀잎처럼

햇볕 한 모금 못 받고

이렇다 할 말 한 번 못 하고

평생을 두 눈 감고 사는 놈 있어

 

"털끝 하나 건들면 죽어"라는 말을 듣긴 했지만

사람 몸에서 햇빛 보이는 곳은

그 말이 어울리지 않겠지만,

공룡의 울음소릴 기억할 만한 놈에게는

왜 그 말이 어울리는지 이제는 알겠어

 

공룡의 울음 소리 껴안고 진화를 거부한 놈이

내 몸의 천연기념물로 남아 있을 때에는

그만한 가치를 인정 받고 있다는 거야

어느 놈이 땀냄새 속에 살겠어

어느 놈이 사람 목숨을 그렇게 지키겠어

 

내 몸이 다 싫다고 떠나갈 때

놈은 남아서 공룡 울음 소리를 껴 안고 통곡했겠지

"털끝 만큼만 살자" 외쳤겠지

발가벗고 서 있으면 놈부터 나는 가리지

이 세상 나오기를 거부한 놈이 어디로 달아날가봐  

 

 

 

Departure Night

 

  

 

여름편지 / 임영석

 

 

아침부터 소나기가 오더라

그래 난 누가 또 벼락 맞아 죽은 줄만 알았다

벼락 맞아 죽은 초상집 아니고서야

저런 소낙비 같은 눈물을 흘릴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

사는 일이 힘들 수록 눈물 흘릴 일이 많겠지만

채송화를 보아라 그 작은 씨앗 하나

다음 해(年) 그 자리에 또 꽃피우기 위하여

얼마나 치열하게 꽃피워 씨를 맺고 있는지

텅 빈 것은 가슴을 비워 울림을 주고

가득한 것은 가슴을 채워 아득함을 주고 있다

 

아침부터 소나기가 오더라

빈 산 넘어 누가 또 이승을 하직한 줄만 알았다

살 만큼 살다가 떠나가는 세상 살이

아직  하직 인사를 더 건네야 하는 사람이 있나보다

땅에 솟구쳐 오르는 빗줄기가 끈처럼 묶여

강물을 이루어 흐른다 그 강물이

세상의 인연을 묶어 떠나가는 듯 하다

검붉은 황톳물에 둥둥 떠내려가는 물결 만큼

울컥울컥 피눈물을 흘리고 있는 것만 같다

세상의 끈을 묶어 흐르는 강물 위에

누가 하직 인사를 하고 있는 듯 하고나

  

 

Just move away from the sun!

 

 

가을 들길에서 / 임영석 

 

오늘도 들에 핀 들꽃의 향기를

가을 햇살이 받아 적는다

허공에 받아 적은 꽃향기를

햇살은 다시 그 꽃들에게 가르치려고

꽃잎 하나하나 마다

지워지지 않는 기억을

불타는 가슴 속에 옮긴다

꽃들은 고개를 쏙 내밀어

제 꽃향기를 받아 쓰라고 아우성이고

햇살은 꽃향기를 받아 쓴 꽃들에게

제 심장의 일부를 떼어 준다

꽃들은 햇살의 심장을

한 겨울에도 식지 않도록

딱딱한 껍질을 만들고 죽어도

그 목숨이 아깝지 않은가보다  

  

 

NEW MORNING

 

 

 

징검다리를 건너며 / 임영석 

 

1.

나, 이 세상 살아가며

남에게 등 구부려

 

구부린 등 밟고 가라고

말해 본적 한 번 없다

 

그런데 이 징검다리

목숨까지 다 내준다 

 

2.

물의 옷 위에 채운

단단한 돌의 단추

 

물의 옷을 벗기려면

풀어야 할 단추지만

 

아무도 이 물의 옷을

벗겨가지 않는다

 

 

  

휘어진 철근의 말 / 임영석

 

 

너는 나를 휘어서 영원히 고개 숙이게 하고 싶지만

나는 휘어져서도 빳빳한 힘을 버릴 수는 없다

너는 내 고개숙인 빳빳한 힘을 콘크리트로 덮어

꼴도 안 보이게 묻어버리고 싶었겠지만

내 빳빳한 힘이 숨을 멈추어 버리면

한 발자국도  저 허공을 오를 수가 없다 

 

나 같은 철근 쪼가리를

휘고 붙이고 콘크리트 속에 묻어 버릴 수는 있어도

저 허공을 무슨 힘으로 누른다는 것이냐

저 허공을 무슨 힘으로 오른다는 것이냐

 

 

Bananas

 

 

 

그리움이 문제다 / 임영석

 

 

내가 스물 두살 때 어머니 돌아가시고

염(斂)을 모신다고 하는데

칠성판 위에 곤하게 주무시는 어머니

 

장포(長布) 7척 두루두루

북망산천 가는 길 춥지 않게 입히시는데

온 몸 꽁꽁 스물 한 매듭으로 묶어 놓으시니

저렇게 염(斂) 할 놈이 나라는 것을

뉘우치고 뉘우쳤다

 

그후, 나는 스무 해를 넘게 더 살며

임종 무렵 어머니 모습을 떠나보내지 않고

내 가슴에 염(斂)을 해 모셔 놓고

어머니,어머니, 통곡하며 산다

 

그리움이 문제다

아직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어머니는 새벽 마다 새벽 밥을 지어

내 머리맡에 놓고 내 잠을 깨운다

 

나는 그 밥 하루도 거르지 않고 먹는데

그냥 먹지 못하고

어머니에게 시 한 편 읽어 주고 먹는다

 

밥값 대신 읽어주는 詩가

어머니는 맘에 안 드시는지

늘 한마디 하신다 "너는 그 그리움이 문제다"는 말 속에는

이생강의 대금 소리처럼 풀어내지 못한 소리가

내 목숨처럼 붙어 있었다 

 

 

 

enjoy  the wind

 

 

 

어머니와 소 이야기 / 임영석 

 

  살아 생전, 어머니가 뚝에 묶어 두었던 소를 몰러 가셨다가 소의 뿔에 받히셨다

눈이 퉁퉁 소의 눈처럼 부어 검고 푸른 멍이 들으셨다 병원에 갔다오신 어머니는

괜찮다, 괜찮다고만 하셨다 그 푸른 눈을 끔벅일 때 마다 눈물이 흘러 나왔다

마치 슬픔을 덜어내고 있으신 것 같았다 그 소를 팔아 생계를 꾸리셔야 했기에

소를 원망할 수 없었다 소가 자식 같기만 했던 것이였다 내 목숨이 어머니의 눈을

들이 받은 것이였다 어머니는 소가 들이받는 순간에도 고삐를 놓치지 않으셨다 

평생을 그렇게 고삐를 놓치지 않고 살으셨다 임종 무렵, 두 눈에 눈물 흘리시며

슬픔을 덜어내는 일 말고는 아무 말씀이 없으셨다 두 눈을 끔벅이는 일 말고는,

 

 

La madre de Phong

 

 

 

누님 / 임영석 

 

세상에 태여나 도둑질 말고는 무엇을 못하겠냐고 하던

누님의 몸에 혹 하나 떼어내려고 수술을 하였다고 한다

암이 아니냐는 걱정이 들어 수술을 하였다는 기별을 받고

수술은 잘 끝났다고 말 하는데도 걱정이다 칠남매 살붙이 중에

큰 누님이시니 어머니 같다 야채 가게를 하시여 배추만 봐도

누님의 얼굴이 떠오른다 배추 같은 얼굴이 늘 떠오른다 그 누님을 뵙고

혼자 돌아오며 바라보는 겨울 포도 밭은 수 없는 우물 정(井)자가

쓰여져 있었다 겨울 포도밭 버팀목 위에 쓰여진 우물 정(井)자가

허공의 길처럼 포도 넝쿨을 받아내고 있었다 누님도 나를

업고 키우면서 나에게 우물이 되어 주었는데 나는

무엇 하나 도움을 줄 수 없어 늘 애만 탄다 배추 속 절이듯

숨 죽이고 살며  대형 마트의 힘에 밀려서도 어쩌겠냐고, 밥벌이가

그리 만만하겠냐고 하셨다 수술은 잘 되었냐고 얼마나 아프냐고 물으니

괜찮다고 걱정하지 말라는 아픈 목소리가 들려온다 어찌 그리 복도 없이

고생고생 살아야 할까 몸이라도 성해야 고생을 덜 것인데

혹 하나 떼려고 나온 세상, 혹 하나 더 달았으니

얼마나 무겁고 고통스러웠겠는가 전화기 속에 누님의 아픈 목소리는

처서 지난 모기 소리처럼 괜찮다고 괜찮다고 가몰가몰 들리는데

팔다만 배추 썩을가봐 아픈 몸보다 더 걱정이 앞서는 누님

그 마음이 나에게는 우물이시다 허공에 깊게 파 놓은 우물이시다  

 

 

  

 

입석사 바위 위에 앉아 있는 소나무가 말한다 / 임영석

석사 바위 위에 앉아 있는 소나무가 말한다 하늘의 氣가 내린 이 자리에

바늘처럼 솟아난 솔잎을 싹 틔우기 위해서 내 말의 뿌리도 쇠못같이 바위

를 뚫고 뿌리를 내려야 한다 백일 가뭄에도 끄떡하지 않고 신선처럼 마음

을 다 비우고  뼈를 깎아 뿌리를 내리지만 아직도 구름 처럼 날지는 못한다 

바늘  같은 고집 만으로는 바위에 뿌리를 내릴 수는 있어도 하늘을 날아

갈 수는 없다 사람들은 어떻게 바위 위에 소나무가 앉아 살 수 있을가

말하는데 나는 어떻게 구름처럼 날아다닐  수 있을가를 생각한다

입석사 바위 위에 앉아 백일 가뭄을 이겨내고 듣는 새소리가 말의 뿌리라

한다 듣는 것 만으로 生의 半을 채우고 보는 것 만으로 남은 生을 채우기

위해서 산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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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면식도 없지만 그 분과 교유하는 내가 아는 시인을 통하여 알게된, 그리고

'한결'이라는 아이디를 가지고 사이버세상에서 이 땅의 보석같은 시들을 읽어

주시고 널리 소개해 주시는 임영석 시인님의 시를 한정된 공간에 모았습니다.

그 맑은 시를 읽으며 시의 길을 더듬어 봅니다. 아울러 시인의 블로그에서

양해를 얻지 않고 자작시편을 옮겨온 무례를 헤아려 주시기를 바라겠습니다

 

/ 동산 

 

    * 임영석 시인의 블로그    

한결-더 좋은 세상

http://blog.naver.com/imim0123

 

 

출처 : 淸韻詩堂, 시인을 찾아서
글쓴이 : 동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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