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히어리나무꽃/순천시청 야생화님 촬영
풀이 무성하게
자란 풀섶 사이 쓸쓸한 강둑에서 나는 그녀에게 물었습니다. "아가씨, 당신은 망토로 등불을 가리고 어디로 가십니까? 나의 집은 캄캄하고
적적합니다. ------ 당신의 등불을 좀 빌려 주십시오!" 그녀는 잠시 검은 눈을 들고 황혼 속에서 내 얼굴을 바라보았습니다. "나는 햇빛이
서쪽으로 기울 때, 강물에 등불을 띄워 보내려고 강으로 나왔습니다." 라고 그녀가 대답했습니다. 나는 무성한 풀밭에 홀로 서서, 흐르는 물결
따라 무심하게 흘러가는 그녀의 등불을 바라보았습니다. 등불은 희미하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깊어 가는 밤의 고요 속에서 나는
그녀에게 물었습니다. "아가씨, 당신의 등불은 모두 켜졌군요. ------그런데 당신은 등불을 들고 어디로 가십니까? 나의 집은 아주 어둡고
외롭습니다. ------당신의 등불을 좀 빌려 주십시오." 그녀는 검은 눈을 들고 나의 얼굴을 살펴보면서 잠시 머뭇거렸습니다. "나는 저
하늘에." 그러다가 그녀가 말했습니다. "내 등불을 바치기 위하여 이곳에 왔습니다." 나는 그냥 서서 허공에 타오르는 그녀의 등불을 무심히
바라보았습니다.
한밤중 달도 없는 어둠 속에서 나는 그녀에게 물었습니다. "아가씨, 당신의 가슴 가까이 등불을 들고 당신이 찾는
것은 무엇입니까? 나의 집은 아주 어둡고 적적합니다. ------ 당신의 등불을 좀 빌려 주십시오." 그녀는 잠시 생각을 하다가 어둠 속에서
나의 얼굴을 바라보았습니다. "나는 이 등불을" 하고 그녀가 말했습니다. "등불 축제에 한 몫 끼우려고 가지고 나왔습니다." 나는 많은 불빛
사이에서 무심하게 사라져버린 그녀의 작은 등불을 보았습니다.
- 기탄잘리 64 / 타고르 -
BGM
♬Erotokritos
(에로토크리토스) - Ross Daly
◐ 김기홍시인의 꿈과 희망을 찾아서 ◑ | |