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경스님의 명상편지
판단중지 글.사진 인경
생각을 멈추고 순수한 체험 자체로 들어가기. 그것이 불쾌한 것이든지, 기분 좋은 훈풍이든지 그냥 존재하는 그대로 느끼기. 이때야 비로소 나는 지금 여기서 살아있음의 축복을 느낍니다.
느낌을 그 자체로 느끼기 위해서는 생각, 판단을 멈추는 일이 필요한데,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그 느낌과 긴밀하게 연결된 생각의 바람 끝을 보아야 합니다. 그렇지만 생각을 변화시키겠다는 의도를 갖지는 않습니다.
부정적인 생각을 긍정적인 생각으로, 비합리적인 생각을 합리적인 생각으로, 현실적이지 못한 생각을 현실적인 생각으로,
인지행동을 강조하는 많은 교사와 부모는 이렇게 되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여기 명상상담에서는 이렇게 조정하고 관리하지 않는 채로 그냥 그대로, 그곳에 머물러서 바라보는 것을 중시합니다.
순수한 느낌, 그 자체에 닻을 내리기 위해서 생각에 의거한 가치판단은 잠깐 일단 보류하고, 괄호 속에 묶어두고 내게 닥쳐온 현실적인 근거, 감각자료, 자극을 그 자체로 바라보기.
바람이 불든지, 비가 오든지, 안개속에서 흐릿하든지 느낌과 스치고 지나간 생각을 그냥 그대로 수용하고, 허용하는 것, 이때야 비로소 지금여기의 나는 집착에서 분리되는, 해탈의 기쁨을 경험합니다.
그러면 변화는 저절로 그 뒤를 따릅니다. 바뀟자국이 수레의 뒤를 따르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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