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부 움직인 '노량진녀'의 힘
YTN | 입력 2010.10.19 06:11 | 누가 봤을까? 20대 여성, 강원
올해 교원 임용고시를 불과 한달 여 앞둔 지난 달, 일부 과목의 경우 1명도 뽑지 않는다는 공고가 나면서 1년 내내 고시준비에 매달렸던 많은 예비교사들은 큰 허탈감에 빠져 있을 것입니다.
정부가 내년부터는 시험 6개월 전에 미리 임용계획을 공고하겠다고 제도 개선을 약속했는데, 그 배경에는 한 예비교사의 끈질긴 노력이 있었습니다.
개인의 힘이 세상을 바꾸는데 얼마나 소중한 역할을 하는지, 임장혁 기자가 사례를 소개합니다.
[리포트]
1년 동안 공통사회 과목 임용고시를 준비했던 차영란 씨는 지난달, 교과부의 임용계획을 보고 큰 좌절감에 빠졌습니다.
시험을 불과 한달 여 앞둔 시점에서 임용계획이 아예 없다는 공고였기 때문입니다.
[인터뷰:차영란, '공통사회' 임용고시 준비생]
"모든 일을 뒤로 하고, 공부에만 매달렸는데, 이제 한달 뒤면 내 실력을 뽐낼 수 있겠다 생각했는데, 신규인원 0명이더라고요, 0명!"
좌절만하고 있을 순 없었던 차 씨는 곧바로 임용고시 학원이 몰려있는 노량진으로 향했습니다.
연초에 미리 임용계획을 발표하는 사전예고제 도입을 촉구하며 혼자서 서명운동을 벌이고, 인터넷에 끊임없이 글을 올리고, 학원 강의실에서 연설도 하며 여론을 조성했습니다.
[녹취:차영란, '공통사회' 임용고시 준비생(10월 1일, 교육과정개편안 공청회)]
"우리 예비교사들을 위해 스스로가 권리를 찾는 운동을 벌였으면 좋겠다는 뜻에서..."
한달 넘게 계속된 차 씨의 활동에 네티즌들은 '노량진녀'라는 별칭을 붙이며 그녀를 지지했고, 3,500여 명이 서명운동에 동참했습니다.
[인터뷰:차영란, '공통사회' 임용고시 준비생]
"좌절만 하고 있으면 불합리한 세상이 바뀔리 없고, 저 뿐만 아니라 수많은 예비교사들이 얼마나 마음아파 하고 있을까 생각하다, '그래 나라도 총대를 메자!'라고 생각해서..."
'노량진녀'의 끈질긴 노력은 마침내 정부를 움직였습니다.
'데이트 신청'이라는 참신한 문구로 교과부 앞에서 장관 면담을 요구하는 시위에 돌입했고, 결국 장관으로부터 제도 개선 약속을 받아냈습니다.
[인터뷰:정종철, 교육과학기술부 담당과장]
"민원인의 민원 내용이 설득력이 있기 때문에 내년부터는 시험 6개월 전에 임용계획을 발표할 수 있도록 지자체와 협의해 적극 노력하겠습니다."
개인의 힘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달았다는 차 씨는 교과부가 실제 약속을 지킬 때까지는 자신의 일이 끝난 게 아니라며 내년 임용계획 발표때 까지 계속 노량진녀로 활동할 생각입니다.
YTN 임장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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