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물의 이야기/맑은물의 이야기

슬픈 인연

맑은물56 2009. 5. 27. 10:00

슬픈 인연

 

  • 슬픈 인연
                                              맑은물 최희영
 

 

 

 

10년전에도 너와 나 마주서서 시린 눈빛으로 바라만보다가

5년전 어느 겨울나무 가지 끝 눈 쌓인 금강산 달빛에 실려 꿈꾸듯  

바람결로 내게 왔지

질긴 인연의 끈으로 스치는 너

 

 

 

 

눈동자 속에 일렁이던 지난 이별의 아픔이 살아서

텅 빈 운동장 한가운데를 질주한다

시뻘건 눈으로 인공호흡 불어 넣던 여린 가슴에 

선을 긋고 지나는 구급차의 사이렌 소리

또 누군가가 가슴앓이로 쓰러졌나 보다.

 

 

 

 

놀란 동공에 어지럽게 흔들리는 5월의 꽃천지 눈물로 번지는데
그 속에서 또 너와 나 오늘도 이렇게 바라만 보다가
영겁의 세월 지나 때려도 때려도 깨지지 않는 바위로 남으리.

 

 

 

  

지금 창밖엔 비가 내리고
깃대 끝에 늘어진 태극기가 바람에 너무 버겁다.
 

 

 

 

습작 노트 :  5월 12일 아이들의 1학기 중간 고사 시험 볼 때
                 지금 세 번째 학교에서 만난
                 질긴 인연의 선생님과 앞 뒤로 서서 감독하면서
                 지나간 아픈 사연들이 생각나  적어보았습니다.
                 그 사람이나 저나 언제나 말없이 제 일만 하는 타입이고
                 항상 그 자리에 서 묵묵히 바라만 보는 사람들이지요.
                가정적인 아픔을 겪은 것도 공통점이지만 서로 모른 척하고 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