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황의 화음 있을 때 진짜 문묘제례악” | |
이숙희 국립국악원 학예연구원, 일제 전으로 복원 앞장 | |
정상영 기자 신소영 기자 | |
고려시대 이후 단절 없이 전승되어온 세계 유일의 아악인 문묘제례악이 4~5일 오후 서울 서초동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두차례 선보인다. 해마다 성균관에서 봄, 가을에 행해졌던 문묘제례악을 무대에서 전곡 연주하는 것은 2002년 11월 이후 두번째이지만, 올해는 일제 강점기 이후 단절되었던 생황을 100여년 만에 악대에 편성시켜 원형에 가깝게 복원했다. “일제가 우리의 문화를 수탈하고 왜곡시키는 수단으로 국가 행사인 문묘제례악의 규모를 축소시키면서 생황을 없애버렸습니다. 해방 후에는 악기 제조기술이 끊기면서 생황이 복원되지 않은 채 연주되어 왔습니다. 일반 악기는 단선율이지만 생황은 화음을 연주할 수 있는 유일한 악기이기 때문에 올해 문묘제례악은 훨씬 음향이 풍성하고 무게감이 있을 것입니다.” 문묘제례악의 원형 복원에 매달려온 이숙희(51·사진) 국립국악원 학예연구관은 “1910년의 경술국치 100년을 맞이하여 우리의 전통을 제대로 복원하는 것도 일제 잔재를 청산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문묘제례악 공연을 앞두고 <세종실록>, <국조오례의>, <악학궤범>, <춘관통고>, <대한예전>, <조선악개요> 등 자료를 뒤져 배치 등을 연구했다. 일제가 문묘제례악의 악기 편성인 등가와 헌가 가운데 배전이라는 건물을 지어서 사람이 앉게 했던 것을 바로잡았다. 또한 정확한 소리를 얻기 위해 전통관악기인 지·적·약·소를 보완해서 국립국악원 악기연구소에서 새로 만들었다. 특히 그는 “천·지·인의 3재 구조로 되어있는 악기배치를 무대에서 그대로 구현해 관객들이 문묘제례악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도록 하는 작업이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관객들이 문묘제례악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문묘제래악의 전체 구조를 설명하는 영상도 만들었다. 문묘제례악은 공자를 비롯한 증자, 맹자, 등의 유교 성인과 우리나라 유학의 대가 설총, 안향, 정몽주, 이이, 이황 등 총 39인의 신위를 모신 사당에서 제사를 지낼 때 연주하는 음악과 춤으로 현재 중요무형문화재 제85호 석전대제로 지정되어 있다. 특히 중국 상고시대에 기원을 둔 아악은 본고장 중국에서는 이미 사라지고 우리나라에만 남아있다. “일제는 대한제국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으려고 국가적인 행사를 없애거나 왜곡시켰습니다. 사직, 원구, 선농, 선잠 등 제례악은 해방 후에 복구되었지만 그나마 잘못 연주되고 있습니다. 국립국악원에서 지난해 아악보와 일무보를 책으로 낸 것도 우리 제례악을 제대로 복원하기 위한 기초작업입니다.” 그는 “이번 연주회를 계기로 국가와 학계가 악기와 복식의 고증작업을 통해 그 옛날 화려했던 문묘제례악의 본 모습을 하루빨리 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글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사진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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