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인연
맑은물 최희영
10년전에도 너와 나 마주서서 시린 눈빛으로 바라만보다가
5년전 어느 겨울나무 가지 끝 눈 쌓인 금강산 달빛에 실려 꿈꾸듯 바람결로 내게 왔지
질긴 인연의 끈으로 스치는 너
눈동자 속에 일렁이던 지난 이별의 아픔이 살아서 텅 빈 운동장 한가운데를 질주한다
시뻘건 눈으로 인공호흡 불어 넣던 여린 가슴에 선을 긋고 지나는 구급차의 사이렌 소리
또 누군가가 가슴앓이로 쓰러졌나 보다.
놀란 동공에 어지럽게 흔들리는 5월의 꽃천지 눈물로 번지는데
그 속에서 또 너와 나 오늘도 이렇게 바라만 보다가
영겁의 세월 지나 때려도 때려도 깨지지 않는 바위로 남으리.
지금 창밖엔 비가 내리고
깃대 끝에 늘어진 태극기가 바람에 너무 버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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