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천대사' 오영수 "스님이냐고요? 40년 연극배우입니다
[스포츠서울닷컴 | 서보현기자] 원래 불교에 뜻이 있는 사람일까. 요즘 MBC-TV '선덕여왕' 속 월천대사, 오영수(65)보면 드는 생각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승려 역을 잘 소화해낼 수 있을까. 얼굴부터 몸짓까지 고승의 모습 그대로인 그는 아무래도 불교와 깊은 인연이 있는 사람일거라 생각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런 생각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배우 오영수에게 불교는 깊은 연관이 있는 것은 사실이었지만 그의 연기 인생을 모두 대변해주기에는 부족했다. 요즘 '선덕여왕' 속 그의 모습도 오영수 연기 인생의 한 단편일 뿐이었다.
"전 연극배우입니다. '선덕여왕' 속 월천대사는 내가 표현하는 수많은 사람 중 하나일 뿐이죠. 그런데 혹시 드라마 속 제 연기가 오버스럽지는 않았습니까? 연극을 오래 한 사람은 드라마에서 좀 오버스럽게 보여지는 경향이 있거든요."
그는 늘 관객과의 소통을 생각하고 있었다. 무대 위 자신의 모습을 어떻게 봐줄지 고민하고 걱정했다. 41년 경력의 베테랑 연기자가 하기에는 괜한 걱정이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는 "긴장을 늦추기에는 아직 내공이 부족하다"며 손사레를 쳤다. 아직 배울 것이 많다는 것이다. 모든 것이 연극과 연기로 통하는, 뼛속까지 '연극'배우인 오영수를 만났다.
◆ "'선덕여왕', 연극 무대의 연장"
'선덕여왕'에서 월천대사, 오영수는 꽤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출연 횟수는 적지만 차지하는 의미가 크다. 과거 '사담함의 매화' 상징으로 미실의 권력의 핵심이었고 지금은 덕만이 공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한 인물이었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오영수가 생각하는 월천대사는 어떤 사람일까.
"월천대사는 천문학자이고 과학자입니다. 승려일 뿐 아니라 논리성을 가져야하는 사람인겁니다. 정치 권력과 떨어져있는 인물이기도 하고요. 월천을 표현하기 위해 목소리 톤은 낮지만 힘있게 가려고 했고 표정도 흔들림없이 가려고 했습니다."
그 때문에 월천대사 역은 미실과 덕만이라는 매력적인 캐릭터 사이에서도 빛날 수 있었다. 비단 드라마 뿐만이 아니었다. 드라마 밖에서도 그는 화제였다. 그의 이름을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꽤 늘었다.
"드라마의 힘이 크긴 큰 것 같습니다. '선덕여왕'에 출연한 이후 내 이름이 인터넷에 오르내리고 젊은 친구들도 날 알아보고 궁금해하더군요. 드라마를 연극 무대의 연장선상으로 여긴 보람이 있는 것 같습니다."
◆ "스님 전문 배우? 맞는 말이지만 서운하다"
그가 요즘 가장 많이 듣는 질문 하나, "정말 스님이신가요?"다. 사실 그를 승려로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가 영화 '동승', '봄여름을겨울 그리고 봄'을 비롯, 드라마 '돌아온 일지매'와 '선덕여왕'까지 고승 역으로 출연했다. 연극은 두말 할 것도 없다.
"불교극을 참 많이 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승려 역을 맡게 되더군요. 승려 역을 할 때 부담이 없고 친밀한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아무래도 스님들이 쓰시는 화두나 불교계 사상이 잘 맞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쯤되면 그의 종교도 궁금해진다. 예상과 달리 그는 무교를 고집하고 있는 사람 중 한 명이었다. 승려 역을 할 때 스님을 찾아가 조언을 얻은 적도 없다고 했다. 오로지 연극 무대에서 세상의 이치를 찾을 뿐이란다. 종교의 가르침 역시 마찬가지다.
"명동 성당 근처에서 불교 사상이 짙은 모노드라마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어느날 수녀 10명 정도가 관람을 하러 오더니 며칠 후 약 30 여명의 수녀가 찾아왔습니다. 그렇게 또 며칠 지나자 수녀 한 분이 명동성당에 초청하고 싶다고 하더군요. 불교극이지만 그 안의 의미가 좋다면서요. 그때 알았습니다. 종교라는 것이 마음 속 거리가 있는 것이 아니라는 걸 말이죠. 또 연극이 곧 종교와 다름없다는 것도 말입니다."
그렇게 그는 연기, 특히 승려 역을 하면서 많은 깨달음을 얻었다. 하지만 마냥 좋은 것은 아니었다. 배우로서 한계를 느끼게 된 것. 사람들이 늘 자신을 '스님 전문 배우'라고 부를 때면 "내가 고승 말고 다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던가"라는 자책이 든다고 했다.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것이 배우의 소명이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사람들이 '스님 오영수'만 기억하니 안타깝기도 하고 서운하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약 200여 편의 연극을 했는데 그 중에는 목사도 있었고 신부도 있었습니다. 늘 연기 변신을 시도해왔는데 아직 잘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거죠. 이제는 확실한 연기변신이 필요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 "연극은 내가 연기하는 목적"
연기변신은 그의 오랜 숙원이다. 배우가 한 가지를 잘해도 좋지만 그보다는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가 섬뜻할 정도로 냉혈한 캐릭터를 원하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영화 '대부' 속 캐릭터는 정말 탐이 납니다. 저도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도통 그런 작품이 나오지 않으니 아쉽습니다. 아무래도 우리나라 영화 소비층이 너무 젊어서 그런 것이 아닐까 싶은데 영화계 발전을 위해서라도 노배우들이 인생을 노래하는 작품이 나와야하는거 아닙니까?"
그의 말대로 영화와 드라마에서는 노배우가 설 무대가 줄어들고 있는 것이 사실. 하지만 연극에서는 오히려 젊은층 연기자들을 찾아보기 힘들다. 유명하다 싶으면 곧장 영화와 드라마로 빠져나가는 것이 요즘 현실이다.
"젊은 배우들이 연극 무대에 돌아 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연기자가 성장할 수 있는 발판으로 연극만한 것이 없습니다. 상대 배우와의 호흡과 관객과의 소통을 생생히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죠. 연극 무대에 올라봐야 연기자로서의 격을 갖출 수 있고 의지력도 키울 수 있습니다. 그래야 연기로 롱런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이는 그의 최종 꿈이기도 했다. 배우가 연기를 놀이 자체로 여겼으면 좋겠다는 것. 그 역시 할 수 있을 때까지 연기를 즐기며 무대에 오를 생각이다. 연극과 연기에 대한 생각밖에는 다른 꿈이나 욕심은 없다고 했다.
"내 시작은 연극이었고 마지막도 연극입니다. 연극이 인생을 좀 더 아름답고 가치있게 만드는데 도움을 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배우가 연기로 다양한 삶을 표현할 때 관객들이 많은 것을 깨닫지 않습니까. 이것이 내가 사명감을 갖고 연기하는 이유입니다."
< 사진=이호준기자, '선덕여왕' '동승'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 스틸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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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연극배우입니다. '선덕여왕' 속 월천대사는 내가 표현하는 수많은 사람 중 하나일 뿐이죠. 그런데 혹시 드라마 속 제 연기가 오버스럽지는 않았습니까? 연극을 오래 한 사람은 드라마에서 좀 오버스럽게 보여지는 경향이 있거든요."
그는 늘 관객과의 소통을 생각하고 있었다. 무대 위 자신의 모습을 어떻게 봐줄지 고민하고 걱정했다. 41년 경력의 베테랑 연기자가 하기에는 괜한 걱정이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는 "긴장을 늦추기에는 아직 내공이 부족하다"며 손사레를 쳤다. 아직 배울 것이 많다는 것이다. 모든 것이 연극과 연기로 통하는, 뼛속까지 '연극'배우인 오영수를 만났다.
'선덕여왕'에서 월천대사, 오영수는 꽤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출연 횟수는 적지만 차지하는 의미가 크다. 과거 '사담함의 매화' 상징으로 미실의 권력의 핵심이었고 지금은 덕만이 공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한 인물이었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오영수가 생각하는 월천대사는 어떤 사람일까.
"월천대사는 천문학자이고 과학자입니다. 승려일 뿐 아니라 논리성을 가져야하는 사람인겁니다. 정치 권력과 떨어져있는 인물이기도 하고요. 월천을 표현하기 위해 목소리 톤은 낮지만 힘있게 가려고 했고 표정도 흔들림없이 가려고 했습니다."
그 때문에 월천대사 역은 미실과 덕만이라는 매력적인 캐릭터 사이에서도 빛날 수 있었다. 비단 드라마 뿐만이 아니었다. 드라마 밖에서도 그는 화제였다. 그의 이름을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꽤 늘었다.
"드라마의 힘이 크긴 큰 것 같습니다. '선덕여왕'에 출연한 이후 내 이름이 인터넷에 오르내리고 젊은 친구들도 날 알아보고 궁금해하더군요. 드라마를 연극 무대의 연장선상으로 여긴 보람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가 요즘 가장 많이 듣는 질문 하나, "정말 스님이신가요?"다. 사실 그를 승려로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가 영화 '동승', '봄여름을겨울 그리고 봄'을 비롯, 드라마 '돌아온 일지매'와 '선덕여왕'까지 고승 역으로 출연했다. 연극은 두말 할 것도 없다.
"불교극을 참 많이 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승려 역을 맡게 되더군요. 승려 역을 할 때 부담이 없고 친밀한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아무래도 스님들이 쓰시는 화두나 불교계 사상이 잘 맞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쯤되면 그의 종교도 궁금해진다. 예상과 달리 그는 무교를 고집하고 있는 사람 중 한 명이었다. 승려 역을 할 때 스님을 찾아가 조언을 얻은 적도 없다고 했다. 오로지 연극 무대에서 세상의 이치를 찾을 뿐이란다. 종교의 가르침 역시 마찬가지다.
"명동 성당 근처에서 불교 사상이 짙은 모노드라마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어느날 수녀 10명 정도가 관람을 하러 오더니 며칠 후 약 30 여명의 수녀가 찾아왔습니다. 그렇게 또 며칠 지나자 수녀 한 분이 명동성당에 초청하고 싶다고 하더군요. 불교극이지만 그 안의 의미가 좋다면서요. 그때 알았습니다. 종교라는 것이 마음 속 거리가 있는 것이 아니라는 걸 말이죠. 또 연극이 곧 종교와 다름없다는 것도 말입니다."
그렇게 그는 연기, 특히 승려 역을 하면서 많은 깨달음을 얻었다. 하지만 마냥 좋은 것은 아니었다. 배우로서 한계를 느끼게 된 것. 사람들이 늘 자신을 '스님 전문 배우'라고 부를 때면 "내가 고승 말고 다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던가"라는 자책이 든다고 했다.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것이 배우의 소명이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사람들이 '스님 오영수'만 기억하니 안타깝기도 하고 서운하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약 200여 편의 연극을 했는데 그 중에는 목사도 있었고 신부도 있었습니다. 늘 연기 변신을 시도해왔는데 아직 잘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거죠. 이제는 확실한 연기변신이 필요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연기변신은 그의 오랜 숙원이다. 배우가 한 가지를 잘해도 좋지만 그보다는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가 섬뜻할 정도로 냉혈한 캐릭터를 원하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영화 '대부' 속 캐릭터는 정말 탐이 납니다. 저도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도통 그런 작품이 나오지 않으니 아쉽습니다. 아무래도 우리나라 영화 소비층이 너무 젊어서 그런 것이 아닐까 싶은데 영화계 발전을 위해서라도 노배우들이 인생을 노래하는 작품이 나와야하는거 아닙니까?"
그의 말대로 영화와 드라마에서는 노배우가 설 무대가 줄어들고 있는 것이 사실. 하지만 연극에서는 오히려 젊은층 연기자들을 찾아보기 힘들다. 유명하다 싶으면 곧장 영화와 드라마로 빠져나가는 것이 요즘 현실이다.
"젊은 배우들이 연극 무대에 돌아 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연기자가 성장할 수 있는 발판으로 연극만한 것이 없습니다. 상대 배우와의 호흡과 관객과의 소통을 생생히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죠. 연극 무대에 올라봐야 연기자로서의 격을 갖출 수 있고 의지력도 키울 수 있습니다. 그래야 연기로 롱런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이는 그의 최종 꿈이기도 했다. 배우가 연기를 놀이 자체로 여겼으면 좋겠다는 것. 그 역시 할 수 있을 때까지 연기를 즐기며 무대에 오를 생각이다. 연극과 연기에 대한 생각밖에는 다른 꿈이나 욕심은 없다고 했다.
"내 시작은 연극이었고 마지막도 연극입니다. 연극이 인생을 좀 더 아름답고 가치있게 만드는데 도움을 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배우가 연기로 다양한 삶을 표현할 때 관객들이 많은 것을 깨닫지 않습니까. 이것이 내가 사명감을 갖고 연기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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