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물의 이야기/맑은물의 이야기

슬픈 인연

맑은물56 2009. 5. 19. 13:44

 슬픈 인연

                                 맑은물 최희영

 

 

10년전에도 너와 나 마주서서 시린 눈빛으로 바라만보다가

5년전 어느 겨울나무 가지 끝 눈 쌓인 금강산 달빛에 실려 꿈꾸듯  바람결로 내게 왔지

질긴 인연의 끈으로 스치는 너

 

눈동자 속에 일렁이던 지난 이별의 아픔이 살아서 텅 빈 운동장 한가운데를 질주한다

시뻘건 눈으로 인공호흡 불어 넣던 여린 가슴에 선을 긋고 지나는 구급차의 사이렌 소리

또 누군가가 가슴앓이로 쓰러졌나 보다.

 

놀란 동공에 어지럽게 흔들리는 5월의 꽃천지 눈물로 번지는데

그 속에서 또 너와 나 오늘도 이렇게 바라만 보다가

영겁의 세월 지나 때려도 때려도 깨지지 않는 바위로 남으리.

 

지금 창밖엔 비가 내리고

깃대 끝에 늘어진 태극기가 바람에 너무 버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