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 희망, 좋은 학교를 찾아서 |
2010.08.1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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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163 | 조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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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도에 좋은 학교가 있다는 지인의 말에 이끌려, 우리 교육의 희망을 찾고자 하는 마음으로 광복절 오후에 길을 나섰습니다. 서울에서 한 시간 반 남짓 차로 달리니, 산자락에 오순도순 모여 사는 마을 같은 학교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산마을학교라는 표지판이 반겨줍니다. 윤영소 교장선생님과 조규호 교감 선생님이 환한 웃음으로 맞이해 주셨습니다. 이 곳은 교육부의 인가를 받은 대안학교로 고등학교입니다. 한 학년에 20명씩 총 60명의 학생이 다니는데, 입학 경쟁률이 6:1일 정도로 자리를 잡은 학교입니다. 학교환경은 친환경을 넘어 사람이 자연으로 들어가 하나가 된 모습이었습니다.
식당 건물 옆으로 돌자, 대형 태양열 집진기가 보입니다. 특이하게 집진기 아래에 계단식 강의장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기막힌 아이디어입니다. 한번 앉아보고 싶어서 앉자, 자연스럽게 교장선생님의 학교 소개와 질의응답 시간이 만들어졌습니다. 여름 한 낱인데 집진기 지붕아래는 시원했습니다.
교장선생님은 학생들의 꿈과 개성을 잘 이해하고 끊임없이 연구하고 노력하는 교육자적 신념을 가진 분이셨습니다. 개방적이고 자상하면서도, 학교운영의 어려운 점과 교사로서의 고민에 대해서도 솔직하셨습니다. 이 학교는 자연, 평화, 상생을 학교이념으로 하고, 수업은 70%가 일반 고등학교와 같고, 나머지 30%는 산마을만의 특별한 수업인데, 창작활동, 생태농업, 공동체 이론과 실제, 삶과 철학, 지역과 세계 같은 수업들이 있습니다. 20명의 선생님이 있으니, 학생 3명당 1명입니다. 입시위주의 교육에서 밸런스를 잃어가는 학생들에게 그것을 회복해 주려는 노력이 엿보였습니다.
매년 20명의 졸업생 가운데 한두 명을 빼고 대부분의 학생들은 대학에 진학합니다. 간혹 본인의 진로에 맞는 특별한 교육을 위해 학교를 그만두는 경우도 있고, 고등학교를 졸업하자 특수부대를 자원하여 군대에 가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입학생은 졸업하고 대학에 갑니다.
학교 뒤편에 학생들이 경작하는 텃밭이 있었습니다. 고추, 옥수수, 가지, 각종 채소들이 자라고 있었습니다. 학생들이 조를 이루어 2평씩 텃밭을 분양받고, 1주일에 한 두어 번 농사일을 한답니다. 학생들의 작업용 장화와 삽이 방학 중인 학생들을 기다리며 가지런히 놓여 있었습니다. 교감선생님이 따다 준 노란 참외는 한 입 먹어보니 정말 싱싱하고 달았습니다.
논에는 이제 막 벼꽃이 피기 시작했고, 벼 줄기에 분홍색 열매 같은 것이 달려있었는데 논고동의 알이라고 합니다. 논바닥에는 동전만한 고동들이 있어 잡초들이 올라오기 전에 먹어버려 자연제초제 역할을 하고 있었습니다. 닭장에는 닭들이 한가하게 노닐고 있고, 톱밥으로 자연발효를 시킨다는 재래식 화장실은 가까이서도 냄새가 나지 않았고, 예쁜 색깔 옷을 입은 청개구리 두 마리가 사람이 다가가도 아랑곳하지 않고 한가로이 앉아 있었습니다.
이 학교의 자랑은 자연친화적 건축입니다. 이사장님의 사모님이 건축가여서, 친환경이고 철학을 담은 건축물을 지었다고 합니다. 1학년 교실에 들어가니, 키가 큰 학생은 고개를 숙이고 들어가야 할 정도로 입구가 낮고 교실의 천정도 낮았습니다. 한참 기가 뻗치는 학생들이 교실에서는 겸손한 자세를 배우도록 낮게 지었다고 합니다. 교실에는 땅 밑 깊숙한 곳에서 올라오는 지열을 이용해 여름에는 냉방, 겨울에는 난방을 한답니다. 냉방이 없어도 너와집과 초가집으로 지어진 교실 안은 덥지 않았습니다.
교무실에 들어서니 허리가 쫙 펴졌습니다. 교무실의 천정은 높고 밝고 환했습니다. 학생들이 교무실에 자주 오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우리 교육이 살려면 선생님들의 기가 먼저 살아야겠습니다.
학생들이 교실에서 100미터 정도 떨어진 기숙사에서 생활을 합니다. 여러 개의 동이 있는데, 방배정은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한다고 합니다. 아담한 기숙사에 들어가면 둘러앉을 수 있는 모임공간이 있고, 각 방에는 4명이 생활할 수 있게 2층으로 되어 있었습니다.
복도는 두 명이 한 번에 지나갈 수 없고, 한 사람이 지나갈 때 다른 한 사람은 비켜 서 주어야 하고, 샤워실도 한 사람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합니다. 이렇게 조금 불편하도록 한 것은 서로 배려하고 존중하는 인성을 가꾸기 위해서 설계에 의도된 것이라고 합니다. 이곳에서 학생은 함께 사는 인간의 도리를 배웁니다. 학교 이곳저곳에는 30명도 넉넉히 앉을 수 있는 지붕이 있는 대형마루가 있습니다. 모일 수 있고 대화할 수 있는 공간을 이 곳 저곳에 만들어 놓은 것도 이 학교의 특징입니다.
친절하게 학교를 안내해 주신 교장선생님께 덕담 한마디 해 드렸습니다. " 이곳은 천지의 기운을 다 활용하는 학교입니다. 천지인이 우리의 전통정신인데 교육과 환경에 잘 녹아 있습니다. " 나의 저서 가운데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책들을 기증하겠다는 약속을 남기고 돌아왔습니다. 함께 방문한 이들은 한결같이 다시 고등학교 시절로 돌아가 이런 학교를 다니고 싶답니다.
이런 대안학교가 많이 세워져 교육이 숨통을 트고, 희망을 만들기를 바랍니다. 학생과 교사가 모두 행복한 학교를 만들기 위한 새로운 경쟁이 입시경쟁을 대신하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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