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우리의 소리를 찾아서

정가의 창법

맑은물56 2010. 2. 18. 21:09

정가의 창법



 (1) 선율

o 우리음악의 특징은 화성보다 단선율(monophonic) 중심이라고 할 수 있다.


늠름한 산세가 천리를 나아가고 도도한 강물이 만리를 뻗어나가는 것 같은 음악이 우리 음악이다. 따라서 때로는 기다랗게 주욱 주욱 벋어 나가고 , 때로는 밀어 올리고, 때로는 아래로 꺽어 당겨 내리고 감아 휘돌려 치고 하면서  백두대간의 정기어린 용맥(龍脈)과 같이 살아 움직인다. 이 선율이 우리 음악 한 바탕을 화려하게 장식하는 것이다.
 따라서 정가를 부를 때에도 그 선율을 우리나라의 청산 녹수처럼 힘을 맺고 풀고 하면서 도도하고 유유하게 부른다.

 

o 우리 음악 전반에 걸친 것이지만, 정가 창법의 큰 특징은 요성과 전성, 추성, 퇴성의 사용이다.

 

 요성은 상하로 흔드는 소리인데 서양음악에 비하여 진폭이 크고 선이 굵게 흔든다.

 전성은 고음으로 올라 가다가 한 번 더 굴려 멋을 일으키고 살아 움직이는 기분이 들게 하는 소리 법이다.

 추성은 밀어 올리고 퇴성은 꺽어 끌어 당겨 내리는 가창법이다.

 이 요성과 전성, 추성, 퇴성은 어느 정도의 숙련을 요하는데 도도히 살아 움직이는 선율 음악의 묘를 다하게 한다.

 

  (2) 발성

 

 o 발성 때에는 단정히 앉고 척추에 힘을 주고 단전호흡의 예를 따라 하복부까지 숨을 많이 마시되 들이 쉰 숨을 뽐아 낼 때에는 고루고 천천히 강약을 안배하며 누에 실을 뽑듯이 한다. 이때 복부에 힘을 주는 것은 좋지 않다고 본다. 들이 쉬면서 나온 복부가 척추로 서서히 들어가야 하므로 힘이 들어가지 않는 것이 좋다. 복부, 아니 몸 전체에 늠름하고 단정하게 앉아서 노래한다.  기(氣)는 들어가되 힘은 들어가지 않는 자세이니 숙련이 필요하다.

 

  여창가곡에는 육성(肉聲)과 가성(假聲)이 사용되나 두성(頭聲)이나 흉성(胸聲)은 피하는 것이 좋다.
  발성에 있어서 주요한 것은 바른 자세이며 몸 전체에 氣가 넘치는 것이 가장 좋다. 그리고 편안한 몸가짐과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따라서 정가는 기능적인 예술보다 집중과 기수련, 마음 공부를 가능하게 하는 도리(道理)를 지향하는 음악이 되어야 한다.

   이 점에는 만대엽이 임진왜란이후 사라지게 된 점은 매우 애석하다.


o 높은 소리를 아름답게 표현하기 위하여는 속 소리, 속청 또는 세청이라고도 하는 가성(假聲)을 사용한다. 가성은 몸 전체의 무게를 아래쪽에 가도록 하고 골반과 괄약근을 오므리고 긴장하고 조여서 곧고 힘있는 성음(聲音)을 서서히 밀어내거나 톡 쏘아서 뽑아내 듯 내야 한다 (이정희, 전통가곡의 가창지도에 관한 연구).

 

 
 

            *** 여창 가곡 연주 모습  (한국정가진흥회 발표회-- 노래 ; 우장희, 손미성, 추미봉)

 

    (3)모음의 변화
 
 정가의 창법에서 또 다른 특징은 모음이 길어지거나 할 때 미묘하게 변화를 시켜 부른다는 점이다.

 

    ․- 단모음의 변화
   ­        아:아으,   어:어으,  오:오우,  의:으이
   ­        애:아으이,  에:어으이,  외:오우이


  ․  - 복모음의 변화
   ­        야:야으,   여:여으,    요:요우,   유:유으
   ­        얘:야으이, 예:여으이,  왜:와으이  워:우어

  모음의 변화는 노래에 섬세한 예술적인 묘미와 유연성, 여운을 남기어 전체적인 조화를 보태어 준다.

 

   (4) 가곡의 풍도

 

     * 노래에 있어서 특히 중요한 점은 부를 곡의 樂想과 風度를 생각하면서 여유있고 실감나게 불러야 한다는 것이다.  예컨데, 여창 계면조 이수대엽의 '버들은' 을 부를 때에는 푸른 버들 축축 늘어지고 꾀꼬리 노래하는 화창한 봄날,  님 기다리는 女心을 생각하면서 분위기있게 부르라는 것이다. 그렇지만  어디까지나 정가의 품위를 지켜 (곡풍에 맞도록) 감정을 의엿하게 표현하여야 한다.

 

     * 현재 불리어지는 가곡의 주요 곡풍을 음미해 본다.   청구영언, 해동가요, 가곡원류의 내용을 절충하여  소개한다. 참고로  언락의 경우 청구영언의용례를 따랐다. 다른 두 책에는 언락을 별도 내세우지 않고 계, 우, 언락 모두 요풍탕일 화란춘성의 풍도로 노래할 것을 주문한다. 언락의 편안하고도 화려한 연주는 '요풍탕일 화란춘성'이 제 격이라 여겨지므로 가곡원류의 표현이 적절하다고 생각된다.

 

       초수대엽       장수선무  세류춘풍   長袖善舞  細柳春風

       이수대엽       행단설법  우순풍조   杏壇說法  雨順風調

       삼수대엽       원문출장  무도제극   轅門出將  舞刀提戟

         소용           폭풍취우  비연횡행   暴風聚雨  飛燕橫行

         만횡           설전군유  변태풍운   舌戰群儒  變態風雲

           롱            완사청천  축랑번복   浣紗淸川  逐浪飜覆

       계락, 우락     요풍탕일  화란춘성   堯風湯日  花爛春城

         언락           화함조로  변태무궁   花含朝露  變態無窮

         편락           춘추풍우  초한건곤   春秋風雨  楚漢乾坤

      편수대엽        대군구래  고각제명   大軍驅來  鼓角齊鳴

       

       

  이들 표현은 간결한 4 언 양구(兩句)로서 해당 노래의 기상과 풍모를 참으로 잘 나타내었다.  실로 맛과 멋을 겸한 문학적인 표현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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