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주도적 독서습관 길러주기
서점에서 베스트셀러인 초·중학생을 위한 학습서들은 대체적으로 재미있는 일러스트와 아이들이 사용하는 입말식 서술, 읽은 내용의 이해도 확인 퀴즈들이 각 챕터마다 있는 것이 공통점이다. 마치 만화책이나 동화책을 대하듯 책을 읽고 나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 교과내용에 대한 개념정리와 더불어 상식까지도 습득하게 된다. '상위 5% 총서' '초등개념사전' '판타지수학원정대' 등 이같은 책들의 기획의도는 비슷하다. 흥미유발을 통해 공부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고 스스로 공부하는 아이, 공부 과정을 즐거워하는 아이로 거듭나게 하는 것. 즉, 자기주도학습을 할 줄 알게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부모가 확실히 해야 할 것이 있다. 우리는 상위 5% 아이들의 자기주도학습을 따라 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아이가 본인 고유의 자기주도학습법의 터득 과정을 통해 상위 5%로 근접해가는 것이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어차피 배우는 게 남는 거다' 라는 식의 자기합리화가 또 한번 일어나는 순간이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강인애 교수는 "상위 5% 아이들의 학습법과 내 아이의 학습법 차이부터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얘기했다.
특수목적고등학교에 진학한 학생들의 경우 대부분 자신에게 잘 맞는 학습법을 가지고 있으며 공부에 흥미를 갖고 있는 것이 공통점이다. 특히 공부에 대한 자신감이 있는데 이것은 이전의 학습활동 속에서 인정을 받았기 때문에 생긴 것이라고. 반면 학업성취도가 떨어지는 아이들은 자신과 맞는 학습법을 알지도 못할 뿐더러 짜여진 틀 안에서 학습을 습득하다 보니 자신도 자기주도학습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조차 알 기회가 없다.
상위 5%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기초 역량은 정보를 검색하고 그것을 정리해보고 자기 말로 표현하는 능력이다. 어려서부터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직·간접 체험이 많은 경우가 될 수 있겠다. 반면 그렇지 못한 아이들은 주도적인 학습환경에 처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방황한다. 이것은 아이큐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의 의견이다. '상위 5% 총서'라는 책은 초등학생과 중학생을 대상으로 한 학습서다.
이 책에서 집중해볼 만한 것은 포괄적인 학습이 가능하다는 것과 가볍게 읽을 수 있도록 했다는 점이다. 이 두 가지 특징 모두 아이들에게 학습에 대한 동기부여와 흥미유발을 유도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특히 포괄적인 학습이 가능하다는 것은 '역사' 과목에서 가장 중요하다. 예를 들면, 한반도 최초의 고대국가 고조선을 배우고 나면 인류 최초의 문명을 이룩한 수메르인을 배우고, 동북아시아를 호령하던 우리나라의 고대국가 고구려의 발전사를 배우고 나서 유럽 최고의 고대국가 로마제국의 흥망을 배우는 방식이다. 이처럼 한국의 역사를 기본으로 중국, 일본 등 주변 인접 국가와 서아시아, 아프리카, 유럽, 북남미에서 같은 시대에 일어났던 비슷한 주제의 역사를 배움으로써 시공간을 간접적으로 넘나드는 입체적 수업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아울북 학습출판팀의 최인수 팀장도 역사 과목의 포괄적 학습 중요성에 대해 얘기했다. "엄마 입장에서 이번에는 세계사를, 또는 지리를 공부시켜야겠다고 생각하는 데 아이들이 거부할 때가 있습니다." 최인수 팀장은 또 "초등학교 3학년 이후부터는 전래문화, 절기에 관한 책 등 사회책을 반드시 읽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8차 교육과정에서는 사회 안에 국사가 있는 것이 아니라 역사 과목으로 독립되기 때문에 미리 알아두면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리 알아둔다는 것도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이처럼 입말로 풀이된 책들을 흥미 있게 한 번씩 읽어보는 정도다. 그런 점에서 초등개념사전(사회편)은 자기주도학습이 가능하도록 구성했다.
"사회는 일본을 통해서 우리나라로 들어온 용어들이 많아요. 지리 쪽에서는 '경동성지형'과 같은 단어를 예로 들 수 있죠. '위치하고 있다' '자리 잡고 있다'와 같은 말들도 아이들이 쭈루룩 읽을 수 없도록 하는 장애 요인입니다." 때문에 초등사회개념사전(사회편)에서는 단어에 대한 해설과 정의를 알려준다. 또 재미있는 일러스트를 통해 내용을 기억하는 이미지학습법도 가능하도록 했다. 최인수 팀장은 특히 지도 부분을 학생들이 어려워하기 때문에 미리 지도와 친근해질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집 구조를 그리거나 방을 그려봄으로써 지도의 개념을 자연스럽게 파악하는 것이다. 산책을 나갈 때에도 "해가 뜨는 동쪽이 어디지? 해가 지는 서쪽은 어디지?" 와 같은 질문을 통해 생활 속에서 지리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한다. "한 시간 공부한다고 해서, 어디 지도라고 외운다고 해서 실력이 느는 것이 아닙니다. 사회 과목은 경험이 가장 중요한 공부 조건입니다."
김판수 연구원도 각 과목에 따른 학습법의 차별화 중요성을 얘기했다. "수학은 개념과 원리가 중심이 되어야 하는 과목이지만 과학은 과정 중심이다. 또 국어는 단순한 읽기가 아니라 상대와 사고하는 통찰력까지 요하는 과목" 이라며 "이처럼 각 과목마다 특징을 살려야 하는데 학원학습의 한계점은 수학 가르치듯 국어도 가르치고 과학도 가르치는 것" 이라고 꼬집었다. 예를 들어 판타지수학원정대를 읽어보면 해리포터나 반지의 제왕을 읽는 듯 재미있으면서도 수학의 원리를 설명한다. 매 챕터마다 '수가 어떻게 생겨났는지 알아내라!' '고대 문명의 숫자를 풀어라!' 등 수행해야 할 미션이 있어 아이들의 흥미를 자극한다. 즐겁게 책을 읽는 자체가 신바람 나는 공부다. 공식을 외우고 같은 유형의 문제를 반복해서 푸는 것만이 공부가 아닌 것이다.
김판수 연구원은 사교육비가 비싸다고만 할 것이 아니라 자기주도학습에 관심을 가지라고 말한다. 특히 10~16세가 자기주도력이 훈련되기 가장 적절한 나이이며 6개월~1년이면 자기주도력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아이들마다 각자 다른 학습전략이 나온다는 것이 중요하다" 며 "그 방법을 찾았을 때 공부를 자신의 것으로 소화시킬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김판수 연구원이 든 예시 상황이다. 학교를 다녀온 아이에게 "가방 내려놓고 손 씻고 나와서 밥 먹자"라고 얘기한다. 아이는 전혀 다른 행동을 한다. 엄마는 화난 목소리로 "손 씻고 나오라니까!" 소리친다.
아이는 "어?" 라고 되묻는다. 왜 이런 현상이 생기게 되는 것일까. 이같은 아이는 청각주의력과 시각주의력이 좋지 않은, 쉽게 말해 주의력이 약한 경우다. 학교에서 선생님이 같은 얘기를 해도 아이마다 다른 반응을 보이는 것도 이 차이다. 이런 아이의 경우 시험을 보더라도 문제를 끝까지 읽지 못한다.
수학 부호를 제대로 보지 못하기 때문에 틀린 답을 쓰게 된다. 목적만 보기 때문에 길을 가거나 집 안에서도 자주 다친다. 또 하나의 특징이 작심삼일형 마음가짐인데 받아쓰기를 못한다는 것이 증상으로 나타난다고. 받아쓰기를 못하는 아이는 시각주의력과 청각주의력이 떨어지다 보니 영어듣기평가를 못하는 것도 당연지사다. 나중에는 자신감이 없어져 무기력해지고 학습기피증도 나타날 수 있다. 이런 아이에게 과도한 주입식 교육은 수영 못하는 아이를 물에 던져버리는 것과 같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글 민상원 기자
도움말=강인애 경희대학교 교육대학원 교육공학전공 주임교수, 김판수 한국교육연구소 수 석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